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유한일 기자

지난 3일 밤 11시 이동통신 3사가 각각 미리 선정한 고객을 대상으로 5G(5세대 이동통신) 스마트폰 개통을 실시하며 한국이 ‘세계 최초 5G 상용국’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이날 이뤄진 5G 상용화는 기습작전을 방불케 했다. 당초 정부는 상용화 시점을 5일로 못 박았지만 미국의 버라이즌이 11일로 예정된 상용화 일정을 4일로 변경했다는 첩보가 전해진 것이다.

우리는 버라이즌의 기습에도 불구하고 재빠른 대응으로 미국보다 2시간 빠르게 5G를 상용화했다. 정부와 통신업계, 스마트폰 제조사의 준비가 마친 상황에서 더 이상 늦출 이유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을 포함한 전 세계가 5G에 열광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초고속과 초연결, 초저지연으로 무장한 5G는 4차 산업혁명의 ‘혈관’이라고 불릴 정도로 인공지능(AI)·자율주행 등 미래 산업을 구현하는 핵심 인프라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일반개통을 시작한 5G 스마트폰을 나름 양호한 성적표를 거뒀다. 지난 6일 기준 KT와 LG유플러스는 5G 가입자가 각각 3만명, 2만5000명이라고 발표했다. 여기에 SK텔레콤 추정치까지 합하면 이틀간 최소 8만명에서 최대 10만명까지 5G에 가입한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제 첫 발을 내딛은 5G 상용화는 시작부터 다소 삐걱거리는 모양새다. 통신사들의 꼼수 요금제 논란부터 기지국 부족으로 인한 통신 속도 문제까지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산적해 있다.

통신사들의 요금제 꼼수는 소비자들에게 배신감을 안겨줬다. 상대적으로 많은 데이터량을 필요로 하는 5G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통신사들은 앞다퉈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선보였다.

요금제 출시 이후 통신사들은 데이터 걱정없이 마음껏 5G를 즐기라는 듯이 광고를 이어왔다. 그런데 일부 통신사들이 요금제 약관에 ‘사용량에 따라 데이터를 제한할 수 있다’는 조항을 포함한 것으로 나타났다.

5G는 이론적으로 기존의 LTE 대비 20배 빠른 통신 속도를 자랑한다. 소비자들도 이 점에 매력을 느꼈을 것이다. 그런데 현재로서는 5G 스마트폰의 이점을 거의 느낄 수 없는 수준의 속도를 구현하고 있는 현실이다. ‘5G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일단 5G 기지국 자체가 적어 광화문과 서울시청, 홍대입구, 강남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사실상 5G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다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심지어 5G 무용론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기껏 고가의 단말기와 높은 요금제를 선택한 소비자 입장에서는 실망스럽기 짝이 없는 것이다.

수도권에만 집중돼 있는 5G 기지국도 풀어야할 숙제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5G 기지국 신고 장치 현황’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전국 17개 시·도에 설치된 8만5261개 기지국 장치 중 7만2983개가 서울·수도권과 5대 광역시에 설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에서도 서울·수도권에 설치된 기지국 송수신 장치는 5만4899개로 전국 대비 64.4%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열린 5G 시대에 대한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크다. 일단 우리는 재빠른 대응으로 세계 최초 타이틀을 얻었다. 정부 역시 8일 글로벌 리더십 확보를 위한 ‘5G+’ 전략을 발표했다. ‘퍼스트(First)’에 이어 ‘베스트(Best)’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다.

다만 정부와 통신사, 제조업체들이 들고 있는 축배에 소비자들은 빠져 있는 것 같다. 소비자가 공감하지 못하는 성과는 껍데기에 불과하다. 먼저 그 가치를 몸으로 느낄 수 있게 모든 역량을 집중해 주길 바란다. 사전 준비 없이 세계 최초에만 목맸다는 비판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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