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코리아=박수연 기자 | 세계 3위 산유국인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수출 제재가 시작되면서 국제유가가 치솟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생산자 물가와 소비자 물가도 덩달아 상승하는 추세다.
 
지난 27일 한국석유공사 유가 정보 사이트 오피넷에 따르면 국내 수입 원유의 기준이 되는 두바이유의 가격은 2월 넷째 주에 전주(92.1달러)보다 2.9달러(3.1%) 오른 배럴당 95.0달러를 기록했다.
 
싱가포르 거래소의 국제 휘발유(92RON) 평균 가격은 동기 대비 2.1달러 오른 배럴당 110.6달러로 나타났다.
 
통상적으로 국제유가 상승이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가격에 반영되는 점을 고려했을 때 국내 석유류 가격은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갈 수밖에 없다.
 
한국석유공사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긴장이 커짐에 따라 올해 들어 국제 유가가 30% 이상 상승했다”며 “위기 상황이 극복되고 일상회복에 들어서도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이 불충분해져 유가가 추가적으로 오를 수 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제 유가 상승에 따라 국내 휘발유 가격도 당분간은 오름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석유류 가격 상승은 생산자물가와 공업제품 가격 상승으로 직결되면서 생산자 물가 상승에 압력을 가하고 소비자 물가를 끌어올린다.
 
▲ 부산항에서 출항을 준비하고 있는 1800TEU급 다목적선(MPV) ‘HMM 두바이(Dubai)호’가 수출기업들의 화물을 싣고 있다. 사진=HMM
▲ 부산항에서 출항을 준비하고 있는 1800TEU급 다목적선(MPV) ‘HMM 두바이(Dubai)호’가 수출기업들의 화물을 싣고 있다. 사진=HMM

◇ 국내 생산자 물가 7.9%p↑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지난 24일 ‘국제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1월 생산자물가 상승압력분석’ 자료를 내고 “올해 1월 원재료 수입물가가 59.0% 급등하면서 생산자 물가가 7.9%p 만큼 상승 압력을 받았다”고 밝혔다.
 
세부 품목별로는 석탄·원유·천연가스가 74.6%, 농림수산품 30.0%, 금속·비금속 광물이 17.1% 상승했다.
 
1월 중 유종별 국제원유가격은 현물가격 기준으로 WTI 68.9%, 브렌트유 65.8%, 두바이유 61.3% 증가해 각각 배럴당 88.15달러, 87.53달러, 90.95달러로 집계됐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생산자물가는 국제원재료가격의 변동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올 4월까지로 한정된 유류세 인하조치를 연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 1월 소비자 물가 동향, 지난달比 3.6%↑

소비자 물가도 상승하는 추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소비자 물가 동향은 지난달 대비 3.6% 상승률을 보였다. 석유류를 포함한 공업제품의 기여도는 1.44%p에 달했다.
 
이는 지난달 물가 상승분 중 40% 가량이 석유류 등 공업제품 가격이 상승한 결과다.
 
최근 소비자물가는 지난해 10월(3.2%)에 9년 8개월 만의 3%대 상승률을 기록한 뒤 11월(3.8%), 12월(3.7%)에 이어 지난달까지 넉 달째 3%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국제유가 추가 상승분이 더해지면서 국내 물가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지난 24일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기존 2.0%에서 3.1%로 올려 제시한 바 있다. 또 현대경제연구원은 올해 국제 유가가 배럴당 연평균 100달러 오르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1%p 높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유가정보. 사진=뉴시스
▲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유가정보. 사진=뉴시스

◇석유류 가격 상승, 저소득층에 더 치명적
 
문제는 석유류 가격 상승에 따른 물가 상승의 충격은 저소득층에게 더 치명적이라는 것이다.
 
통계청이 지난 24일 발표한 ‘2021년 4분기 가계동향조사’를 살펴보면 작년 4분기 1분위(소득 하위 20%) 가구가 지출한 연료비(광열 연료비·운송기구 연료비 합계)는 월평균 8만7706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8049원(10.1%) 증가한 규모다.
 
그 중 1분위의 가계 소득(105만8000원) 대비 연료비 지출 비중은 8.3%로 전체 가구 평균(3.9%)의 두 배를 웃돌았다. 반면 5분위(소득 상위 20%)의 경우 소득(1013만원) 대비 연료비 비중이 2.8%에 그쳤다.
 
즉 연료비가 동일하게 늘더라도 소득 대비 지출 비중이 큰 1분위의 부담이 더 크다.
 
특히 자가용으로 영업하는 영세 자영업자나 원가 상승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기 어려운 중소기업은 국내 석유류 가격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 A씨는 “가뜩이나 배달비도 올랐는데, 기름값 때문에 더 상승할까봐 겁난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실제로 국내 휘발유 가격은 전국 평균 1750원을 돌파하는 등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28일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전국 주유소 휘발유 판매 가격은 전일 대비 1.34원 오른 ℓ당 1757.65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또한 상승세를 이어가 1.43원 오른 ℓ당 1584.3원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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