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현채 주필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한다. 조직을 이루어 조직 속에서 질서를 지키며 살아가는 존재라는 의미다. 실제로 사람은 태어나자마자 가족이라는 조그만 단체의 일원이 되고, 씨족과 친족의 일원이 된다. 그러나 조직중 가장 기초가 되는 가족이 해체되면서 1인가구가 30여년만에 8배 이상으로 증가, 한국 사회의 가장 보편적인 가구 형태가 됐다.

게다가 한집에 살면서도 따로 사는 정서적 싱글족도 많다. 그러다보니 혼자서 밥먹고 술마시고 노래하고 놀고 영화보고 여행하는 이른바 '혼밥', '혼술', ’혼놀‘, '혼영', ‘혼행족’이 급증하고 있다. 카카오톡 등 온라인을 통해 네트워크를 넓혀 가지만 개인은 더욱 더 고독해지고 있다. 연결 사회에 사는 현대인들이 더욱 외로워지고 고독해지는 역설적인 모순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1인가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결혼의 의미와 가치 변화, 경제적 문제, 고령화 등 사회적인 구조 변화가 주된 이유가 되고 있다. 우선 혼기가 차면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가치관이 급속히 해체되고 있다. 1996년에만 해도 혼인건수는 43만건이었으나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이후 30만 건대로 떨어진 뒤 2016년에는 20만건대로 추락했다. 해가 갈수록 혼인 건수가 줄어들어 지난해에는 26만4500건으로 1974년 이후 43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혼인할 의사가 없는 이유는 가지각색이다. ‘자유롭게 살고 싶어서’, ‘마음에 드는 배우자를 만나기 힘들어서’, ‘직장이 변변치 않아서’, ‘집 구할 돈이 없어서’, ‘가사노동과 육아를 담당할 자신이 없어서’ 등 실로 다양하다. 남성들은 결혼비용 마련과 가족 생계를 책임져야 한다는 경제적 부담 때문에, 여성들은 가부장적 관습 때문인 경우가 많다.

한편 한국에서는 하루평균 약 300쌍이 이혼하고 있다. 지난해 이혼 건수는 10만6000건으로 전년보다 1.2% 줄었으나 20년 이상 혼인을 지속해온 이른바 황혼 부부의 이혼율은 전년보다 2천건 가량 증가했다. 전체 이혼 부부중 차지하는 비중이 31.2%로 가장 높았다. 2000년대 들어 사회적 현상으로 자리 잡은 황혼이혼 비율은 2007년 처음으로 20%를 넘어선 뒤 매년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20년 이상 부부의 이혼은 10년전에 비해 1.3배, 특히 30년 이상 부부는 1.9배로 갑절 가까이 증가했다.

이같은 현상은 가치관 변화로 가정을 지키려는 의지보다는 부부 각자의 삶의 질을 우선시하는 풍토가 강해지면서 생겨나고 있다. 황혼이혼은 보통 "더 이상 참고 살지 않겠다", "남은 인생이라도 행복하게 살겠다" 는 열망에서 비롯된다. 삼식이(집에서 세 끼를 먹는 남편), 바둑이(아내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남편) 등 은퇴한 남성들을 비하하는 우스갯소리도 이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평균수명 증대로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이 남았으니 새 인생을 찾겠다고 목소리를 내는 것이다. 법적 이혼은 하지 않더라도 일정기간 떨어져 각자의 삶을 살기로 하는 졸혼(卒婚)이나 자유롭게 친구 만나고 여행도 다니는 등 각자 하고 싶은 일하며 살수 있도록 서로 간섭하지 말자는 해혼(解婚) 등 새로운 유형의 이별도 확산되고 있다.

이에 따라 사회 풍경도 무척 달라지고 있다. 독신들이 많이 찾는 편의점이 대거 늘어나고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반려견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또한 포괄간호서비스를 제공하는 보호자 없는 병원이 가동되기 시작했는가 하면 치매로 인지·판단 능력이 떨어져 후견이 필요할 경우에 대비, 미리 은행에 돈을 맡겨놓으면 치매 발병시 가입자가 사전에 지정한 후견인에게 치료와 요양에 필요한 자금을 은행이 정기적으로 지급하는 '성년후견제도 지원신탁'이 금융권에서 출시되기도 했다. 그런데도 한편에서는 평일 낮시간에 집을 비우기 마련인 1인 가구주에게 등기우편을 보내는 등 관공서의 각종 사회적 제도는 여전히 구식에 머물러 있기도 하다.

결혼과 이혼은 개인적인 문제이다. 하지만 1인 가구는 이웃과 연대한 기초적 돌봄이 없을 경우 고독사와 자살, 빈곤 등 각종 사회문제를 야기하는데다 사회의 기초단위인 가정의 해체와 관련되어 있어 사회적인 문제임에 틀림없다. 또한 국가구성원의 변화와 직접 연계되어 있고 구성원들의 소득과 삶의 방향과도 관련되어 있어 정치적인 문제이기도 하다. 이젠 ‘혼자 잘 사는 법’을 찾는 것이 우리의 시대적 과제가 됐다. <투데이 코리아 주필>

필자약력
△전) 연합뉴스 경제부장, 논설위원실장
△전)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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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가구 #결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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