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판 터진 김정일 사망, 대통령 친인척 비리 의혹까지 흡수
[투데이코리아=박한결 기자] 총선과 대선이 연이어 치러지는 ‘2012년 정치 빅뱅’을 한 해 앞둔 2011년, 정치권은 혼란과 쇄신이 뒤섞였다. 특히, 안철수 교수의 등장과 박원순의 서울시장 당선은 정치권에 큰 충격을 준 사건이었다. 여야는 위기감을 느끼면서 변화를 모색하게 됐다. 여의도 정치 뿐 아니라 청와대도 힘든 시기를 겪었다. 집권 후반기에 접어들면서 대통령의 친인척과 측근들의 비리가 연이어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발생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은 모든 정치 이슈들을 빨아들였다. 이는 내년 선거에까지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당장, 대선 주자들은 물론 정치권은 정치 일정을 수정하고 나섰다.
김정일 북한국방위원장 사망
12월17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야전열차 안에서 중증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되고 심한 심장성 쇼크으로 사망했다. 지난 1998년 김일성 주석 사망 이후 국방위원장으로 김정일 시대를 연 지 13년 만이자, 1974년 공식 후계자로 지명된 이후 37년 만이다. 이에 따라 한반도 정세도 대격랑 속에 출렁이고 있다. 이처럼 북한 김 위원장의 사망이라는 예기치 못한 급변 사태로 향후 남북한 정세는 어디로 향할지 시계제로의 상태로 변하고 있다. 특히 남북관계와 북핵 6자회담 재개 동향은 올 스톱되고, 북한 내부체제 정비를 둘러싼 극도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동북아 정세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김 위원장의 사망은 내년 4월 총선과 12월 대선 등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김 위원장 사망이 모든 정치이슈를 집어 삼키는 블랙홀 역할을 하면서 정치권 일정에 대한 수정 또한 불가피해졌다.
안철수 신드롬과 대권 지각변동
내년 실시될 제18대 대통령선거 여야 유력 후보 가운데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급부상은 올해 대권구도에 일대 지각변동을 가져 왔다. 안 원장은 9월6일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한 뒤 대선을 앞두고 대세론을 형성했던 박근혜 대표의 아성을 허물고 있다. 정치권에선 대세론이 이미 허물어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 뿐만 아니라 안 원장은 재산 일부 사회환원 등 독자 행보를 이어가며 대선 지지율 1위를 지키고 있다. 공식적으로 제3신당 창당과 총선 출마 가능성을 부인했음에도 불구, 정치권과 언론은 안 원장의 일거수 일투족에 이미 정치적인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여야 대권 주자들의 행보도 궤도수정이 불가피해 졌다. 2007년 대선 이후 신중 행보를 거듭하던 박 전 대표는 침묵을 깨고 당 쇄신의 전면에 나섰다.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 정동영, 정세균 전 최고위원,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 등 야권 주자들은 야권통합을 통해 지지율 정체의 돌파구를 찾고 있다.
‘살아남자’ 쇄신열풍
정치권에 대한 국민의 거부감이 극대화되면서 쇄신열풍이 뜨겁다. 안철수, 박원순 등의 등장으로 위기감을 느낀 정치권이 “모두 바꿔야 산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는 것. 한나라당의 경우, 쇄신파는 홍준표 체제를 허물고 박근혜 전 대표를 전면에 나서게 했다. 이에 내년 총선을 앞두고 인물교체가 대거 이뤄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위기감을 느낀 것은 야권도 마찬가지다. 민주당은 당내 터주대감인 호남세력들의 반발을 뒤로 한 채 시민사회단체와 손을 잡았다. 쇄신열풍은 내년 총대선을 앞두고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불붙은 복지 논쟁
‘가구소득 하위 50%에게만 혜택을 줄 것인지, 모두에게 줄지’를 물었던 서울시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올 한해 우리 사회를 뜨겁게 했던 복지논쟁의 승패를 가르는 상징이었다. 하지만 동시에 투표결과는 논쟁의 종결이 아닌 시작을 알리는 화두였다. 복지논쟁의 1라운드는 선별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는 문제였다. 결과적으로 오 전 시장이 물러나고 보편적 복지를 지지하는 범야권 박원순 후보가 시장으로 당선되면서 보편적 복지의 외연은 더욱 확대되고 있다. 당장 실행이 쉽지 않아보이던 반값등록금이 내년부터 서울시립대에서 구현되면서 앞으로 우리사회에 미칠 파급력에 기대어린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박 시장은 ‘복지’를 앞세워 무상급식 확대, 국ㆍ공립어린이집 확충, 공공임대주택 확대와 같은 사업에 예산을 과감하게 편성하면서 복지정책 드라이브를 걸고자 한다. 하지만 올해 나타났던 복지논쟁은 내년에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내년 대선의 최대 화두로 경제와 함께 복지가 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박원순 당선’과 정당정치 위기
2011년 벽두부터 서울시정은 무상급식으로 출렁였다. 6·2지방선거로 서울시의회 다수당이 된 민주당이 지난해 말 무상급식 조례를 통과시키자 오세훈 시장은 시정협의 거부와 무상급식 주민투표 제안으로 맞섰다. 투표율 미달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대한주민투표 개표조차 불투명해지자 수세에 몰린 오 시장은 ‘시장직 사퇴’라는 배수진을 쳤지만 이는 두고두고 무리수가 됐다. 주민투표 지원의 강도를 놓고 한나라당 지도부가 사분오열 되고 민주당이 당력을 집중시키면서 8월24일 주민투표는 개봉도 못한 채 결국 오 시장의 패배로 마무리됐다. 이후 유력한 시장 후보로 떠오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후보직 양보라는 최대 우군을 등에 업은 박원순 후보는 시민사회 진영 인사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고 야권단일화 후보로 본선에 나서 결국 한나라당 나경원 후보를 압도적 표차로 제치고 서울시장직을 거머쥐었다.
한·미 FTA, 4년4개월만에 비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이 지난 11월 22일 국회를 통과했다. 2007년 6월 30일 당시 노무현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이 한·미 FTA 협정문에 공식 서명한 지 4년4개월 만이다. 한·미 FTA는 협상 개시부터 비준까지 논란에 논란을 거듭했다. 국내에서는 농업·문화분야를 이유로, 미국에서는 자동차 문제 등을 이유로 반대가 극심했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출범 초기 한·미 FTA와 연계된 미국과의 쇠고기 수입협상을 타결했고, 이는 대규모 '촛불집회'로 이어졌다. 이후 오바마 행정부는 2009년 1월 자동차 분야의 재협상을 요구했고, 지난해 12월에는 재협상이 이뤄져 우리나라로부터 추가 양보를 얻어냈다. 미국 의회는 지난달 13일(한국시간) 이행법안을 처리했고, 우리 국회는 3일 비준동의안을 처리함에 따라 양국의 비준 절차는 모두 종료됐다.
저축은행 비리, 청와대 주요인사도 연루?
대다수의 국민들은 일년 내내 서민들의 보루 역할을 해온 저축은행의 '배신'에 치를 떨어야 했다. 고객들이 맡긴 9조원대 예금을 마음대로 주무르며 제 잇속만 차린 부산저축은행그룹 경영진은 물론, 그들의 비리를 감시했어야 할 감사들이 줄줄이 재판에 넘겨진 것은 그저 시작에 불과했다. 상·하반기에 걸쳐 영업정지된 저축은행의 경영진 대다수가 대동소이한 형태의 비리로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랐고, 금융감독원과 저축은행의 비리 커넥션이 속속 드러났다. '로비스트'를 끌어들여 비리를 감추려 했던 경영진의 '발악'은 광범위한 정·관계 로비로 이어졌다. 대통령의 측근이 '비리 사슬'에 엮이더니 끝내는 영부인의 사촌이자 이명박 대통령의 사촌처남, 대통령의 손윗동서 등 대통령의 친인척까지 이름을 올렸다.
과연 실체는?…선관위 홈피 디도스 공격의혹
10·26 재보궐 선거날 아침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가 마비됐다. 디도스(분산서비스거부·DDoS) 공격 때문이었다. 선관위 홈페이지는 이날 오전 6시께부터 오전 8시32분까지 접속불능 상태가 됐다. 경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했다. 수사는 한나라당 최구식 의원 전 비서 공모(27)씨 등 4명이 검거되면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그러나 짧은 수사기간과 공씨의 진술에만 의존한 수사는 한계를 드러냈다. 공씨의 우발적 단독범행으로 결론나면서 부실수사 논란이 일었다. 사건이 검찰에 송치된 후 박희태 국회의장 전 비서 김모(30)씨와 공씨, 디도스 공격 실행자 강모(26)씨 사이에 금전거래 사실이 밝혀졌다. '돈 거래는 없었다'는 경찰 수사결과 발표를 뒤집는 것이었다. 경찰은 대가성이 없다고 했지만 하루만에 '가능성이 있다'고 번복했다. 은폐 의혹만 부채질했다. 청와대가 경찰 수뇌부에 압력을 행사, 디도스 공격 이전 한나라당 관계자들과 해커들간 금전거래 상황을 언론에 발표하지 않도록 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결국 이번 사건의 배후 규명은 검찰의 몫으로 남게됐다.
레임덕 이끄나?…대통령 측근 비리
이명박 대통령은 올 한해 측근비리와 내곡동 사저의혹이 불거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샀다. 이 대통령 내외가 퇴임 후 거주할 내곡동 사저부지 일부가 장남 이시형씨 명의로 매입된 사실이 밝혀지면서 온갖 의혹이 불거졌고, 여기에 시형씨가 매입한 곳이 공시지가보다 싸게 구입된 것이 알려지면서 ‘다운계약서’ 논란이 일었다. 또한 시형씨가 매입한 사저건물의 공시지가가 1년 새 16억 원 가량 떨어지면서 세액을 줄이기 위한 의도적인 공시가격 축소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임기 중 측근 비리는 없다”고 공언한 이명박 대통령은 연이은 측근비리와 친인척 비리로 국민적 질타를 받아야만 했다. 뿐만 아니라 김두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관련 금품수수 혐의로 구속 수감됐으며, 신재민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은 SLS그룹 이국철 회장으로부터 억대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김윤옥 여사의 사촌오빠 김재홍 KT&G복지재단 이사장은 제일저축은행으로부터 수억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으며, 특히 이명박 대통령의 친형 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실의 ‘괴자금’에 대한 대대적인 검찰수사가 진행되고 있어 향후 이 의원을 비롯한 대통령 측근비리는 더욱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태다.
야권발 정계개편
내년 총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의 지형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야권발 정계개편인 셈이다. 그간 사분오열됐던 야권은 크게 두 개의 세력으로 나눠졌다. 민주당과 ‘혁신과 통합’ 중심의 시민통합당이 통합에 합의하면서 민주통합당이 새롭게 출범했고, 이에 앞서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그리고 진보신당 탈당파인 새진보통합연대도 통합진보당으로 통합을 이뤘다. 야권통합 과정에서 주목할 만은 점은 그간 절치부심하던 친노(친노무현)가 부활하고 있다는 것. 통합의 주도권을 쥐면서 정치권의 핵으로 급부상한 친노진영은 민주통합당의 주축으로 떠올랐다. 진보진영의 경우 그간 섞일 수 없이 보였던 민주노동당과 유시민 대표 세력의 통합이 이뤄졌다. 여기에 노회찬, 심상정 등 진보신당 인사들의 참여가 이뤄지면서 내년 총선서 ‘진보 드림팀’을 구상할 수 있게 됐다. 이는 민주당과의 연대협상에서도 쉽게 밀리지 않는 판세를 만들었다는 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