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국민은행, 대출상담사 통한 모집 전면 중단
우리은행, 간판 신용대출 판매중단

▲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영업점에 대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 서울 시내의 한 은행 영업점에 대출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코리아=이정민 기자 | 금융당국이 시중은행에 재차 '가계부채 총량관리'를 주문한 가운데 은행들이 대출 문턱을 높이는 정도를 넘어 신용대출 판매를 중단하는 등 아예 문을 하나씩 닫기 시작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4일 금융감독원은 부원장보 주재로 시중은행 가계대출 담당 임원(부행장급)들을 모아 '가계 대출 관리 동향 및 점검'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금감원 측은 지난달 가계대출이 급증한 것을 언급하며 10월과 11월 가계대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9월 제출한 연내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를 반드시 지켜달라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의 이같은 질책은 지난달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9조4195억원 증가한 666조9716억원을 기록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지난 10월 증가액이 7조6611억원을 기록한 것 보다 약 2조원 늘어난 규모다. 

11월 신용대출은 무려 4조8495억원이 증가했다. 금융당국이 지난달 13일 연봉 8000만원 이상 고소득자의 1억원이 넘는 신용대출 등에 대한 규제를 예고하자 미리 대출을 받아두자 두려는 사람들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기간 주택담보대출도 466조2884억원에서 한 달만에 4조1354억원 증가해 470조4천38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금감원은 연내 가계대출 총량 관리 목표 달성이 어려워진 2개 은행을 지목해  '개별 면담'까지 요구했다. 이에 은행권에서는 2개 은행의 행장이나 부행장이 이미 따로 금융당국에 소환됐거나 곧 불려갈 것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이렇듯 몇 달째 지속되는 금융당국의 경고와 압박에 은행들은 가계대출에 대한 추가 규제를 서두르거나 아예 대출 모집을 중단하고 있다. 이미 지난 10월부터 신용대출 금리를 높이고 한도를 축소하는 방식으로 가계대출을 조여왔으나 대출 수요가 급증하는 것을 감당하지 못하고 총량 관리에 어려움을 겪자 남은 모든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당장 이날부터 연말까지 대출상담사를 통한 주택담보·전세대출 모집을 전면 중단한다. 대출상담사를 통해 대출을 막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대출 상담사는 은행 외부에서 대출 상담창구 역할을 하며 은행과 차주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이를 통해 대출을 막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우리은행은 전날 비대면 신용대출 주력 상품인 '우리 WON하는 직장인대출' 판매를 오는 11일부터 중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해 설정해둔 이 상품의 대출 한도는 3조3000억원이었고 기간은 소진 시까지였으나 연말을 앞두고 조기 종료했다는 설명이다.

하나은행도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에 대한 대출한도를 더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여러가지 요인으로 인해 대출 수요가 많이 늘어난 것인데 당국은 은행들의 총량 관리 부실만을 질책하려 한다"며 "특히 지난달은 신용대출 규제 예고로 인해 급증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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