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포 자임했던 정청래, ‘당 내부 향해 난사’…‘새정치연합 지지세 찬물 끼얹나?
[투데이코리아=박기호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정청래 최고위원의 초강경 발언이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보수진영뿐만 아니라 중도·진보진영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으며 여론마저 싸늘하다.
정 최고위원은 문재인 대표가 대표 취임 첫 행보로 이승만,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것에 대해 YTN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적절치 않은 행동”이라면서 “예를 들면 독일이 유대인의 학살에 대해서 사과했다고 해서 유대인이 그 학살 현장이나 히틀러의 묘소에 가서 참배할 수 있겠느냐. 일본이 우리에게 사과했다고 해서 우리가 야스쿠니 신사에 가서 참배하고, 천황 묘소에 가서 절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즉, 대한민국의 전직 대통령을 히틀러로 묘사하고 전직 대통령의 묘소 참배를 유대인의 히틀러 묘소 또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규정지은 것이다.
보수진영은 당장 들고 일어났다. “정청래 의원답죠! 정청래 위원 같은 사람과 같은 당을 해야 하는 야당 대표도 참 힘들겠어요 (새누리당 하태경 의원), “진보, 보수를 떠나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존경하는 역대 대통령 1위가 박정희 대통령이다. 그럼 그 국민은 나치인가”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 라고 반박했다.
정 최고위원은 강경 발언을 종종 내놓은 바 있으며 이 때문에 여권인사들은 반발한 바 있지만 이번에는 야권 안팎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먼저, 정 최고위원의 발언의 부적절성 때문이다.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과(功過)를 두고 여러 말이 있지만 건국과 자유민주체제 수립, 산업화의 업적은 분명히 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게다가 이들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도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경우 역대 대통령 평가에서 항상 상위권을 기록하고 있으며 국민들은 얼마 전 박 전 대통령의 장녀인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하기도 했다.
어찌 보면 정 최고위원의 발언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을 존경 또는 지지하는 국민은 히틀러와 일본 천황을 지지했던 당시 나치와 일본 제국주의 지지자들이라는 해석까지 가능하다.
정 최고위원은 또 초선 국회의원이 아닌 당 지도부의 일원이라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즉, 새롭게 구성된 새정치연합 지도부를 뒤흔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의 지지율이 모처럼 ‘30%의 벽’을 돌파하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는 가운데 정 최고위원의 발언은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따라서 당내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대구 출신의 김부겸 전 의원은 “상대편의 존재를 깔아뭉개는 ‘언어의 갑질’을 할 게 아니라 이젠 ‘증오의 정치’를 잘라내고 예의를 차려야 한다”고 지적했으며 박범계 의원도 “문 대표의 이·박 묘소 방문이 우향우의 문제인가. 그러면 정 최고위원의 내부 ‘방포”와 비유는 좌향좌의 증좌인가”라고 일침을 놓았다.
새정치민주연합 이부영 전 상임고문도 정계은퇴 기자회견에서 “저렇게 자기 선명성만 앞세우는 사람들이 정말 사이비 개혁파”라며 “이는 해당행위”라고 맹비난했다.
여론 역시 냉랭하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가 11일, MBN 의뢰로 전국 19세 이상 성인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50%)와 유선전화(50%) 임의전화걸기(RDD) 자동응답 방식으로 정 최고위원의 발언에 대해 긴급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4.4%p, 응답률 7.5%)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62.7%가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는 의견이었다. 반면, ‘할 수 있는 발언’이라는 의견은 22.1%에 그쳤다.
이념성향별로 진보성향 응답자들조차 55.3%가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의견으로, ‘할 수 있는 발언’이라는 응답 25.9%보다 2배가 넘었다. 중도성향에서는 무려 71.2%가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응답했으며, 보수성향에서는 ‘부적절한 발언’과 ‘할 수 있는 발언’ 응답이 각각 62.3%와 25.6%로 조사됐다.
정당 지지성향별로 새정치민주연합 지지층에서조차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의견이 61.1%나 됐다. ‘할 수 있는 발언’이라는 의견은 27.4%에 불과했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 2013년 조경태 의원이 문재인 의원을 비판하자 “관심받기 위해 말질하고 말 안듣는 어린아이 같은 심정도, 민주당에서 새누리당처럼 언행해야 튄다는 계산도 측은지심으로 이해하겠다”며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더 이상 내무반에 총질하지 마”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당대회에서 ‘당 대포’를 자임하며 지도부에 입성한 정 최고위원의 독설이 ‘당 내부를 향한 난사’라는 비판과 함께 새정치연합의 집권에 장애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