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명 구조, 대형 설비 덮치며 전복

[투데이코리아=양 원 기자] 울산신항 앞바다에서 대형 설비를 실은 바지선(작업선)이 전복돼 바지선에 타고 있던 근로자 24명 가운데 7명이 숨지고 5명이 실종됐다. 나머지 12명은 해경경비함 등에 구조됐다.

애초 사고 선박에 26명이 탑승해 14명의 사망·실종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으나, 2명은 처음부터 승선하지 않은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

울산해경은 이날 경비함 49척 등 86척의 선박과 항공기 6대, 잠수요원 145명을 동원해 실종자 수색작업을 벌였다. 해경은 또 사고 선박에서 유출된 기름이 확산되지 않도록 방제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 작업선에는 벙커A유 등 90t 가량의 유류가 실려 있었다.

14일 오후 7시 13분께 울산 남구 용연동 울산신항 북방파제 3공구 공사현장에서 인천선적인 2천601t 규모의 석정 36호가 전복됐다. 석정 36호는 높이 80m의 대형 설비를 탑재해 해저에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항타선이다. 이 사고로 바지선에 타고 있던 24명이 바다에 빠졌다. 이들은 석정 36호를 타고 신항만에서 작업을 하던 근로자들로 높은 파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일기예보에 따라 피항하던 중 사고를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가 나자 울산 해양경찰서는 헬기 2대를 포함해 경비함정 30여척, 특수구조단 등을 동원해 바다에 빠진 김재곤(49) 씨 등 12명을 구조했다.

김 씨 등 생존자들은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해경은 또 한성민(34) 씨 등 6며의 사체를 인양했다. 그러나 이성희(34) 씨 등 6명은 실종됐다. 실종자 가운데 내년 초 졸업을 앞둔 전남의 한 특성화고 3학년 견습생 1명도 포함돼 주의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해경은 사고해역과 인근 해역에서 실종자에 대한 대대적인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사고해역에 풍랑주의보가 내려져 강풍이 부는데다 파도가 2~3m로 높아 수색작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인천 선적인 사고 선박은 해저에 콘크리트를 타설하는 항타선으로, 속칭 ‘말뚝박기선’이다. 2600t 급의 초대형 선박으로 갑판에는 높이 80~85m, 지름 2m인 원통 파이프 형태의 타설장비 5기가 탑재돼 있었으며 기당 무게가 500t에 이른다.

당시 높은 파도로 배의 한쪽 부분이 크게 들리다 다시 떨어지는 것이 반복됐고, 이로 인해 타설장비 중 하나가 지지력을 잃고 부러지면서 선원들이 몰려 있던 조타실을 덮쳤다. 그 충격으로 배가 기울어지면서 전복·침몰된 것으로 해경은 보고 있다.

이 타설장비는 당초 작업선에 3기만 갖춰져 있었지만 사고 당시에는 5기가 있었다. 해경 수사 결과 지난 4월 2기가 더 설치된 것으로 밝혀졌다. 타설장비의 총무게가 2500여 t으로, 당초보다 1000t이 더 늘어난 것이다. 따라서 해경은 선사 측이 추가로 세운 2개 타설장비가 선박복원력에 지장을 줄 정도였는지, 또 설계를 무시하고 불법으로 설치한 것인지 등을 집중 조사하고 있다.

해경은 강풍이 불어 바지선이 크게 흔들리면서 대형 설비가 넘어져 전복된 것으로 보고 생존자 등을 대상으로 자세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이다.

한편 실종자 가족과 유족들은 이날 해경 소방정을 타고 사고 해역을 둘러보면서 오열했으며 울산병원 장례예식장(남구 신정동)에는 사망자 합동분향소가 마련됐다.

▶사망·실종자 명단
사망=한성민 (34) 박태환 (65) 진원오 (68) 정찬우 (48) 김영자 (68) 김남순 (49) 이성희 (56)
실종=장기호 (32) 민경석 (53) 이시복 (41) 김재헌(48) 홍성대(19) [취재=영남지역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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