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권, 초고속 승진, 위장전입, 논문표절 의혹 투성이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안 전 국장에게 감찰지시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투데이코리아=강주모 기자] "관심 표명은 했지만 감찰에 관여하지는 않았다."

26일 오전, 마지막 주자로 나선 이현동 국세청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민주당 이종걸 의원이 참고자료로 준비한 녹취록을 공개하며 "이 내정자가 서울지방국세청장 시절 안 전 국장에 대한 감찰을 지시한 게 아니냐"고 묻자 이와 같이 답했다.

이어 이 후보자는 "국세청 간부로서 어떻게 돌아가는지, 어떤 사항이 있는지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 관심을 표명한 사실은 있지만 감찰 활동에 관여한 바는 없다"고 밝혔다.

안원구 전 국장은 지난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자였던 이 대통령이 강남 도곡동 땅의 실소유자임을 확인할 수 있는 문건을 직접 봤다는 말을 퍼뜨렸고 이 증언은 정권 핵심에까지 흘러 들었다. 이 와중에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학동마을' 로비사건이 터지면서 사건을 외부로 흘린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나돌면서 그는 정권으로부터 사퇴 압박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 8월 모 월간지와의 접촉을 통해 도곡동 땅 관련 사실과 정권의 사퇴압박에 대해 밝혔지만 당시 백용호 국세청장과 이현동 서울청장의 외압에 의해 기사화되지 못했다.

당시의 녹취록에 따르면, 이현동 서울국세청장은 모 월간지 관계자를 만나 안 전 국장에 대한 정권 차원의 압박이 있었음을 시인했고 서울지방국세청 4국과 본청 감사관실을 동원해 안 전 국장의 주변 인물들을 뒤졌다는 것이다.

안 전 국장은 그 이후로 11월 그림 강매 등의 혐의로 검찰에 구속됐으나 구속 전 도곡동 땅 의혹과 한상률 전 청장의 연임로비 의혹 등의 폭로 문건을 지인에게 전달했다. 이 문건에는 국세청을 비롯, 정부 기관들이 도곡동 땅 관련 보도를 막기 위해 로비를 벌였다는 내용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조배숙 의원도 감찰활동을 예로 들면서 월권행위에 대해 추궁하고 있다.

같은 당 조배숙 의원도 "이 후보자가 감찰에 관여할 수 없는 서울청장 시절에 월권해 고속승진을 한 것이 아니냐"고 추궁했고 이 후보자는 "안 전 국장에 대한 사퇴 방침과 관련해 일정 부분 간부로서 권유한 바는 있다"면서도 "감찰 활동과 사퇴 권유는 구분돼야 한다"고 일축했다.

초고속 승진의 배경이 이명박 대통령의 도곡동 땅 의혹 관련 보도를 차단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 후보자는 백용호 전 국세청장이 청와대 신임정책실장으로 자리이동하며 국세청장직에 올랐다. 12년만의 TK 인맥의 대표로 불리는 이 후보자는 경북 청도 출신으로 강동세무서장, 국세청 법무과장을 거쳤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는 인수위원회에 파견되기도 했고 이후 국세청 본청 조사국장과 서울지방국세청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지난 7월에는 백용호 전 국세청장에 의해 국세청 차장으로 발탁되면서 일찍이 차기 국세청장감으로 불리기도 했다.

이와 같은 의혹들을 해명하기 위해 민주당 및 야당 의원들은 이현동 후보자의 증인 자격으로 안권구 전 국장의 출석을 요구했지만 한나라당의 거부로 결국 이 후보자의 검증도 '부실 청문회'를 예고했다.

민주당 전병헌 의원은 "오늘 청문회에서 한나라당이 안원구 증인을 채택하지 않아 사실상 된장찌개에 된장을 풀지 않고 김치찌개에 김치를 넣지 않은 속빈 강정이 될 수 있다"며 "오후라도 안 전 국장을 출석시켜 이현동 후보자의 정치적 중립성과 도덕적 결함, 품격을 검증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한나라당 기획재정위 간사인 강길부 의원은 "안원구 전 국장은 현재 비리 사건으로 인해 구속돼 재판 받고 있고, 재판이 진행 중인 사람을 증인 채택하는 것은 재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맞지 않다고 본다"고 맞받아쳤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가 청문회 도중 이 후보자의 답변을 들으며 메모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이정희 대표는 이 후보자가 서울 사당동의 D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매입 가격을 1억원으로 신고했으나 당시 국세청이 고시한 기준시가는 1억3200만원, 부동산 포털 사이트가 고시한 시세는 최고 2억3000만원으로 신고금액과 최대 1억3000여만원의 차이가 난다며 세금 탈루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 후보자 측은 “당시 관행이었으며 세금을 탈루하지 않았다”고 항변했다.

이와 함께 이 후보자의 위장전입 사실도 알려지면서 도마 위에 올랐다. 이 후보자는 지난 2000년 11월 부인과 딸을 서초동 같은 동네, 다른 아파트로 주소지를 분리해 전입신고했다가 이후 6개월 뒤 다시 같은 주소로 주민등록을 옮겼다.

이 사실이 위장전입 의혹으로 불거지자 이 후보자는 지난주 국세청 대변인실을 통해 “자녀의 고교입학문제로 주민등록을 일시적으로 옮긴 적이 있다”며 이를 시인하고 “사려깊지 못한 일이었음을 국민께 사과한다”고 밝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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