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남이가?”식 몰아주기는 옛말…與 두자릿수 의석 내줄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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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강주모 기자] TK·PK로 이어지는 영남권은 예로부터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의 텃밭으로 정평이 나 있다. 실제로 전체 67개 지역구 중 야권의 의석수가 4개인 점을 보더라도 영남권은 온통 여권 일색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새누리, 공천에서부터 민심이반

하지만 이번 4·11 총선에서는 작금의 영남권 정치지형도가 지각변동을 일으키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무게를 얻고 있다. 새누리당이 공천과정에서 특정 계파에 치우친 공천했다는 이른바 '공천학살' 주장이 나오는 등 잡음이 끊이질 않았다. 특히, 전략지역 선정을 두고서는 수도권·영남권 등을 불문하고 현역 의원들과 지역인사들을 들러리로 내세우고 전혀 연고도 없는 비례대표들을 지역구에 전략공천하는 '돌려막기 공천'을 자행하기도 했다.

이 같은 구태정치에 염증을 느낀 TK·PK 민심은 이번 선거만큼은 제대로 심판해 주겠다며 '맹목적인 퍼주기'를 하지 않겠다는 분위기마저 감지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지난해 영남권 신공항 문제와 부산저축은행 사태 등 현 정부의 국정운영에 이렇다할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새누리당의 발목을 잡을 태세다. 과연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은 영남민심의 선택을 고스란히 받을 수 있을까?


-"우리가 남이가?"식의 몰아주기 선거행태는 옛말

우선, 과거 선거 때마다 되풀이됐던 '우리가 남이가?', '그래도 한나라당밖에 없잖아'라는 식의 몰아주기는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새누리당 소속이 아닌 다른 야권 후보들에게 국회 의석 한 두석 정도를 내주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선택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로 일부 무소속 후보들 중에서는 새누리당 후보와 견주어보더라도 전혀 경쟁력이 떨어지지 않는 인사들도 많다는 평이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학력이나 경력 등 일부 스펙에서 약간 열세를 보이더라도 지역 민심이 요구했던 지역 밀착성과 열정, 지역 현안 이해도 등에서 우세한 후보가 더 낫다는 얘기다. 일부 무소속 후보들이 '고춧가루'를 뿌리는 데 성공할 경우, 새누리당은 상당수 의석을 고스란히 내줄 수도 있다.

'박근혜 마케팅 효과' 역시 예전같지 않다는 점도 새누리당에게는 약점으로 작용될 전망이다. 정치권에서는 박 선대위원장을 '선거의 여왕', '대선주자 0순위'라며 높이 평가하고 있지만, 과거와 달리 지역 유권자들은 '총선은 총선이고 대선은 그 때 가서 보자'며 관망세를 보이고 있다.


-문재인·문성근 등 盧風, '태풍의 눈으로'

여기에다가 한때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의 여론조사 조작 논란이 있긴 했지만, 친노 인사들의 파워도 예상했던 것보다 상당한 만큼 '의외의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특히 부산·경남 지역의 친노계 인사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특히, 부산 사상에 출마한 문재인 후보는 계속되는 여론조사 결과 새누리당 후보로 나선 손수조 후보에 더블스코어 차이 이상으로 앞서는 등 순항하고 있다. 애초부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라고 불릴 정도로 기대조차 하지 않았지만 문 후보의 승산은 이미 기정사실화되어가는 분위기다.

사상구에서 문 후보의 승리는 사상지역 한 곳의 승리가 아니라는 데 주목해야 한다. 부산 사상 지역구는 TK와 PK로 이어지는 '낙동강벨트'로 평가되는 지역으로 '문재인 바람'이 인근 후보들의 판세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문 후보 외에도 김경수(김해을), 문성근(부산 북강서) 등 '친노의 남자'들도 새누리의 아성을 넘을 태세다.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을 지냈던 김 후보는 여론조사 결과 새누리당 김태호 후보와 박빙구도를 형성하고 있지만, '盧성향'이 짙은 지역을 돌며 '노무현의 남자'임을 강조하는 등 표심잡기에 여념이 없다. 이 지역은 새누리당 김 후보와 1:1일 단일구도인 만큼 100~200표의 적은 표 차이로도 명암이 엇갈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부산민심, "지역주의요? 옛말입니더"

새누리당 김도읍 후보도 배우 출신의 야권후보로 나선 문성근 후보와 한판 대결을 벼르고 있지만 만만치 않다.

실제로 부산 북강서을 지역 유권자들도 ‘더 이상 지역주의는 없다’며 문 후보에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이 지역 재래시장에서 10년째 분식집을 운영하는 이모(女·47) 사장은 “지역주의는 옛말입니더. 이제는 당만 보고 안 찍고 인물 보고 찍을 거라예. 사실, 그래서 이번 선거가 더 고민입니더”라고 말했다.

이에 비해 50~60대의 중장년층은 아직은 ‘준비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이들 사이에서는 노란색 자켓의 문 후보를 보고서는 대다수가 탐탁지 않은 표정을 짓거나 냉랭한 표정을 짓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젊은층으로 내려갈수록 노란자켓에 대한 반감은 확실히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대학생이라고 밝힌 박모(남·25)씨는 “저희같은 젊은 사람들은 새누리당 별로 안 좋아해요. 이제 부산도 바뀌어야죠”라며 ‘대반란’을 예고했다. 이번 총선에서 영남권은 물론, 전국적으로 젊은층과 부동층의 투표가 명암을 좌지우지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여야는 이들을 끌어안기 위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민주통합당 등 야권은 이 같은 달라진 지역민심과 '젊은층'을 등에 업고 ‘두자릿수 의석’을 기필코 차지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새누리, 의석 두 자릿수 내준다면, 대선도 '빨간불'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의 이택수 대표는 “진보진영이 PK 지역에서 10석 안팎을 얻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이번 총선에서 야권이 두 자릿수 의석을 확보한다면 대선가도에서 중요한 교두보를 확보하게 된다. 새누리당도 영남권에서 두 자릿수의 의석을 잃게 될 경우, 아무리 박근혜 선대위원장이 ‘선거의 여왕’이라 하더라도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는 만큼 총력전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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