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락 위에서 보내는 2시간…정(情)다운 추억이 폴폴


100.jpg[투데이코리아=차연화 기자]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나도 모르게 부르는 이름은 바로, "엄마"다. 우리에게 있어서 "엄마"라는 존재가 주는 아늑함과 평온함은 태초부터 익숙하다. 바로 오늘 찾아가는 곳은 엄마 품 속 같은 아늑함이 존재하는 "슬로우 시티". 부산 서면 카페 골목에 위치한 슬로우 시티는 주 사업이었던 1층 옷가게보다 2층 다락방이 유명해져 1층까지 카페가 된 사례다. 슬로우 시티보다 "다락다방"으로 불리는 게 더 어울리는 카페, 그곳은 주인 안설희씨(28)를 쏙 빼닮았다. 그녀를 닮은 다락다방으로 당신을 초대한다.

◆ 그 이름도 정겨운, "다락" 다방!

가끔은 시끌벅적한 도시 속 일상을 벗어나, 잠시라도 한적하게 휴식을 취하면서 여유 부릴 수 있는 작은 쉼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당신에게 적극 추천한다. 가게에는 빈티지풍의 소품, 소녀감성이 물씬 풍기는 아기자기한 소품들,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는 조명‧쿠션과 감성을 자극하는 음악선곡이 있다. 이런 다락다방만의 매력을 알아보고 호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다방의 전반적인 분위기에 "여성을 주로 공략한 카페인지?"라고 묻자 그녀는 "주로 여성분들이 많이 찾아와요"라고 했다. 여자 친구끼리 혹은 연인들이 자주 찾으며, 남자끼리 오는 경우는 서로가 같이 오기 쑥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고 덧붙였다.

손님들이 다락다방을 자주 찾는 이유에 대해 묻자, 그녀는 "아마도 다락방이 주는 아늑함, 안락함 때문일 것 같다"고 답했다. 이에 반해 "프랜차이즈 카페(편한 것을 추구)좌식 에 비해 고개 숙이고 올라다는 다락방의 불편함 추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그녀는 웃으면서 "그게 재밌죠. 비밀의 공간 같잖아요."라고 말했다. 아마 그녀도 사람들이 다락방을 좋아할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다락방이미지 때문인지 다락다방이 하나의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한다고 그녀는 생각하는 듯 했다. 그래서 그녀는 다락을 빌려줄 생각을 했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2층 다락은 평균 2시간 이용 가능하지만 그 이상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면 미리 예약할 때 말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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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락 다방은 제 자식이나 마찬가지에요."

다락다방은 주인 안설희씨를 닮았단 느낌이 들었다. 2층 다락방에 올라갈 때면 신발을 벗고, 고개를 숙이고 들어 가야한다. 그 정도의 불편함을 감수해야 느낄 수 있는 안락함이다. 주인인 그녀 역시 다락방을 이용하는 손님 한 분 한 분에게 신경을 쓴다. 혹여 올라가다 머리를 부딪치지 않을까?, 내려오다 발을 헛딛지 않을까? 이런 고민을 할 정도로 배려심이 깊다. 원래 테이블이 두 개였으나 세 개로 늘였고, 손님 간에 불편하지 않게 테이블 사이에 칸막이를 세운다거나, 밤에는 간접조명을 켜는 등과 같은 배려는 다락다방에 쏟는 그녀의 관심어린 애정의 일종이다. 다락방 구석구석도 자세히 살펴보면 그녀의 이런 마음씀씀이가 아기자기하게 표현되어있다. 이걸 알아채지 못했다면 다락다방 음식 서비스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주문했던 음식을 받을 때면 아기자기한 소품‧리본장식, 갈은 과일까지 빨아먹기 좋게 통 넒은 빨대와 얼음 먹기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숟가락까지. 이런 세심한 배려에서 손님은 마음이 끌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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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컴퓨터공학과 출신으로 대학을 졸업하고 국내 3대통신기업S사에 들어가 빠른 시일내 부서이동을 해 힘든 생활을 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돈을 많이 벌면 뭐하나, 하루를 살아도 하고 싶은 일을 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싶기도 하고, 뭔가에 얽매이는 게 싫었다는 그녀는 과감하게 회사를 나왔다. 그녀의 확고한 신념을 알았던 탓인지, 그녀를 믿었던 탓인지 부모님과 주변 지인들은 그녀를 말리기보단 오히려 격려해줬다. 그녀는 그때 한 선택을 지금도 후회하지 않는다고 했다. 현재 그녀는 카페를 운영하면서도 마음이 내키는 대로 시간을 자유롭게 내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회사를 다니면서 힘들었던 경험이 바탕이 돼서 그런지 그녀는 '8평'짜리에서 시작한 "다락다방"을 제 자식처럼 소중하게 생각했다. 곧 결혼적령기에 든다는 그녀는 결혼한다해서 자식 같은 다락다방을 어떻게 버릴 수 있겠냐며, "절대 다락다방의 문을 닫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 다락다방이 가진 매력을 말한다?


아무래도 다락다방은 10-20대가 주로 찾는 카페이다. "다락방"이 가진 가치를 먼저 알아챈 그녀도 다락방이 가진 이면에 대해 인정하는 듯 했다.

"다락방은 불편하면서도 편안함을 줘요. 그게 매력이죠.
그래서 30-40대 분들은 이용하는 게 힘드신지 주로 테이크 아웃(Take out)하시는 편이에요."

다락방도 매력적인 소재였지만, 안설희 그녀만의 다락다방으로 만드는 데는 많은 정성이 들었다. 지금 흘러나오는 명곡들은 모두 직접 그녀가 모두 들어보고 정한 곡들이다. 낮과 밤에 트는 곡이 구별되어 있다. 다락다방의 매력 포인트를 물어보자, 그녀가 자신있게 "음악"을 내세웠다. 다락다방을 이용하는 많은 손님들이 그녀에게 선정하는 곡명을 알려달라거나 음원을 달라고 할 정도로, 손님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는 듯 했다. 음악 때문에 친분을 쌓은 사람들도 꽤 많을 정도로. 음악처럼 조명도 남과 밤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SDC12269.JPG커피마니아들은 다락다방의 커피 맛이 다른 카페보다 싱겁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커피제조전문기계가 아닌 탓이기도 하겠지만. 커피보다 과일에 좀더 신경 쓰는 그녀는 "다락다방을 찾는 단골손님들은 과일로 만든 음식을 좋아해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렇다면 과일로 유명한, 다락다방의 인기메뉴는 바로 생 레몬 에이드와 블루베리 요거트다. 이 둘이 가장 잘 나간다고 한다.

이외 다락다방에서만 맛 볼 수 있는, 안설희씨가 직접 개발해 만든 음식으로 "스노우 에스프레소 범벅"이 있다. 이는 얼음과 에스프레소 위에 설탕과 사탕을 얻은 일종 커피 사베트다. 그녀는 음식 만드는 것을 즐긴다고 한다. 그래서 처음에 메뉴 개발할 때 많이 연습을 한 결과물이 지금의 메뉴라고 했다. 앞으로도 시간만 된다면 요리를 배울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안설희씨는 재작년부터 준비해 작년 3월에 다락다방을 개업했다고 한다. 지금은 안정된 편이지미나 그때 당시엔 (다른 가게들에 비해)많이 미숙해서 메뉴 음식 수‧질에서 뒤떨어졌다고 했다. 주변 카페들 간의 정보 공유를 통해 많이 힘을 얻고 도움을 받았다며 지금도 물품을 같이 구매하는 등 교류를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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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다락다방이 가진 매력은 그녀의 손길을 거쳐 간 것들이다. 원래 이 다락방이란 이미지는 꽃 가꾸는 것을 좋아하고 원목을 좋아하는 그녀에게서 나온 것 같다.

◆ 다락방에서 주고받은 후일담


ekfkr손님.jpg1층에서 주로 인터뷰를 하고, 2층으로 올라가자 손님 두 분이 정답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이는 30대 후반으로 보이시는 여성 분이셨다. 이 근처를 지나치다가 우연히 들려 다락다방의 안락한 분위기에 푹 빠져 일상 속 잠깐의 여유가 주어질 때마다 들린다는 손님과 오늘 처음 왔는데 음식이 참 맛있다면서…지인에게 소개하고 싶다는 손님. 이 두 분 중 다락다방에 처음 온 분에게 다락다방의 분위기에 대해 묻자, 마치 음식 아기자기하게 잘 만드는 여자 친구 집에 놀러가서 음식 얻어먹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아기를 키우고 회사를 다니면서 바쁘게 삶을 살아가는 그녀들은 "다락다방"을 들리는 데서 소소한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만약 40대나 50대가 돼서도 다락다방 이용하실 생각이 있으신지?"라는 질문에 그녀들은 낭만을 느끼러 오고는 싶겠지만 건강상 무리(관절이 안 좋다거나)가 있다면 이용하긴 어려울 것 같다고 했다.

카페나 다방들이 도심 곳곳에 생겨나는 요즘. 다락다방만이 추구해야될 만한 전략으로, 다락방이 가진 '불편함과 안락함'을 최대한 모두 살릴 수 있는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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