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운동’ ‘대통령 하야’ 등 협박성 발언도...정교갈등 양상으로 확산

[투데이코리아=박한결 기자] 정치권의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한 이슬람채권(수쿠크)법 문제로 정치권이 기독교계와의 갈등으로 시끌벅적하다.

논란이 일고 있는 이슬람채권법은 이자 대신 투자 수익을 임대료나 배당금 형태로 받는 이슬람채권의 독특한 운영 방식을 고려해 이슬람채권의 투자 수익에 대한 과세를 감면해주는 법이다.

이슬람 국가들이 발행하는 채권으로 통하는 수쿠크는 채권임에도 이자 수익 자체를 용납하지 않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이자 대신 배당금으로 수익을 배분받게 된다. 이와 같은 방법은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가 돈을 빌려주는 대가로 이자를 받는 것을 금지하기 때문.

이에 수쿠크는 다른 채권에서는 낼 필요가 없는 양도세와 취·등록세 등의 각종 세금이 붙게 된다.

정부는 중동 자금의 유치를 위해 지난 2009년 수쿠크와 연계된 투자에 법인세 등 각종 세금을 면제하자는 것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정기국회에 제출한 바 있다. 하지만 일부 기획재정위원회 위원들의 반발에 부딪혀 재정위 전체회의에서 거부당하는 사태를 맞았다.

기어코 최근에는 기독교계의 강력한 반발까지 이어지면서 수쿠크법이 사실상 좌초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와중에 논란은 정치권과 종교계의 갈등으로 확산됐고 급기야 청와대에서는 “정·교 분리가 원칙”이라는 발언까지 나왔다.

수쿠크 논란으로 인해 정치권은 기독교계의 맹반발을 샀다. 길자연 한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 등 기독교계 인사들은 지난달 17일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를 만나 “수쿠크법에 찬성하면 낙선운동도 불사하겠다”는 취지의 말을 하면서 압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용기 여의도순복음교회 원로목사도 “이슬람채권법이 통과될 경우 이명박 대통령 하야 운동을 펼치겠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 같은 상황 속에 지난 3일 국가조찬기도회에서 길자연 대표회장이 이명박 대통령을 무릎 꿇게 한 통성기도를 이끈 것을 두고 '수쿠크 법안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 것도 최근의 논란으로 인한 해프닝에 가깝다.

뿐만 아니라 수쿠크 법안의 국회 소관 상임위인 기획재정위원들에게는 항의·협박성 메시지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한나라당 지도부는 수쿠크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지 않겠다고 의견을 모았고 민주당도 아예 법안을 폐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물론 정치권의 반발도 터져 나왔다. 이회창 자유선진당 대표는 조용기 목사의 '대통령 하야' 발언을 두고 “대통령을 협박하는 언동으로 정교분리에 반하는 위헌적인 발언”이라고 비판했으며 한나라당의 한 중진 의원은 “낙선운동을 운운하고 대통령 퇴진 운동까지 벌이겠다는 것은 정도를 넘어선 것”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이들에게도 불똥이 튀었다. 기독교계 단체인 '대통령을 위한 기도 시민연대'는 성명을 통해 “기독교계를 폄하하고 지도자들을 무시하고서도 정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회창씨의 교만은 하늘을 찌르는 듯하다”며 “오만불손한 이회창씨는 사과하고 정계를 은퇴하라”고 촉구했다.

또 “이회창씨의 기독교계에 대한 사과와 함께 정계은퇴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1200만 기독교인들과 함께 자유선진당에 대한 낙선운동은 물론이요, 이회창씨의 정계은퇴를 위한 운동에 착수할 것이다”고 했다.

또한 한국장로교총연합회도 “기독교인도 정치적 견해를 표현할 권리가 있으며, 수쿠크법안은 종교 이전에 경제 문제”라면서 공개토론을 제안했으며 이에 이회창 대표는 “조용기 목사가 나의 발언에 관해 나와 의견을 나눌 뜻이 있다면 언제든지 진지하게 의견 교환을 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수쿠크법이 사실상 좌초 상태를 맞았지만 그 과정에서 나타난 정치권과 기독교계의 갈등은 쉽게 가라앉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앞으로도 뜨거운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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