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일 기자
▲유한일 기자

르노삼성자동차 노사가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협상을 두고 벌이는 갈등이 장기화되면서 회사가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최근 지역 협력업체들의 피해가 커지자 부품사들과 부산지역 경제계가 임단협 타결을 호소하고 있지만 노사는 접점을 찾지 못하고 지루한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노조의 파업은 7개월째에 접어들고 있다. 지난해 10월을 시작으로 지난달 19일까지 약 250시간에 걸쳐 부분파업을 벌여왔다. 이 기간 르노삼성의 누적 손실금액은 약 26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 르노삼성은 ‘벼랑 끝’에 몰렸다. 부산공장 생산물량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닛산 로그 위탁생산 계약은 오는 9월 만료되지만 신형 로그 후속물량 배정은 사실상 물거품이 됐다. 닛산 측에서는 르노삼성이 계속되는 파업으로 주문량을 맞추지 못하자 당초 오는 9월까지 위탁생산 물량인 10만대를 6만대로 감축하라고 통보하기도 했다.

르노삼성은 로그 생산물량을 대체하기 위해 2019 서울모터쇼에서 공개한 크로스오버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XM3 수출 물량 확보에 매진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르노 본사가 노조의 파업 장기화로 공급 안정성에 의문을 표하면서 스페인공장으로 물량을 돌리려는 움직임마저 감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파업 장기화에 따른 피해는 회사만의 문제는 아니다. 노사 분규가 길어지면서 지역 협력업체들은 생산량 감소와 고용 어려움 등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부산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노조의 파업으로 지역 협력업체들은 15~40%에 가까운 납품물량이 감소, 대부분 조업을 단축하거나 중단했다.

부산공장은 수출비중이 전체 생산물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최악의 상황으로 부산공장이 로그의 후속 물량을 배정받지 못한다면 가동률은 30%대까지 추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업계에서는 또 르노삼성이 XM3 수출 물량 확보 실패시 근무형태를 2교대에서 1교대로 전환하면서 30% 이상 구조조정이 단행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노조 집행부는 자신들의 입장과 요구를 고수하고 있다. 노조가 어려워진 회사를 압박해 실리를 챙기려는 속셈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가장 큰 이유다. 노조 역시 자신들의 행보가 어떤 악순환을 유발하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노조도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다. 꼬일대로 꼬인 노사 관계를 풀고 르노삼성, 협력업체, 지역경제 모두 살아갈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지금까지 파업을 이어온 노조가 먼저 대승적 판단들 내려 상생의 길을 열어주길 바란다.

회사가 있어야 노동자도 있다. 공장 폐쇄로 지역경제가 큰 타격을 입은 한국GM 군산공장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길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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