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목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 최초 100% 돌파
민간부문 빚, GDP 2배 '훌쩍' 넘어서

▲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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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이정민 기자 | 우리나라 가계 빚이 사상 처음으로 국내총생산(GDP)을 추월했다. 1년 동안 우리나라 생산활동을 모두 합쳐도 가계가 진 빚을 갚지 못한다는 뜻이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여파로 생활고에 시달리고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가계와 기업 등의 대출이 폭증한데다 저금리 기조로 인해 부동산·주식 투자 자금 대출까지 급증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2020년 하반기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기준 명목 GDP 대비 가계신용 비율은 101.1%로 전년동기대비 7.4%포인트(p) 증가했다. 통계 작성 이후 처음으로 GDP 대비 가계빚 비율이 100%를 넘어선 것이다.

가계와 기업대출을 합친 민간신용은 지난 3분기 말 기준 GDP 대비 211.2%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지난해 3분기(194.7%) 대비 16.6%p나 뛰었으며 민간 부문의 빚이 GDP의 2배를 넘어섰다.

가계부채는 3분기 말 기준 1682조1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7%(44조9000억원) 늘었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전년 동기 대비 7.2% 늘었고, 기타대출도 6.8% 증가했다. 반면 명목 GDP는 0.4% 늘어나는데 그쳤다.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가계의 대출과 카드사용, 일명 '빚투(빚내 투자)' 및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등이 겹치면서 빚이 폭발적으로 증가했지만 모든 경제주체들이 생산한 재화와 서비스의 부가가치 성장은 부진했다.

한은은 "경기회복 지연 등으로 가계의 소득 여건 개선이 미약할 경우, 취약 가구를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늘어날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3분기말 전체 차주의 소득대비부채비율(LTI)은 평균 225.9%로 지난해 말보다 8.4%p 올랐다. LTI 300% 초과 차주 비중도 23.6%로 1.3%p 확대됐다. 같은 기간 소득대비원리금상환비율(DSR)은 35.7%로 소폭 떨어졌다. 

한은은 "가계대출 차주의 LTI 상승에도 불구하고 대출금리 하락과 대출만기 장기화 등으로 DSR이 소폭 하락해 아직까지는 가계부문의 채무상환능력 저하 정도가 당초 우려만큼 크지 않은 상황"이라면서도 "코로나19에 대응한 원리금상환유예 등으로 부실위험이 이연되고 있는데다 연체율이 높은 신용대출의 가파른 증가세 등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 가계부채 부실위험이 커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소득대비 빚 부담 정도가 큰 DSR 70% 초과 차주가 전체 부채의 40.1%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코로나19 장기화로 경기회복이 지연될 시 가계빚 부실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만약 올해 3분기 가계부채와 소득의 증가세(각각 7.0%, 0.3%)가 향후 1년간 지속되면 DSR은 35.7%에서 38.1%로 상승할 것으로 추정된다.  

기업 대출은 3분기 말 1332조2000억원으로 작년 3분기(1153조원)보다 15.5% 불었다. 이런 기업 대출 규모는 명목GDP 대비 기업신용 규모는 110.1%로 작년보다 9.1%p 올랐다.

한은은 "코로나19 장기화 등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기업 신용이 크게 늘었다"며 "경영 여건의 불확실성이 큰 만큼 실적 회복 지연 등으로 유동성 사정이 악화하거나 신용위험이 커질 가능성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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