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이현동 재판...같은 사건 불구 결론은 정반대
'尹 검찰' 국정원 수사 연민복지재단 설립 추진 시기 겹쳐
'윤석열 캠프' 활동한 건진법사 소속 종파, 연민재단 주소 동일

▲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대북공작금을 받고 김대중 전 대통령 뒷조사에 협조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이현동 전 국세청장이 지난 2018년 2월12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 대북공작금을 받고 김대중 전 대통령 뒷조사에 협조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 이현동 전 국세청장이 지난 2018년 2월12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투데이코리아=오혁진 기자 |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풍문 뒷조사’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현동 전 국세청장이 최근 대법원으로부터 무죄 확정 판결을 가운데 2018년 검찰이 제대로 된 수사를 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 TF를 통해 ‘MB·박근혜 정부’ 인사들에 대해 조사에 나섰고, 서울중앙지검장이던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는 검찰 수사를 진두지휘했다.
 
◇ 같은 사건 다른 판결 “굉장히 드문 일”
 
지난달 27일 대법원 3부(주심 안철상 대법관)는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 등 손실)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청장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원심의 판단에 사실오인이나 미필적 고의, 공동정범, 방조의 고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며 상고를 기각했다.
 
이 전 청장은 2010년 5월부터 2012년 3월까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과 공모, 김 전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 소문 추적 비용으로 해외 정보원에게 14회에 걸쳐 총 5억 3500만원 및 5만 미국달러를 지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또 2011년 9월께 원 전 원장의 지시를 받은 김승연 전 국정원 대북공작국장에게 국세청장 접견실에서 비자금 추적 진행 상황을 브리핑하고 1억 20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도 있었다.
 
<CBS 노컷뉴스> 단독 보도에 따르면 검찰은 2011년 9월 김승연 전 국장이 돈이 든 쇼핑백을 들고 국세청장 집무실을 찾아 박윤준 국세청 차장이 배석한 상태에서 이 전 청장에게 이를 전달했다고 봤다.

하지만 법원은 당시 김승연·이현동·박윤준의 '3자 회동'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봤다. 그러나 원 전 원장에 대한 재판에서는 정반대의 판단이 내려졌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검찰이 각 재판에서 다른 증거를 제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현직 판사는 “같은 사건을 다루는데 다른 판단이 대법원에서 나왔다는 것은 증인이나 증거의 차이에 따라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굉장히 드문 일”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 측은 “검찰은 해당 사건들을 분리 기소했고 재판부는 법리적인 문제가 없었다”고 밝혔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진=뉴시스
▲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진=뉴시스
◇ ‘윤석열 검찰’ 이현동 봐주기 의혹
 
이현동 전 청장은 검찰의 수사 직전인 2017년 10월 '연민복지재단'을 설립했다. 이 재단은 윤 후보 캠프에서 활동해 논란이 됐던 무속인 '건진법사' 전모씨가 소속된 불교 종파(일광종)와 주소지가 같고 대한불교조계종과 무관하다.

이 전 청장은 2017년 10월 29일 재단 발기인회의를 열고 본인을 포함한 8명의 재단 이사진을 임명하고 정관을 통과시켰다.

이때 이사로 참여한 인물들은 대부분 이 전 청장의 고향(대구)·학교(영남대)·직장(국세청) 관계자들이다. 재단 설립을 주도한 임모 이사는 서울 역삼세무서장을 지냈고, 감사를 맡은 조모씨도 국세청 고위 관료 출신이다.

이 전 청장은 재단 설립 인가권을 가진 충청북도에 설립 허가를 신청했다. 당시 재단 자산은 현금 13억원과 토지 약 3억 5000만원으로 현금 13억원 중 7억 원은 임 이사가 대표로 있는 회계법인에서 출연했다. 또 윤 후보의 아내 김건희씨가 대표로 있는 코바나컨텐츠의 전시회에 여러 차례 후원한 현대건설도 1억원을 출연했다.
 
연민복지재단 설립이 추진된 시기는 2018년 윤석열 후보가 검찰 수사를 진두지휘하기 직전이다. 3차장검사는 ‘윤석열 최측근’으로 불리는 한동훈 사법연수원 부원장이었다.

당시 윤 후보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 드라이브의 선봉장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윤석열 검찰’은 국정원과 이 전 청장이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해외 비자금 풍문을 불법적으로 뒷조사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나섰다. 그러나 결론은 ‘무죄’였다.
 
이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 선대위 ‘윤석열 일가 부정부패 국민검증특위 소속 박주민·김용민 의원은 지난달 20일 오후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전 청장이 국가정보원으로부터 돈을 받고 김 전 대통령을 사찰한 혐의로 지난 2018년 3월 2일 구속기소된 사실이 있다”며 “당시 중앙지검장은 윤 후보였다”고 주장했다.
 
특위는 이 전 청장이 ‘연민복지재단’ 대표이사로 취임했고 이사진 중 일광사 주지이자 김건희씨의 지인인 혜우스님이 재무 이사로 등재돼 있었다고 했다. 혜우스님은 윤 후보 선대위 네트워크 본부 고문으로 활동한 의혹을 받는 건진법사의 스승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특위는 “이 전 청장이 재직 중 이해관계가 있던 법인들로부터 출연금을 갹출해 재단을 만들고 김 씨와 특수관계이던 혜우스님을 재무이사로 영입해 윤석열 검찰에 로비하지 않았나 하는 의심을 갖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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