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참위, 가습기살균제 피해 사망자 1만4000여 명 추정

김철 SK케미칼 사장 사진제공=뉴시스
김철 SK케미칼 사장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코리아=오혁진 기자 |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여전히 피해자는 늘고 있다. 가해 기업인 SK케미칼과 애경은 10명이 넘는 대형로펌 변호사들을 선임하면서 단 두 명인 공판 담당 검사들과 전쟁을 치르며 가벼운 형을 선고 받으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최근 서울중앙지법은 하계 휴정을 결정하면서 가습기살균제 공판 기일도 늦춰졌다. 공판 기일은 내달 11일 다시 열릴 계획이다. 이 가운데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1명이 더 세상을 떠났고 피해자만 67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분석 자료가 발표됐다.
 
사망한 피해자 1만4000여 명 추정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는 지난 27일 서울 중구 사참위 대회의실에서 ‘가습기살균제 피해규모 정밀추산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사참위는 이 발표를 위해 전국 5000가구와 1만5472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했다. 이는 역대 가습기살균제 피해 실태조사 중 가장 큰 표본이다. 사참위에 따르면 1994년부터 2011년까지 가습기살균제 사용자는 약 627만 명이다. 임산부와 만 7세 이하 자녀가 있었던 가구는 그렇지 않은 가구보다 가습기살균제 노출 비율이 2배 가까이 높았다.
 
가습기살균제로 인한 건강피해 경험자는 약 67만 명으로 추산됐고, 병원 진료를 받은 사람은 약 55만 명이었다. 폐질환·천식·비염 등 가습기살균제 관련 특정 질병을 진단받은 인구 중 사망자는 약 1만4000명으로 추산됐다.
 
문제는 현재까지 지금까지 정부에 접수된 사망자 수는 1553명으로 이번 연구에서 추산한 사망자 수의 11%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정부에 실제로 건강 피해를 신고한 수 역시 6817명으로 전체 추산 인구의 1% 수준이었다.
 
최예용 사참위 부위원장은 “아직 파악되지 않은 피해 규모가 상당하다는 게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본모습”이라며 “정부가 의료보험 기록과 구매 기록 등을 바탕으로 더 적극적으로 피해자를 찾아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원료 기업은 적극적 은폐
 

SK케미칼은 가습기살균제 흡입 독성 물질인 PHMG(폴리헥사 메틸렌구아니딘)와 CMIT(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 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를 개발해 1998년부터 2011년까지 주요 제조사 및 유통사에 공급했다.
 
SK케미칼은 해당 원료들의 독성을 알고 있었음에도 옥시에 PHMG를, 애경에 CMIT와 MIT를 공급한 의혹을 받는다. SK케미칼은 가습기살균제에 독성물질이 쓰일 줄 몰랐다며 검찰의 칼날을 피했다.
 
SK케미칼이 주장한 ‘가습기살균제에 독성물질이 쓰일 줄 몰랐다’는 ‘궤변’은 사실상 10년 가까이 자신들의 잘못을 은폐하기 위한 헛소리라는 비판이 나온다. 최근 재판에서 SK케미칼이 이 궤변을 유지하려 기를 썼다는 증언이 나온 것이다.
 
기자 취재와 <경향신문>,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부장판사 유영근) 공판 등에 따르면 SK케미칼은 PHMG가 가습기살균제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2009년 3월경 파악했고, 최기승 전 스카이바이오팀장은 2000년대에 파악했다.
 
당시 중간거래상 계성인더스트리는 2009년 3월 SK케미칼에 ‘홈플러스 가습기청정제’의 PHMG 함유 여부를 묻는 실험을 의뢰했다. SK케미칼 스카이바이오연구팀은 ‘청정제 샘플에 0.5%의 스카이바이오1125(PHMG)가 들어 있다’는 연구 결과를 냈다.
 
이 과정에서 PHMG 함유가 문제 될 것을 인식한 내부 차원의 최초 조치가 나왔다. 전 연구팀 직원 A씨는 지난달 29일 공판에서 “(바이오팀) 주임이 ‘이거 괜찮나’ 하는 우려로 문제제기를 해서 회의가 열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구팀이 계성에 실험결과 보고서를 보낼 때 실험 대상을 ‘청정제’가 아닌 ‘청정기’(공기청정기 필터 원료)로 고쳐서 보냈다. ‘우리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지 않나’라는 차원에서 두려움 때문에 저렇게 고쳤던 것 같다”고 말했다.
 
문제의 핵심은 여지가 있는 것은 SK케미칼이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PHMG의 가습기살균제 사용을 알고서도 안전성 검증을 하거나, 가습기살균제 사용 중단을 권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SK케미칼은 ‘청정기’ 자료를 오히려 민·형사 재판에 활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청정기 때문에 SK케미칼은 2019년 2월 검찰 재수사가 개시되기까지 계속 (가습기살균제에 사용된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했다”고 했다. SK케미칼 측 피고인의 변호인은 “명칭 변경에 어떠한 관여도 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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