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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김민호 기자]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판사 김용섭)는 5일 정부 국정운영에 반대하는 내용의 '시국선언'을 발표한 혐의(국가공무원법 위반 등)로 기소된 정진후(54) 전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과 같이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같은 혐의로 기소된 전직 전교조 수석부위원장 김모(44)씨 등 조합원 23명에게도 원심과 같이 벌금 70만~20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전교조 부위원장 박모(48)씨, 조직실장 윤모(52)씨, 서울지부장 변모(51)씨의 집시법 위반 부분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시국선언을 통해 특정 정치세력과 연계해 정부를 압박한 것은 개인의 단순한 정치적 의사표현이라 볼 수 없다"며 "이는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 교원노조법 3조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교사들은 미래세대를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만들어야할 사람들이며 이들이 우리사회에 미치는 영향 또한 매우 크다"며 "이런 이들이 교원노조법 등 실정법을 위반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가볍지 않다"고 판단했다.

다만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는 사회의 평가에 따라 달라지는 상대적인 성질을 가진다는 점, 개인적 이익을 위해 이 사건 시국선언을 하지는 않았다는 점, 선언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집시법 위반 부분 무죄를 받은 박씨 등에 대해서는 "집회에 참석했다는 점만으로 공범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정 전 위원장 등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후 약 1달 뒤인 2009년 6월18일 서울 중구 정동 대한문 앞에서 "정부는 공권력 남용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국정을 쇄신하라. 헌법에 보장된 언론과 집회와 양심의 자유와 인권을 철저히 보장하라. 특권층 위주의 정책을 중단하고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정책을 추진하라"는 내용의 시국선언문을 발표한 혐의로 지난해 3월 불구속기소됐다.

당시 선언문을 통해 정 전 위원장 등은 '촛불시위 수사' 'PD수첩 수사' '용산 화재 사건' '비정규직 문제' '남북관계 경색' 등을 언급하며 대통령 사과, 국정쇄신, 언론·집회·인권·양심의 자유 보장, 사회적 약자 배려, 미디어법 강행 중단, 대운하 재추진 의혹 해소, 경쟁만능 학교정책 중단 등을 요구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9월 "정씨 등이 실정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자신들의 정치적 의사를 표현하는 것은 적법절차를 부정하는 것으로서 비난 가능성이 작다고 할 수 없다"며 정 전 위원장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나머지 조합원들에게는 벌금 70만~200만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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