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퇴근 후 가진 술자리에서 오랜만에 만난 지인이 “5G로 갈아탔어”라며 새 스마트폰을 자랑했다. 5G폰을 이리저리 만져본 기자는 “잘터져?”라고 질문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아니”였다.
5G 서비스는 지난 4월 3일 상용화한 이후 69일 만에 가입자 100만명을 돌파하며 순항하고 있다. 하지만 5G는 출시 초기부터 현재까지 논란거리로 남아있다. 가장 큰 문제는 통신 속도다.
5G 서비스 수신 가능범위(커버리지) 등 통신 품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5G 기지국은 지난 10일 기준 6만1246국(장치 수 14만3257개)이 구축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마저도 수도권 및 전국 주요 도심 일부에만 몰려있다.
아직까지도 뽐뿌 등 스마트폰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5G가 터지지 않는다’는 글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기껏 5G폰을 구매해놓고 LTE 모드를 사용하고 있다며 울분을 토하는 이용자도 적지 않다.
정부는 5G 전국망 구축 완료 시점을 오는 2022년으로 보고 있다. 전국 어디서나 5G를 제대로 이용할 수 있는 시점이 약 3년이나 남았다는 뜻이다. 이동통신 3사 역시 올 연말까지 커버리지를 대폭 확대하겠다는 입장이지만, 결국 연말까지 LTE 수준의 통신을 이용하라는 말로 밖에 안들린다.
특히 5G는 실내에서 더 취약하다. 이통 3사는 이달부터 공항, 역사, 대형 쇼핑몰 등 120여개 건물 내에서 5G 서비스가 가능하도록 시설 공동구축 작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연말께나 실내 5G 서비스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실 5G 가입자 100만명 돌파는 내실 있는 서비스 덕이 아니라고 본다. 그 이면에는 초기 가입자를 선점하기 위한 이통사들의 출혈경쟁이 있었다.
지난달 10일 119만원대에 출시된 LG전자의 첫 5G폰 LG V50 ThinQ(씽큐)는 출시 첫 주말부터 일부 판매처에서 가격이 0원으로 떨어지는 꽁짜폰으로 풀렸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빵집’(실구매가가 0원인 곳은 의미하는 은어)의 좌표를 알려주는 게시물이 활개를 쳤다. 심지어 구매자가 돈을 돌려받는 페이백까지 등장해 불법보조금 논란이 일었다.
5G폰에 대한 불법보조금 관련 방송통신위원회의 경고로 시장은 다소 안정화를 찾는 모양새다. 하지만 여전히 5G폰 지원금은 LTE폰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기자의 지인 역시 요금제와 통신 속도 문제와는 별개로 단말기 가격에 매력을 느껴 5G폰을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통 3사는 서로 5G 속도를 두고 ‘누가 더 빠른가’로 진흙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요약하면 LG유플러스가 속도 측정 애플리케이션(앱) ‘벤치비’로 측정한 결과 서울 주요지역 50곳 중 40곳에서 자사 5G 속도라 1등을 기록했다고 홍보에 나서자 KT와 SK텔레콤이 “인정할 수 없다”며 발끈한 것이다. 5G 품질에 대한 과제가 산적해 있는 상황에 이같은 언쟁은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 ‘도토리 키재기’다.
최근 업계에서는 올 연말 5G 가입자가 500만명을 돌파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반기 5G폰 신제품이 줄줄이 출격하고 통신사들이 공언한 커버리지 확대 시기와도 맞물려 시너지 효과로 인해 가입자 증가폭이 더 커질 것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하지만 지금의 5G가 올 연말까지 500만명의 마음을 훔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겠다. 당장 이용자들의 불편도 해결하지 못하는데 새로운 가입자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든다.
5G 통신에 대해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상용화 이전부터 어느정도 정보도 받아보고 기사를 작성하며 관심있게 살펴본 기자 입장에서도 5G는 아직 매력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굳이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완성되지 않은 서비스를 이용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크게 작용하는 것이다.
술자리에서 5G를 주제로한 대화가 끝날 무렵 지인이 기자에게 물어봤다. “5G폰으로 바꿀 생각 있어?”라고. 기자가 5G 잘 터지냐고 질문했을 때 돌아왔던 대답처럼 “아니”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