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채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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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현채 주필19호 태풍 하기비스로 인한 폭우로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후 수거했던 방사성 오염 물질이 대거 태평양으로 흘러간 것으로 전해졌다 17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후쿠시마현 다무라시는 원전사고 후 오염 제거 작업과정에서 수거한 흙 등 방사성 폐기물질이 든 자루 가운데 폭우에 유실된 19개 자루를 발견해 17개를 회수했다. 그러나 이중 절반이 넘는 10개 자루의 내용물이 텅 빈 채로 발견됐다. 자루 속에 담겨있던 방사성 오염물질이 하천을 거쳐 태평양으로 흘러 들어간 것으로 전해지면서 한국 등 인근 국가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그런데도 일본의 고이즈미 신지로 환경상은 지난 15일 “회수된 폐기물은 용기가 파손되지 않아 환경에 대한 영향은 없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국회에서 언급, 내용물이 사라졌다는 상황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무책임의 표본이라는 국내외 비난이 쇄도하고 있다. 이같은 허점이 드러나면서 일본 당국의 허술한 방사성 폐기물 관리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일본 환경성과 다무라시는 폐기물 자루 임시 보관장이나 자루가 유출된 하천 하류의 공간방사선량을 측정한 결과 변화가 없었으며 “방사성 물질의 농도가 비교적 낮아 환경에의 영향은 적다”고 주장했다.
도쿄전력은 2011년 대지진에서 비롯된 폭발 사고 이후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계속 탱크에 보관해 오고 있다. 폭발사고로 원자로에서 녹아내린 핵연료를 냉각시키기 위해 지속적으로 냉각수를 주입하면서 지속적으로 오염수가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하루에 최소 179톤의 오염수가 유입되며 일주일에 2천~4천톤 정도씩 늘어난다. 올해 7월말 현재 980여개의 저장 탱크에 쌓여있는 오염수는 무려 115만톤으로 한국의 63빌딩을 모두 채우고도 남는 양이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저장 탱크는 3년 뒤 포화상태에 이른다. 오염수의 증가는 저장 공간은 물론이고 처리기술 적용과 관리 등에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된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태평양에 방류할 것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본 정부는 오염수 태평양 방류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아직 계획된 바가 없다고 주장해 왔다. 사실 오염수 처분 방법을 논의하는 정부의 소위원회가 13차례나 열렸지만 아무런 결론을 내지 못한 것은 맞다. 하지만 일본 정치권에서는 "영원히 탱크에 물(오염수)을 넣어 두는 것은 무리이기 때문에 (바다에) 방류해 희석하는 것 말고 방법이 없다"면서 오염수의 태평양 방류가 최선이라는 주장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담당 기관들도 오염수를 정화했기 때문에 안전성이나 과학적으로 괜찮다고 주장하며 이미 수년 전부터 오염수의 태평양 방류가 가장 저렴하고 신속한 처리방법이라고 정부에 권고해 왔다.
문제는 오염수를 정화했다고 하나 여전히 삼중수소(트라이튬) 등 일부 방사성 물질들이 남아 있고 오영수가 앞으로도 수십년 혹은 그 이상 계속 증가할 것이라는 것이다. 특히 원자로 노심부가 녹는 노심의 용융으로 발생하는 오염수의 방사성 준위가 지금보다 높아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있다. 일본 정부는 60여 가지의 방사능이 포함된 오염수를 정화설비를 통해 정화했기 때문에 안전하다면서 오염수를 '처리수'로 부르고 있다. 그러나 일부 물질 특히 삼중 수소는 정화를 한다고 해도 없어지지 않는다. 약 27년의 반감기를 갖고 있는 삼중수소는 암이나 기형을 유발하는 물질로 알려진 있다. 일본도 지난해 9월 28일 탱크에 저장된 처리수 89만톤중 해양배출 허용 규제치보다 높은 방사성 물질이 함유되어 있는 처리수가 약 75만톤에 달한다고 인정한바 있다.
오염수의 해양 방류는 오염된 수산물 섭취와 축적 등으로 이어저 전 인류의 건강과 안전에 치명적인 해악을 끼칠 것이다. 물론 가장 큰 피해를 입을 지역은 후쿠시마 연안 일대이겠지만 결국은 해류를 따라 돌면서 북태평양, 한국의 동해안, 남해안 바다와 해양생태계를 지속적으로 파괴할 것이다. 더구나 일시적 방류가 아니라 앞으로 수십 년 이상 방류를 지속할 것이기에 지구 해양생태계의 복원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야야 할 것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산물을 소비하는 나라다. 2011년까지만 해도 1인당 세계 최대 수산물 소비국은 일본이었으나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일본이 수산물 소비를 줄이며 순위가 바뀌었다. 일본 다음으로 중국, 미국, 유럽연합 순으로 수산물을 많이 소비한다.
이제 일본 아베정부는 해양생태계 파괴만이 아니라, 미래세대의 건강과 안전에 치명적인 위협을 주는 방사능 오염수 방류 검토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일본이 정상적인 국가로 인류공동체의 일원이 되기 위해서는 국제원자력기구, 유엔 인권회의, 국제해사기구 등과 국제적인 공동 기구를 만들어 후쿠시마 원전 폐기물에 대한 전 세계적인 대처 방안을 모색해 나가야 한다. <투데이 코리아 주필>
약력
전) 연합뉴스 경제부장, 논설위원실장
전)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