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투데이코리아=국희도 칼럼] 진통제 감기약 소화제 같은 가정상비약을 편의점과 동네 슈퍼에서도 팔게 하는 약사법 개정안이 과연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까? 장담하건데 대답은 “노”다. 아니면 내 손에 장을 지지겠다.
이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던 27일, 여의도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장에서는 여야 의원들이 ‘가정 상비약의 슈퍼 판매’ 반대에 대해 모처럼 한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상황이 이러하니 개정안은 국회 통과는커녕 상임위 상정도 물 건너갈 판이다.
의원들은 해묵은 논리, 그래서 그 반박 논리도 수없이 반복해야 했던 이유를 또 찍어 붙였다.
“편의점에서 약 사먹고 부작용 생기면 어쩔겨?” “슈퍼에서 일반약을 사면 보험 적용이 안 돼 소비자 부담만 커진다니까” 등등. 차라리 고양이더러 쥐 생각하라고 해라.
선진국에서는 다 시행하고 있는 감기약 두통약 드링크제 등의 슈퍼 판매를 우리 선량(選良)들은 뭐가 그리 걱정이 돼서 이제껏 막고 있는지 도대체 이해가 안된다.
국회의원들은 한밤중이나 공휴일에 심한 몸살이나, 발열과 기침, 복통에 시달리다 혹시 문을 연 약국이 있는지 헤매본 경험이 전혀 없어서인가?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을 하는 사람은? 보통사람.
인간이 할 수 없는 것을 하는 사람은? 기업인.
인간이 해서는 안되는 것을 하는 사람은? 정치인.
얼마전 지하철 무료신문에서 읽은 이 우스개가 결코 우스개가 아니라는 생각이 요즘 부쩍 든다. 지난 부산저축은행 사태 때도 여야 의원들이 후순위 채권 예금자들의 돈까지 ‘전액 보상’해주자는 황당무계한 법안을 소위에서 통과시켰다가 개망신을 당했을 때도 “정치인들이란 게 인간이 해서는 안될 짓을 하는 종족들이구나...”하고 비분강개(悲憤慷慨)했던 기억이 난다.
어쨌든 이번 약사법 개정안을 두고도 ‘국민들을 위한다’는 이런 고양이 쥐 생각하는 논리로 진실로 국민들을 위한다면 절대 해서는 안될 ‘반대’를 위해 표를 던질 모양이다.
사실상 6만여 약사들을 대표하는 전국 단위의 대한약사회가 오랫동안 여야 의원들을 대상으로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것은 모르는 사람은 없다.
국회의원들은 자신처럼 낯짝 두꺼운 뻔뻔한 인물을 뽑아준 국민들을 내심 우습게 생각해서 이런 짓들을 하는지 모르지만, 소비자는 결코 우스운 존재가 아니다.
의원들이 주장하듯 박카스에 카르니틴이라는 성분이 들어서 그걸 오남용할까봐 슈퍼 판매를 막자는 모양인데,..아니, 차라리 그런 건 슈퍼 판매 안해도 대부분의 소비자는 상관 없다.
오히려 서민들은 드링크제보다는 해열· 진통제, 소화제 같은 가정상비약을 동네슈퍼에서 밤중이든, 공휴일이든 손쉽게 살 수 있기를 원하는 것이란 말이다.
국민의 71.2%가 찬성하고 있는 상비약 슈퍼 판매는 MB정권이 정권 초창기 때부터 추진해온 정책이기도 하다. 그런데 그동안 뭐하느라 질질 끌고 있다가 지금에야 개정안을 의결해서 하필 총선-대선을 코앞에 두고 표에 눈 뒤집혀 있는 국회의원들에게 보낸 것인지도 의문투성이다.
서비스산업의 규제 탈피와 일자리 창출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은 기존 시장 시스템을 개선하려고 들 때마다 이번 약사회처럼 막강한 이익단체들과 직역이기주의가 진입 장벽을 치고 버티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표를 얻기위해서 ‘인간(유권자)을 대표하는 인간’으로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일들을 서슴지 않고 해치우는 이런 정치인들이 계속 존재하는 한 정치권 자체를 단숨에 날려버리는 제2, 제3의 안철수 폭풍은 언제든지 재현될 것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