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금전표 조작·상급자 출장 틈타 18억원 횡령



개인비리로 사건 축소위해 간부들은 "횡령 사실무근"
새마을금고 임직원 불법행위 증가…감독 부실 지적 잇따라

[투데이코리아=정단비 기자] 지난 국정감사에서 5년간 448억원에 달하는 금융사고가 발생한 것이 드러난 새마을금고에 또 다시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다.

지난 19일 '문화저널21'은 새마을금고 여직원이 4년 동안 고객의 돈 18억원 상당을 착복하고, 그 과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직장 상사의 입을 막기 위해 성관계까지 맺은 일이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지난 2009년 3월부터 올해 8월까지 새마을금고 지점에서 출납·여신 업무를 보던 최모(27)씨가 100여 차례에 걸쳐 고객 돈을 빼돌린 혐의(횡령)로 지난 15일 서울 양천경찰서에 구속됐으며, 입출금과 대출시 첨부해야 하는 관련 서류들을 확인하지 않는 등 최씨의 범행을 도운 혐의(업무상 배임)로 전 이사장 남모(74)씨 등 5명의 지점 간부 및 직원을 함께 불구속 입건됐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무려 4년 가까이 진행된 횡령사건의 조력자로 지점 금융 업무를 총괄한 전무 A(52)가 뒤에 있었다는 것이다. A씨와 최씨는 내연관계로 이들은 서울 시내 모텔 등에서 올 초부터 3월까지 10여 차례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최씨의 범행을 묵인해주는 대가로 A씨가 최씨와 성관계를 갖은 것으로 보고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경찰 조사에 의하면 최씨는 돌려막기 하던 카드빚과 사채이자를 감당하지 못해 자기가 관리하던 지점 여유자금에 손을 대는 것을 시작으로, 입금전표를 조작해 12억7500만원을 횡령했고 상급자들이 출장 등으로 자리를 비우면 결재 없이도 인터넷 계좌이체를 할 수 있는 점을 악용해 거래가 뜸한 노인 고객 3명의 명의를 도용, 5억 원을 대출받기도 했다.

최씨는 이렇게 빼돌린 돈으로 외제차를 구입하고 백화점 VIP 고객이 되는 등 사치를 일삼다가 덜미가 잡혔다.

한편 개인이 18억원이라는 돈을 횡령한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자 새마을금고중앙회는 다시 비판에 도마에 올랐다. 횡령이 일어난 4년여 동안 새마을금고는 최씨의 말만 믿고 기본적인 서류검토를 하지 않았으며 새마을금고중앙회의 감사조차도 이 사실을 확인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이 사실이 경찰수사를 받자 중앙회는 사건을 '개인비리'로 축소하기 위해, 최씨에게 "간부들이 횡령을 알고 있었다는 사실은 알리지 마라"고 압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횡령사건을 간부들이 몰랐다는 사실이 더 무책임한 발언임에도 제 무덤을 팠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사실 새마을 금고의 도덕적 해이는 이번 뿐이 아니다.

앞서 지난달 21일 검찰은 부산저축은행의 특수목적법인인 태양시티건설에 부실한 담보로 495억여원을 대출해 준 혐의를 받고 있는 새마을금고중앙회의 부실, 부당대출 및 비리의혹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또 검찰은 최근 행안부 국정감사에서 지적된 새마을금고중앙회 신종백 회장의 친인척 불법 지원 의혹과 관련해서도 수사를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수사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해 김민기 민주통합당 의원은 "신 회장의 재산은 2006년 기준 15억원에 불과한데 2008년부터 2009년까지 모두 216억원을 216차례에 걸쳐 사채업자에게 송금했다"며 "이것이 차명계좌인지 공금을 횡령한 것인지 아니면 신 회장이 사채업자인지 밝혀야 한다"고 지적한 바가 있다.

아울러 지난 7월 전북 익산에서도 대출이자를 조작해 돈을 빼돌린 새마을금고 직원들이 휴가비와 성과금, 배당금 등으로 사용해 여론의 뭇매를 맞았으며, 지난 국정감사에 밝혀진 448억원 금융사고 중 전체 사고액의 절반이 넘는 277억여원이 지역금고 이사장의 비리로 인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이같은 사건들이 새마을 금고에 계속적으로 일어나자 일부에서는 새마을관리·감독을 담당하는 주체가 명확치 않은 데서 파생된 문제라며 감독기능의 일원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동안에도 전국 1432개의 금고망을 가진 새마을 금고가 지난 2005년에 비해 총자산규모가 2배 가까이 성장했지만 금융감독원이 직접 검사에 나서지 않는 등 감독이 부실하다는 지적돼 왔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현재 새마을금고 관리·감독 업무는 행정안전부가 맡고 있고, 금융감독원이 공동 검사를 지원한다"며 "금고의 각 지점은 내부 통제자를 지정하면서, 주기적으로 사고 예방 교육을 하지만 시스템이 하나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관리 부실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달 2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임수경 의원 역시 "지난해 1년간 금융사고는 4건이었지만 올해 들어서는 6개월간 3건이 발생해 벌써 피해액이 23억6200만원에 달한다"며 "이같은 추세로 볼 때 새마을금고 임직원의 불법행위가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한 바가 있다.

또 "새마을금고 임직원의 불법행위는 대부분이 횡령과 배임"이라며 "서민들이 하루하루 성실하게 번 수입을 선량하게 관리해야 할 책임을 저버린 채 자신들의 쌈짓돈처럼 취급하는 도덕적 해이가 심각함을 보여준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어 임 의원은 "현재 대부분의 피해금액이 보전되고 처벌이 이뤄진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며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것은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사후약방문식 대처가 아니라 서민의 재산을 올바로 관리하도록 도덕적 책임을 강화하는 근본적 대책이다"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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