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규제와 남발이 부동산시장 충격에 빠뜨려

▲ 김성기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정부가 최근 경기도 고양 창릉과 부천 대장 등 3기 신도시 2곳을 추가로 발표하면서 주변 1기, 2기 신도시 주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까지 허물어 서울과 가까운 곳에 신도시를 만들어 새 아파트 공급을 늘리겠다는 계획이 기존 신도시 집값을 추락시키고 미분양을 부른다는 반발이다.

정부가 신도시를 추가 지정하면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간선급행버스(S-BRT)노선을 만들어 교통수요증가에 대비하고 기존 신도시 주민들에게도 혜택을 주겠다고 했지만 주민 반발은 예사롭지 않다. 대규모 업무단지 입주가 지연되면서 도시 성장에 한계를 보이고 주택 노후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일산 등에서는 최근 아파트값이 이미 몇 천만원씩 떨어졌다. 또 김포 한강과 인천 검단 등 2기 신도시에서는 지난해 12월 인천 계양지구 등 3기 신도시 1차 발표가 나오면서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주민들은 지구별 대책위원회에 이어 3기 신도시 백지화를 요구하는 연합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집회를 열고 청와대와 지방자치단체에 청원하거나 항의하는 등 집단반발에 나섰다.

정부가 잇달아 신도시 개발에 나서는 이유는 서울로 집중되는 인구와 주택 수요를 분산시키려는 데 있다. 이를 위해 신도시에 대규모로 주택을 공급하고 업무시설과 학교, 각종 편의시설을 유치해 자족기능을 높이려는 구상을 펼쳐왔다. 이러한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려면 우선 수도권 택지와 주택에 따르는 각종 규제를 완화하고 조세부담을 완화해 부동산 시장의 기능을 회복시켜야 하는데 주요 정책들이 대부분 부동산 거래 규제에 집중됐다. 은행대출 규제와 공시가격 인상 및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등 대책도 서울과 수도권 신도시에 차등을 두지 않고 시행됐다.

실제 아파트값 급등의 진원지는 서울 강남권으로 지목되고 있는데 각종 규제와 세금 중과 조치를 신도시 지역으로 확대 시행하면서 매수세가 위축되고 지역에 따라서는 이미 ‘거래절벽’까지 나타나는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특히 주택 시장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최우선으로 고려돼야 한다. 시장의 수요에 맞춰 토지 공급와 자본 투자가 적절하게 이뤄져 새 주택공급과 기존 주택 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질 때 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정부는 토지 공급이 제한된 현실에서 가수요 즉 투기가 작동하고 있다는 이유로 각종 금융 행정규제와 세금 중과 조치를 퍼부어 매수세를 꺾는데 주력해왔다.

과거, 과도한 규제와 세금 부과로 시장 기능이 극도로 위축돼 미분양 사태와 건설회사 부도가 속출하게 되면 정부는 다시 규제를 대폭 풀고 세금면제나 경감 등 이른바 경기부양 조치를 취해 다급하게 매수세를 부추기는 정책을 폈다. 시장이 정책을 불신하는 결과를 초래한 셈이다. 지난해와 올해 잇달아 취해진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은 경제가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있는 시기에 과도한 규제와 세금 중과가 집중됐다는 부작용을 안고 있다.

현 정부는 그러나 임기 중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은 없을 것이라며 강력한 규제에 집착해왔다. 전국의 주택 미분양 사태는 지난해 12월 이후 4개월째 늘어 지난 3월말 이미 6만2천 가구를 넘어섰고 수도권 미분양도 1만 가구에 달한다. 서울도 미분양이 발생하기 시작해 일부 노른자위 아파트에만 청약이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났다.

거래 위축으로 수도권 미분양이 급증하는 시기에 정부가 서울과 인접한 지역에 신도시를 추가로 만들겠다고 나섰으니 거래 위축과 주민 반발은 당연히 예상되는 일이었다. 이미 발표가 나오기 전부터 관련 공청회가 주민 반발로 연기되는 등 거센 반응이 나왔다. 기존 아파트는 각종 규제에 묶여 재건축 재개발에 제한을 받고 있는 처지에 새 아파트를 공급하겠다는 발표가 나오면 매수세가 더욱 위축될 게 뻔하다. 같은 새 아파트라도 입지가 불리한 지역의 거래는 심각한 영향을 받게 마련이다.

GTX나 지하철 등 건설을 서둘러 새로 발표된 신도시와 기존 단지 주민들이 함께 이용토록 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이들 교통대책은 재원부족과 보상 부진으로 공사가 지연되거나 착공이 미뤄져 언제 개통될지 불투명한 형편이다. 토지주택공사(LH)가 사업비를 부담해 공기를 맞춘다지만 사업비가 분양가에 전가될 가능성도 크다. 게다가 정부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예비타당성 조사를 면제해주고 전국 지자체의 신청을 받아 대형공사를 벌이겠다는 방침이다. 전국 곳곳에 공사판을 벌이면 수도권 교통대책이 우선 순위에서 밀릴 우려가 적지 않다.

신도시 주택시장을 정상화하려면 과도한 규제부터 완화하는 게 순서다. 재건축 재개발 규제를 풀어 노후 단계에 들어선 기존 아파트 거래를 살리고 도시 인프라를 다양하게 확충하도록 지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인구와 경제력의 과도한 수도권 집중을 막기 위해 도입한 수도권 규제 정책도 업무시설 유치 등 자족도시 건설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현실에 맞게 정비할 때가 됐다.

재산세와 건강보험료 부과의 기준이 되는 아파트 공시가격 산정에서도 주민들의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배경을 소상히 설명하는 배려가 요망된다. 최근 시장동향은 정부가 온갖 조치를 동원해 집값을 잡는 데 주력할 타이밍은 아닌 것 같다. 매수세 실종의 조짐이 여러 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완급을 조절해 시장을 연착륙시키는 지혜가 아쉽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필자약력

△전)국민일보 논설실장,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2013년)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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