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없이 단체 문자 송신 “불가하다”

▲ 산기원에서 단체 문자 발송 업무와 관련해 피해자 단체에 전송한 이메일. 사진제공=제보자
▲ 산기원에서 단체 문자 발송 업무와 관련해 피해자 단체에 전송한 이메일. 사진제공=제보자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피해자들의 요구를 제대로 듣지 않고 사전 논의 없이 지원업무를 없앴다는 주장이다.
 
환경부 산하기관인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하 산기원)은 가습기살균제피해종합지원센터가 설립돼있다. 가습기살균제피해종합지원센터에선 가습기살균제 피해 지원을 정부 차원에서 제공한다.
 
문제는 산기원 측이 피해자 지원 업무 중 단체 문자 송신 업무를 피해자들과 상의 없이 폐지했다는 것이다. 산기원에 따르면 산기원은 2020년 6월부터 약 두 차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단체 문자 송신 업무를 지원했다.
 
해당 서비스는 피해자 측이 정부에 요구한 피해자 간의 소통 방안이다. 현재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유가족은 총 6808명이며 노인층이 다수를 차지한다. 때문에 기타 게시판이나 인터넷 카페 등을 활용해 피해자들의 의견을 모으기 힘들다는 것이 피해자 측의 주장이다.
 
해당 단체문자 발송 업무는 피해자 측이 단체문자 발송을 원할 시, 신청서를 작성해 산기원에서 등록된 피해자들에게만 단체 문자를 전송해 왔다.
 
지난 7월 중순경엔 ‘너나우리’등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단체들이 정부의 책임을 묻는 내용을 촉구하며 피해자들의 서명을 받는 단체문자를 요구했다. 하지만 산기원은 이를 거절했다. 해당 단체들이 이번 문자 발송으로 요청한 내용은 대통령 특별조사 보고와 정부 법적책임 특검 의결 요청을 촉구하는 서명안이었다.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단체 너나우리 이은영 대표는 “(산기원이) 업무과중이라 하다가 내용이 적절치 않다고 하기도 하며 정확한 이유를 듣지 못했다”며 “이전의 단체 문자 전송은 가능하다가 갑자기 내부방침이라고만 하니 이유도 정확히 모르겠다. 저 내용이 보내기 싫은 것이라는 생각밖에 안 든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이 대표는 특히 “피해자들끼리의 소통과 정보전달을 막고 정부책임과 관련한 조사 및 특검을 요청하려는 피해자들의 요구를 정권에 부담이 된다는 이유로 막는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라며 “단체문자 신청 양식까지 갖춰놓고 이제 와서 없애는 이유도 납득하기 힘들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국환경산업기술원 이동욱 가습기살균제피해종합지원센터장은 “단체 문제 발송 업무는 특정한 지원 업무가 아닌 협조차원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서 “문자를 발송하게 되면 발신 번호는 산기원으로 떠 피해자들도 혼란이 생겼다. 산기원 측에 해당 내용의 문의사항이 오기도 했다. 문자 내용도 산기원이나 정부의 입장이 아닌 특정 개인이나 단체의 입장이라 곤란한 점이 발생하기도 했다”고 해명했다.
 
또 “피해자가 요구하는 건 특정 단체가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산기원 측에서 문자 발송을 하는 것은 지속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종합 포탈에 피해자들 간 소통이 가능한 창구를 만들어 제공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산기원이 피해자들 간 소통할 수 있는 포털을 만들면 가습기 살균제 사건이 일어난 이후 처음으로 피해자들 간의 소통 창구가 생긴다.

너나우리는 “기술원이 소통 창구를 만드는데 그치면 안된다. 피해자 간의 실제적인 소통이 되도록 의견 수렴이 가능한 설문이라도 거쳐서 결정하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또한 “피해자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지원을 해주길 바란다. 지원센터면 그만큼 피해자들과의 소통도 중요하지 않겠냐”며 피해자들에게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지원이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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