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적 은폐에 책임 피하려 잇단 꼼수 지적도

▲김철 SK케미칼 사장
▲김철 SK케미칼 사장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코리아=오 윤 기자 | SK케미칼이 가습기살균제 원료의 유해성을 알고도 은폐했다는 비판이 거세다. 2000년대 초 SK케미칼이 가습기살균제 흡입독성 원료 교체를 검토했다는 내부 보고서가 있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SK케미칼 스카이바이오 연구팀이 2003년 작성한 보고서 등을 확보했다. 이는 지난해 7월 홍지호 전 SK케미칼 대표를 포함한 임직원들이 기소된 후 검찰이 증거물들을 분석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것이다. 이 보고서는 PPT와 엑셀 파일로 되어있다.  

해당 보고서에는 SK케미칼이 제조·판매한 ‘가습기 메이트’의 원료인 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C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의 교체를 요청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보고서를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 중인 홍 전 대표 등의 재판에 증거로 제출할 방침이다. 그러나 홍 전 대표 측은 보고서의 출처가 불명확하다며 증거 채택에 반대해왔다. 

검찰은 증인신문을 통해 보고서 최종 작성자를 확인할 계획이다. 현재 해당 문건은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 전달됐다. 

홍 전 대표 등은 ‘가습기메이트’ 등의 안정성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과실에 따라 인명 피해를 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들은 “가습기살균제 판매 과정에서 인체 유해성을 인식한 바 없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SK케미칼 내에서 ‘사람 목숨이 위협받는다’며 제품의 안정성과 가습기살균제 원료의 유해성을 우려한 정황이 뒤늦게 드러나 재판 변수로 떠오를 수 있다. 

검찰에 따르면, 가습기메이트 판매를 맡은 애경산업은 2005년 4월 SK케미칼 마케팅팀에 ‘21개월 된 유아가 가습기살균제액을 한 컵 덜 되는 양으로 마셨다’는 민원을 전달했다.

마케팅팀은 연구팀에 보낸 e메일에서 “R&D 팀에서 (민원) 담당자를 선정해달라”며 “이 아이템은 문제가 생기면 세일즈 문제를 넘어서 사람 목숨이나 아이템 존폐 자체가 위협받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는 홍 전 대표 등이 주장해온 가습기살균제 원료의 유해성을 알지 못했다고 주장해온 것과 대조적이다. 

SK케미칼과 애경을 향한 시민단체의 압박도 거세다.  

참여연대는 지난달 29일 애경산업의 고광현 전 대표가 증거가 될 수 있는 가습기 살균제 관련 자료를 인멸, 은닉토록 지시한 혐의 등으로 얼마 전 대법원에서 징역 2년6개월의 실형을 확정 받은 것과 관련, “참사가 벌어진지 9년째이지만 정작 업무상 과실 치사상 혐의로 기소된 SK케미칼 홍지호 전 대표와 애경산업 안용찬 전 대표 등은 아직 재판을 받고 있다”면서 늑장 재판과 진상규명을 비판했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2016년 검찰이 문제의 가습기 살균제인 PHMG를 사용한 옥시 등을 전면적으로 수사할 때 애경산업과 SK케미칼은 또 다른 원료물질인 CMIT와 MIT의 인체 유해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검찰의 칼날을  피했다. 2018년 11월 피해자 등이 CMIT-MIT의 유해성을 지적하며 세 번째 고발한 뒤에야 수사가 시작됐다. 

참여연대는 CMIT-MIT를 사용한 SK케미칼과 애경산업의 '가습기메이트'로 인한 폐질환자 수는 총 1500명이며, 이 중 25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천식질환을 신고한 피해자는 총 1444명이고, 태아 피해는 15명이다.

한편 가습기살균제 피해지원 종합포털에 따르면 2011년 사망 사건 발생 후 이달 초까지 접수된 피해자는 모두 6739명으로 이중 사망자는 1528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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