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뒤까지 240만호 계획에 시장반응 냉랭

▲ 김성기 부회장.
▲ 김성기 부회장.
문재인 대통령이 얼마 전 공공임대 주택단지를 방문, 관계자들을 격려하면서 4인 가족 관련 발언을 한 것이 싸늘한 반향을 불러왔다. 변창흠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13평 규모의 임대주택에서 4인 가족도 거주할 수 있다고 설명했고 문 대통령은 이에 “신혼부부에 아이 한 명이 표준이고, 어린아이는 두 명도 가능하겠다”고 말했다. 이 발언이 뉴스로 나간 뒤 대통령의 인식이 부동산 시장의 현실과 너무 동떨어져 민심을 모른다는 비판이 잇달았다. 집값이 폭등하고 전·월세 대란이 계속되는 판에 대통령이 공공임대 주택을 홍보하는 일에 나서 속을 긁는다는 반발이다. 야당 정치인들까지 “퇴임 후 795평 사저를 준비하면서 국민에게 하실 말씀은 아닌 것 같다” “자신들은 안 살려 하면서 국민들에게 임대주택 살라고 한다”고 비난에 가세했다.
 
청와대 대변인은 대통령이 “그런 발언을 한 적이 없고 질문을 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공공임대주택과 퇴임 후 대통령 사저를 직접 비교해 대통령 발언을 비난하는 것은 사실 지나치다는 느낌을 준다. 퇴임 후 대통령은 예우를 받아 사저에 거주하고 필요한 경호시설도 갖추어야 마땅하다. 설사 임대주택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고 해서 대통령도 퇴임 후 임대주택에 거주하라는 주장은 말장난에 가깝게 들린다.
 
그러나 임대차 3법을 강행해 전·월세 대란을 불러오고 시장원리를 외면한 채 금융·행정 규제와 세금 공세로 집값을 억누르는 정책에 의존하다 오히려 폭등을 초래한 정부가 이제 공공임대주택 짓기에 주력하겠다는 계획은 국민의 여망과 정서를 여전히 무시한 외고집으로 보인다.
 
대다수 국민은 교육과 교통 등 편의시설이 잘 갖추어진 주택에 거주하기를 바라며 이를 위해 공공부문에서 택지공급을 원활히 하고 민간주택건설회사들이 합리적인 가격에 경쟁적으로 공급에 나서주길 원하고 있다. 무엇보다 교육 여건이 좋은 이른바 브랜드 아파트를 선호하는 추세가 뚜렷하다. 임대주택은 아직 주택 마련에 나설 형편이 못 되는 가구나 신혼 또는 1인의 단촐한 가구를 위해 제공되는 내집 마련의 사다리쯤으로 인식돼왔다. 공공임대는 주로 도시 외곽에 들어서 교육과 교통 등 주변 여건이 다소 불편할 수밖에 없고 셋집이라는 특성상 주택 유지, 관리에도 허점이 있는 게 사실이다. 그래서 공공임대보다 부담은 좀 되지만 학군과 교통 등이 편리한 민간 아파트에서 전세를 사는 가구가 적지 않다. 또 일터나 학교에 가까운 소규모 주택이 필요한 가구는 다세대나 다가구, 연립 등 민간임대에 주로 의존하고 있다. 세입자들의 경제적 활동과 가구 규모, 자녀 교육 등 형편에 따라 전세와 공공임대, 민간임대 등 수요에 맞는 다양한 주거 양식이 공존하는 시장이다.
 
주거안정을 위해서는 다양한 수요에 맞춰 공급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시장기능을 키워주는 게 정부의 당연한 역할이다. 과거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는 주택공급을 늘리기 위해 택지공급과 도심 재개발·재건축에 주력하면서 공공 및 민간임대주택 지원을 병행했다. 같은 기간 주택시장은 대체로 안정을 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뚜렷한 근거도 없이 공급은 안정돼 있다는 전제 아래 돈줄 조이고 세금 퍼붓는 규제 위주로 시장을 조였다. 공급이 넉넉한데 투기가 끼어들어 시장을 왜곡, 부당한 이득을 챙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세입자를 위한다는 논리로 충분한 검토 없이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를 골자로 한 임대차 3법을 강행해 전셋집 씨를 말리는 재앙을 자초했다. 시장 진단부터 잘못된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현 정부들어 서울 집값은 56% 폭등하고 지방으로 확산되는 단계다. 전세대란은 신규 아파트 입주 감소까지 겹쳐 내년에도 계속될 전망이다.
 
주택시장을 널뛰게 만든 정부가 2025년까지 240만호를 공급하겠다며 공공임대 건설을 호기롭게 제시했다. 세금 공세와 금융 규제를 앞세워 주택거래를 조여온 정부가 임대차 3법으로 전세시장을 대란에 빠뜨리고, 법개정으로 기존 사업자등록을 말소시켜 민간임대시장까지 뒤엎어 놓았다. 그리고 공공임대를 치장해 국민에게 자랑하듯 내보이고 있다. 주택시장의 선순환 기능을 잡고 늘어지면서 공공임대로 들어오라는 손짓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이 방문한 경기도 화성의 임대아파트 2채를 서둘러 꾸미는데 LH공사 예산이 4000만원 넘게 들었다는 후속보도에 쓴웃음이 나올 뿐이다. 애써 공공임대를 권하는 전시형 행사에서 시장기능 대신 좌파 이념에 치우친 경제정책의 허구가 엿보인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필자 약력
△전)국민일보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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