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직 논설주간
▲ 권순직 논설주간
서울 강남에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고 30년째 산다는 할머니가 TV에 나와 한 얘기다. “누가 내 아파트 값 올려 달라 했나. 자기들이 지지고 볶고 하며 집값 올려놓고 갑자기 몇 백만 원 세금 내라면 어쩌라는 거냐?”

별 소득 없이 그냥 사는 곳에서 살 뿐인데, 재산세다 종부세다 몽땅 세금 올려 내라니 애가 탄다. 그러면 살던 아파트 팔아서 경기도로 이사 가라는 얘기냐. 사는 곳 버리고 어디 가서 살아야 할지... 답답하다.
 
작년에 검단 신도시 아파트 분양받아 중도금 잔금 치러야 하는데 갑자기 정부가 대출비율을 대폭 축소, 난감해진 40대 시민 사정도 딱하다.

서민들 집 마련 때 누구나 그렇듯 집값의 60%정도 은행 대출 받아 충당하려는데 갑자기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이 대폭 줄었다.
 
정부 정책이란 국민 삶 보듬어주고 편안케 해줘야 하는데 오히려 억장 무너지게 하니 서민들 들끓을 수밖에 없다.

이 뿐인가. 대통령 코밑에서 정책 보좌하는 비서들은 물론이고 장차관 등 고위 공직자며 국회의원 나리들 다주택 보유가 국민을 열 받게 한다.
 
대통령은 무슨 일이 있어도 부동산가격을 안정시키겠다고 강조하지만, 그의 비서실장은 정부가 그토록 미워하는 강남에 십 수억 아파트를 포함, 2주택을 보유했다.

비서실장 말고도 민정수석 일자리수석 경제수석 시민사회수석 인사수석 등이 다주택 보유자다.
 
국회의장은 강남 노른자위 60억원대 아파트를 포함, 다주택 보유다. 장관 5명, 청와대 참모 12명이 다주택 보유자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180명중 42명이 다주택자다. 국회에서 부동산정책 관련 세제 및 정책을 만드는 기획재정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국회의원의 약 30%가 2채 이상 집을 갖고 있다.
 
그러니까 부동산을 포함한 국가 주요 정책을 좌지우지하는 고위직 인사들이 다주택 보유자로 아파트 가격 폭등의 최대 수혜자인 셈이다.

그래놓고 일반 국민들에겐 살 집 말고는 모두 팔아라, 부동산 투기 하지 말아라 하니 영(令)이 서겠는가. 이게 내로남불이 아니고 뭔가.

내로남불 주택정책에 열 받는 서민
 
설익은 대책으로 아파트 가격 상승 열풍이 강남에서 강북으로, 수도권으로 풍선효과를 보이며 폭등했다. 그러자 강북 수도권 지역 규제에 나서니 다시 강남 아파트 값이 들썩이는 역(逆)풍선 효과가 발생했다.

이 와중에서 전세 값이 엄청 오르고, 그나마 전세 물건도 귀해지자 집 없어 전세사는 서민들만 더욱 힘들어졌다. 투기를 잡기는 커녕 집 없는 서민 집사기 더 어려워지고, 전세 부담만 잔뜩 올려늫은 것이다.
 
그래도 김현미 국토부장관은 “부동산 정책이 잘 작동하고 있다”고 큰소리다.

부작용을 양산하는 미봉책을 남발하는 정부에 오죽하면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나서 “청와대와 정부가 정책 다 정해놓고 당에 요청하는 당정협의에 응하지 말라”고 했을까. 자중지란(自中之亂)이다.
 
문재인 정부의 지금까지의 부동산 정책은 실패로 보아야 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실패의 원인으로 시장원리를 무시한 수요 공급 정책에서 찾는다. 정부의 정책 핵심은 대출 억제와 세금 강화로 수요를 억제, 집값을 잡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수요억제 정책은 시장에서 공급위축을 초래했고, 가격을 끌어올렸다. 도심 재개발 재건축을 억제하고, 분양가상한제 초과이익환수 양도세와 보유세 중과 등은 수요억제를 통한 가격 안정보다 공급축소에 의한 가격 상승을 초래한 것이다.

정갑영 전 연세대총장은 부동산 정책과 관련, 한 언론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가 경제학 원론과 싸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수요억제 중심의 규제가 수도권의 집값을 잡을 수 없다는 것이 다수 경제학자들의 견해다.
 
실패한 수요억제 정책, 공급확대로 전환

세금 금융규제 등을 통해 수요를 억제하면 당장은 움츠러들지만 상황이 바뀌면 잠재된 대기수요가 요동치며 가격상승을 초래한다는 것이 전문가들 주장이다.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정부와 여당은 다양한 집값잡기 대책 방안을 쏟아내고 있다.
그간의 금융규제와 세제 강화에 이어 이번엔 대대적인 세금공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투기성 주택구입이나 다주택자에 대한 가히 ‘세금폭탄’이 여당으로부터 나오고 있다. ‘징벌적 세금“이라는 얘기다.
 
역대 정권의 부동산 대책도 세제강화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반짝효과에 그친 경험을 기억한다. 다주택자나 투기성 주택보유에 대한 중과세는 수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무수한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이를 최소화하는 정교한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지금까지의 수요억제 일변도 정책에고 과감히 벗어나 공급확대로의 전환을 주문한다.

공급도 수요가 있는 곳으로의 공급이 절실하다. 교육 교통 직장접근성 등 수요자의 욕구를 충족하는 주택 공급이 필요하다. 행정편의적으로 신도시를 만든다고 수요에 맞춘 공급이라고 할 수 없다.
 
이 정부가 싫어하는 도심의 재개발 재건축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재개발 재건축으로 일부 계층이 불로소득을 얻고, 소득양극화를 가져오며 가격상승을 초래한다는 우려는 이미 마련된 분양가상한제 초과이익환수제 등을 통해 보완하면 될 것이다.

택지 확보의 어려움은 도심 주거용 건축의 용적률을 신축적으로 운용하는 방안도 전문가들은 제시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수요 있는 곳에 충분한 공급’에 있다.
시장을 이기는 정책은 수명이 길지 않다.

필자 약력
(전) 동아일보 경제부장, 논설위원
(전) 재정경제부 금융발전심의위원
(전) 한국언론진흥재단 기금관리위원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