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려막기 등 일부 지역 잘못된 공천으로 총선 패배 우려 목소리 높아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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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강주모·박기호 기자] 4.11 총선거가 닷새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전국 246개 지역구에선 각 후보들의 피를 마르게 하는 전쟁이 치러지고 있다.

이번 19대 총선은 앞서 치러진 17, 18대 총선과는 다른 양상으로 흘러가면서 여야 모두 힘겨운 싸움을 펼치고 있다.

17대 총선의 경우 열린우리당(민주통합당 전신)이 152석, 18대에선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이 153석을 휩쓸며 다수당이 됐다. 17대 때는 탄(핵)돌이, 18대의 경우 타운돌이라는 신조어가 생길만큼 대형이슈가 미리 발생해 선거전이 급격하게 기울었었다면 19대 총선에선 바람몰이를 할 만한 큰 사안은 생기지 않았다.

이 때문에 정치권은 선거 전부터 공천에 공을 들여왔다. 하지만 최근 선거의 흐름을 볼 때 후보를 잘못 골라 패배를 자초하는 지적이 일만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일부 지역의 경우 각 정당 공천에서 탈락하자 무소속으로 출마해 공천을 받은 후보를 앞서고 있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한 석이 아쉬운 판에 지지층을 분산시키면서 상대당 후보한테 ‘어부지리’를 안겨주기도 한다.

전략 공천 받은 나성린, 정진석 다소 열세

부산진갑에 공천장을 냈던 정근 후보는 공천위의 공천결과에 불복해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이 지역은 비례대표인 '친박' (친 박근혜)계인 나성린 의원이 공천위의 선택을 받아 새누리당 후보로 나선 곳이다. 현재 서면과 함께 부산권 최고의 박빙지역으로 꼽히는 이 지역은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민주통합당 김영춘-나성린-정근 후보 순으로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그림상으로 볼 때 새누리당 나 후보에게 몰릴 표가 정 후보에게로 몰려 상대 후보에 허용오차 내 근소한 차이로 밀리고 있는 형국이다. 당장, 10~100여표가 아쉬운 상황에서 탈당 후 무소속으로 나와 오히려 "표심 갉아먹기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지난달 13일, 새누리당 공천위는 서울 중구 등 수도권 일부 전략지역과 호남을 중심으로 한 18개 지역구의 공천자 명단을 발표했었다. 당초 중구에는 지난 해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의원직을 사퇴했던 나경원 전 의원과 신은경 전 KBS 앵커가 신청해 경쟁을 벌이다가 정진석 전 청와대 정무수석으로 돌연 재배치됐다. 정 후보는 그의 고향인 충남 공주에 공천을 신청했지만 박종준 전 경찰청 차장에 밀려 공천을 받지 못했다. 공심위의 선택을 받지 못한 정 후보는 결국 중구로 전략공천돼 민주통합당 정대철 상임고문의 아들 정호준 후보와 대결하고 있지만, 정호준 후보에 다소 열세인 상태다.

배은희·김정·허준영·손숙미 등 ‘돌려막기’ 다반사

새누리당 돌려막기의 ‘최대수혜자’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배은희 의원(비례대표)의 공천도 논란거리다. “용산에서 30년을 산 용산의 딸”을 자처했던 그였으나 정작 공천위는 경기 수원을로 배치했다. 30년 용산의 딸이 ‘원칙도 없이’ 하루아침에 수원의 딸로 바뀐 셈이다. 배 후보는 민주통합당 신장용 후보와 공천과정에서 탈락하자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정미경 후보와 접전을 펼치고 있다. 배 후보의 지지율을 무소속으로 나선 정 후보가 잠식하고 있는 만큼 배 후보의 당선도 위태위태한 상황이다.

여론조사에서 수위를 차지했던 유정현 의원을 배제하고 김정 의원을 투입한 서울 중랑갑 지역도 논란은 마찬가지다. 중랑갑은 전국 유일의 새누리·민주통합당의 공천 불복 인사들이 무소속으로 출마해 4파전을 벌이고 있는 지역으로 서영교(민)-유정현(무)-이상수(무)-김정(새) 순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허준영 전 코레일사장도 서울 강북의 대표지역구 중 하나인 노원병으로 낙점됐다. 그는 지난 2월말, 강남을에 예비후보로 등록해 "강남의 자부심을 살리겠다"며 강남권에서 선거운동을 해 오다 급작스레 노원으로 이동 배치됐다. 당시 허 후보는 민주통합당 전현희 의원의 출마를 제지했던 정동영 후보와의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10%p 앞서는 등 나름 휘파람을 불고 있었다. 하지만, 공천위는 김종훈 전 통상교섭본부장을 이 지역에 전략공천하면서 허 후보를 노원병 지역으로 옮겼다.

서울 강동에 출사표를 던졌던 노철래 의원도 아무 연고도 없는 경기 광주에 전략공천돼 돌려막기 공천이라는 비아냥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더구나 노 후보 역시 민주통합당 소병훈 후보와 허용오차 내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승부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노 후보의 선거운동 홈페이지에는 한때 “강동을 위해 일하겠다”는 약속과 “광주를 위해 뛰겠다”는 웃지 못할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었다.

부천 원미을 공천장을 받아든 손숙미 의원(비례대표)도 당초 부산 중·동구에 공천을 신청했었다. 하지만, 현역 지역구 의원이었던 정의화 후보가 공천되자, 해당 지역의 이사철 의원을 밀어내고 부천으로 다시 재배치됐다.

새누리당 경기도당 관계자는 "후보 돌려막기는 엄격히 볼 때 지역구민을 무시하는 처사로 비칠 수 있다"며 공천위의 공천에 대해 에둘러 우려를 표했다.

분위기 좋았던 민주당, 어렵게 총선 이끌게 된 시발점은 ‘미숙한 공천작업’

당초 4.11 총선을 앞두고 민주통합당의 분위기는 좋았다. 선거 전 본지와 통화한 수도권 지역의 예비후보자들은 민주당에 우호적인 바닥민심을 전했다. 당시 한 예비후보는 “현정권에 대한 불만이 가득한 상황”이라면서 “민주당에는 너무나 좋은 선거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삐걱거렸다. 시작은 지도부의 공천작업이었다. 분위기 좋은 민주당 공천을 받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이어졌고 당내 세력 간 지분싸움도 끊이지 않았다. 그 결과 민주당에 우호적인 여론이 등을 돌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공천 결과가 나오면서 후보자들을 내세웠지만 지역민들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그간 민주당 깃발만 들고 나서도 당선이 안정권이라던 호남지역에서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들의 출마는 지도부의 공천이 잘못됐다는 지역민심을 반영하는 듯하다. 게다가 민주당 표가 갈리면서 새누리당 후보까지 약진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민주 관계자 "호남지역서 5석 안팎 잃게 될 수도 있어"

현재 호남지역에선 민주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나선 현역의원은 총 7명이다. 광주에선 박주선(동구), 조영택(서구갑), 김재균(북구을) 의원이 전남에선 최인기(나주화순), 김충조(여수갑) 의원, 전북에선 조배숙(익산을), 신건(전주 완산갑) 의원이다. 또한 그간 민주당 복당을 꾸준히 요구했던 유성엽(전북 정읍) 의원도 끝내 뜻을 이루지 못하다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이 가운데 공천을 두고 가장 시끄러웠던 광주 서구갑은 혼전 양상이다. 민주당이 박혜자 후보를 공천하자 반발, 당을 탈당한 조영택, 송갑석 후보가 뛰어든 것. 여기에 그간 광주 지역에서 민주당에 눌려 명함도 내밀지 못했던 새누리당 출신의 무소속 정용화 후보도 뛰어들었다. 최근 ‘전남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선 무소속 조영택 후보가 25.3%의 지지율로 20.8%를 얻은 박혜자 민주당 후보를 4.5%포인트 앞섰다. 무소속 정용화 후보는 16.3%, 무소속 송갑석 후보는 16%로 그 뒤를 이었다

전남지역 최대의 공천잡음이 일었던 전남 나주·화순 선거구에선 무소속의 최인기 후보가 민주당 배기운 후보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일보 여론조사에서는 최인기 후보(44.1%)가 민주당 배기운 후보(34.2%)를 오차범위 이상 9.9%포인트 가량 앞섰다. 또한 광주일보 여론조사에서도 최인기 후보가 39.9%, 배기운 후보가 34.4%의 지지율을 보였다.

전북지역 역시 무소속 유성엽 후보가 민주당 장기철 후보를 앞서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새누리당 정운천 후보(전북 전주시완산구을)도 새누리당 후보의 호남권 당선이라는 대박을 칠 기세다. 정 후보는 새전북신문이 4일 보도한 여론조사에서 35.7%를 기록해 민주통합당 이상직(31.5%), 통합진보당 이광철(19.7%) 후보를 앞섰다. 이 신문이 지난달 26일 실시한 1차 여론조사에서는 정 후보 30.5%, 이상직 후보 31.1%였다.

정치 신인인 민주당 이상직 후보와 이곳에서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을 지낸 통합진보당 이광철 후보가 나서면서 야권표가 갈렸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 전북에선 지난 1996년 강현욱 전 전북지사가 신한국당 후보로 군산을에서 당선된 이후 새누리당 성향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다.

이 같은 상황과 관련,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5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현 상황만을 놓고 볼 때 호남지역에서 5석 안팎을 잃게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탈당 후 무소속 출마자가 군데군데서 발목 잡을 듯

호남지역뿐 아니라 타지역에서도 민주당의 공천이 잘못됐음을 증명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다. 민주당은 총선을 앞두고 통합진보당과의 연대를 위해 일부 지역을 양보하거나 경선을 통해 후보를 냈다. 이 가운데 서울 관악을 지역의 경우 민주당 소속이었던 김희철 의원이 경선 결과에 반발, 탈당해 무소속으로 나섰다. 경선 과정에서 통합진보당 측의 부정 의혹이 제기됐으나 민주당은 거국적인 연대 방침으로 인해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한 채 통합진보당의 손을 들어주고 말았다. 현재 여론조사 추세를 살펴보면 김희철 후보가 통합진보당 이상규 후보를 앞선 상황이다. 야권표가 갈리면서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가 1위를 하는 여론조사도 나오고 있다.

이택수 리얼미터 대표는 “20~40대는 통합진보당 이상규 후보를 많이 지지하고 있었고, 50~60대 이상은 새누리당 오신환 후보와 무소속 김희철 후보로 양분되고 있었다”며 “야권 분열 때문에 새누리당 후보가 어찌 보면 어부지리로 당선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또한 서울 강남권에서 민주당이 24년간 지켜왔던 송파병 지역도 자칫하면 내줄 위기다.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새누리당 김을동 후보가 민주당 정균환 후보를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역구 세습’ 논란이 일었던 충북 보은·옥천·영동에선 새누리당 박덕흠 후보가 타후보들을 제치고 앞서가고 있다. 충북 보은·옥천·영동은 현역 최고령인 5선의 이용희 의원의 지역구다. 이 의원은 18대 총선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지 못하자 자유선진당으로 당적을 옮겨 금배지를 다는 저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이 의원은 민주당으로 당을 옮기면서 아들에게 지역구를 넘겨줬다. 이 의원을 의식할 수밖에 없었던 민주당은 이 의원을 공천하게 됐다.

오는 11일 결과가 나오겠지만 현재까지 추세는 새누리당 후보가 앞서고 있다. 지난 4일 중앙일보가 보도한 여론조사에선 새누리당 박덕흠 후보가 25.6%, 민주당 이재한 후보 15.9%, 새누리당 당원협의회 위원장을 지냈던 무소속 심규철 후보가 14.3%였다. 여권표가 갈린 상황에서도 밀리고 있는 것이다.

여권표가 갈린 수원을 지역과 춘천도 여권표가 갈린 상황에서도 고전하고 있다. 수원을에선 새누리당 현역 의원인 배은희 후보와 공천 탈락에 반발해 출마한 정미경 후보가 출마했다. 민주당에선 신장용 후보를 내세웠다. 여권 성향의 두 현역의원이 출마했으나 현재 판세는 초박빙의 3파전이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와 2011년 강원지사 보궐선거에서 강한 야권성향을 보였던 강원도 춘천에서도 민주당의 승리가 쉽게 점쳐지고 있지 않다. 새누리당 공천에서 탈락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현역의 허천 의원이 여권표를 분산시키고 있지만, 새누리당 김진태 후보와 민주당 안봉진 후보가 경합양상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최근 기자와 만나 “만약 총선에서 패배하거나 중요 지역을 빼앗겼을 때는 지도부가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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