불매운동에 매출 50%~70% 급감
19년간 日로 넘어간 배당금만 750억... 지난해엔 경영악화로 배당 못해

▲데상트 명동 플래그십스토어 /사진제공=데상트코리아
▲데상트 명동 플래그십스토어 /사진제공=데상트코리아
투데이코리아=편은지 기자 |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일본 불매운동 바람이 장기화되면서 일본 기업들의 국내 성적표가 처참해지고 있다. 국내에 진출한 일본계 기업 중 스포츠 브랜드로 잘 알려진 ‘데상트’도 한국 시장 전망에 빨간불이 켜졌다. 데상트는 일본 지분 100%의 기업이다.
 
◇ 불매운동에 코로나까지... 실적 ‘내리막’에 배당금도 못 줬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불매운동 전까지 국내 시장에서 무섭게 성장세를 늘려왔던 데상트코리아는 지난해 불매운동의 여파로 실적에 직격탄을 맞았다.
 
실제 데상트코리아는 한국시장 진출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연 매출이 역성장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데상트코리아의 매출은 지난 2002년 207억 원에서 2005년 625억 원, 2010년 1983억 원, 2015년 6490억 원, 2018년에는 7270억 원까지 고속 성장했다. 그러다 지난해 매출에서 6156억 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매출은 15.3%, 영업이익은 90억 원으로 86.7%까지 급감했다.
 
이어지는 경영악화에 데상트코리아는 지난해 11월 강남대로 있던 직영점을 리뉴얼 오픈하기까지 했으나, 올해만 전국 20개 매장을 정리하는 쓴맛을 봤다. 이어 올해 5월에는 주니어 스포츠 브랜드였던 ‘영애슬릿’까지 접었다. 단독매장으로 운영되던 전국의 영애슬릿 매장 47개를 모두 접고, 데상트와 통합운영하기로 한 것이다. 이 또한 최근 지난 1년 사이 이어진 불매운동과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일명 우한폐렴)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데상트는 매년 100억 원이 넘게 했던 배당도 지난해에는 결국 하지 못했다. 데상트코리아는 2005년 3억 원 배당을 시작으로 2007년 3억 원, 2014년 63억 원, 2015년 161억 원을 일본에 배당했다. 2018년에는 250억 원을 배당했다.
 
데상트는 일본 데상트 본사가 지분 100%를 갖고 있지만, 실제 한국 매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일본을 포함한 데상트그룹 전체 매출 중 한국에서 나오는 매출이 반 이상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이에 데상트 측도 불매운동의 영향을 인정했다. 지난해 오제키 슈이치 데상트 사장은 3개년 중기경영전략 설명회에서 "한국의 불매운동으로 인해 영향이 있다"며 "한국 시장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중국 시장을 적극적으로 키우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 패션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 매출에 의존도가 높았던 데상트의 타격은 더 클 것”이라며 “국내 패션업계에서 대체 브랜드가 다양해졌고, 소비자들이 이를 쉽게 공유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유니클로의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한편, 일본제품 불매운동 여파로 자동차 업계에선 닛산과 인피니티 브랜드가 결국 실적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일본의 카메라 브랜드인 올림푸스도 한국 시장에서 발을 뗐고, 일본 맥주도 편의점에서 팔리지 않아 결국 폐기처분됐다. 

◇ 영업이익은 2015년부터 줄었는데... 배당금 늘린 이유는
 
데상트를 바라보는 한국 소비자들의 부정적인 시선의 가장 큰 이유는 일본기업이라는 꼬리표 때문이다. 한국에서 번 돈이 다 일본으로 흘러간다는 건데, 이는 데상트의 배당금만 봐도 명확해진다.
 
데상트는 지난 2000년 한국 시장에 들어온 후 19년 동안 매년 몸집을 불려왔다. 매출과 영업이익이 계속해서 상승한 것이다. 그러면서 매년 일본으로 흘러가는 배당금도 점점 불어났다. 데상트코리아의 지분을 일본 데상트그룹이 100% 갖고 있기 때문에 배당되는 현금은 모두 일본으로 빠져나간다.
 
앞서 언급했듯 데상트코리아는 2005년 3억 원 배당을 시작으로 2007년 3억 원, 2014년 63억 원, 2015년 161억 원을 일본에 배당했다. 2018년에는 무려 250억 원을 배당했다. 2018년의 배당률은 278%다.
 
다만 문제는 데상트코리아의 영업이익이 지난 2015년부터 하락세였음에도 불구하고 배당금은 늘렸다는 점이다. 데상트코리아의 연매출은 지난해부터 하락했지만, 영업이익은 지난 2015년 842억 원에서 2016년 725억 원, 2017년 700억 원, 2018년 679억 원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왔다. 영업이익이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는 데도 5년간 평균 128억 원씩 배당한 셈이다.
 
일본에 지급한 상표 로열티도 지난해까지 규모가 점점 커졌다. 데상트코리아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일본 본사에 지급한 로열티는 총 30억 원에 달한다. 결국 배당금과 로열티를 모두 합하면 지금까지 8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이 일본 데상트그룹으로 빠져나갔다.

데상트코리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다른 글로벌 브랜드에 비해 배당성향이 낮은 것은 사실"이라며 "상품과 고객이 만나는 브랜드인 만큼 상품 자체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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