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 사진제공=뉴시스


투데이코리아=오 윤 기자 | 황교안 미래통합당 대표가 연일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n번방 사건’ 말실수에 이어 노인 비하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지난 2일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종로를 찾아 황 대표를 위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야 ‘잠룡 대결’이라 불리는 종로 선거전에서 황 대표의 말실수로 판세가 뒤집힐 것을 우려해 김 위원장이 직접 찾은 것이라는 관측이다.

 

 

통합당 골머리 ‘黃의 입’

 

 

황 대표는 지난 2일 종로 유세에서 48.1㎝에 달하는 4·15 총선 비례대표 투표용지를 두고 “키 작은 사람은 자기 손으로 들지도 못한다”며 신체를 거론해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전날은 ‘n번방’에 대해 “호기심에 n번방에 들어온 사람에 대해선 판단이 다를 수 있다”고 말해 뭇매를 맞았다. 법률가 입장에서 양형 기준에 관해 설명한 것이라고 수습했지만 성착취 범죄를 ‘호기심’ 차원으로 축소한다는 비판을 잠재우지 못했다.

 

 

황 대표에 대한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실수가 이번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난달 28일에도 페이스북을 통해 “교회 내 코로나19 감염이 발생한 사실도 거의 없다고 한다”고 밝혀 논란이 일었다.

 

 

당의 행보도 크게 다르지 않다. 통합당 유튜브 채널 ‘오른소리’의 ‘희망으로 여는 뉴스쇼 미래’ 진행자 박창훈 씨는 지난달 31일 문재인 대통령을 겨냥해 “임기 끝나고 나면 교도소에서 친환경 무상급식을 먹이면 된다”고 발언했다.

 

 

박형준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즉각 사과했다. 박 위원장은 "공식 유튜브 방송에서 부적절한 발언이 나온 것에 대해 공동선대위원장으로서 깊은 유감과 함께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유승민 의원도 "그 사람(박창훈)은 더 이상 그런 역할을 못 하도록 선대위에서 바로 단호한 조치를 할 필요하다“며 "그런 막말로 여론을 얻을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고 지적했다.

 

 

황 대표의 부탁으로 통합당에 합류한 김종인 위원장 입장에선 정치권 행보에 금이 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소득주도성장론을 비판하며 문재인 정부의 잘못된 경제 정책을 바로 잡겠다고 공언했으나 당과 대표가 문제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당 한 관계자는 “김 위원장이 황 대표의 말실수에 대해 화가 났던 것으로 알고 있다. 또 유투브 논란에 대해서도 불쾌해하셨다. 사실상 김 위원장이 당의 논란 거리를 잠재우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통합당 한 중진 의원은 “문재인 정부 심판을 내걸고 선거에 돌입했는데 각오만큼 행보는 진중하지 못하다. 총선에서 민주당을 이길 수 있을지 없을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선거에 임하는 모든 후보들이 보다 신중한 행보를 보여야한다. 무엇보다 구시대적인 사고방식을 깨야하지 않겠느냐”고 지적했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제공=뉴시스
 
 
 
 
 
 
 
 
 
 
 
 
 
 
“민주당도 다를 바 없다”
 

 

더불어민주당도 황 대표의 ‘말실수 논란’을 의식하고 후보들의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은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 당시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60, 70대는 투표 안 해도 괜찮다”고 말해 역풍을 맞았다. 그는 결국 선대위원장과 비례대표 후보에서 사퇴했다. 당시 열린우리당의 압승이 예상됐지만, 결국 한나라당이 기사회생하는 계기가 되고 말았다.

 


또 2012년 19대 총선 때는 당시 민주통합당 김용민 후보의 과거 막말이 파문을 일으키면서 새누리당에 과반을 헌납했다.

 

민주당이 야당 시절에 했던 여당 대통령에 대한 막말은 또 다른 트라우마가 됐다.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는 ‘명박 박명’이라는 조롱 섞인 막말로 국민의 비난을 받았고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는 태어나지 말아야 할 사람이라는 ‘귀태’란 단어를 사용해 당시 총선과 지방선거에서 참패했다.

 

 

민주당은 최근에도 말실수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강성 발언으로 논란이 중심에 섰던 이해찬 대표도 “선천적인 장애인은 의지가 좀 약하다” “한국 사람이 베트남 여성들과 결혼 아주 많이 하는데, 다른 여성들보다 베트남 여성들을 아주 선호하는 편” 등의 발언으로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한 민주당 의원은 “‘위기가 곧 기회’라고 생각하고 선거에 임하는 것이 아니라 최대한 겸손하고 진중한 모습을 보여야한다. 과거 우리도 통합당과 비슷한 실수를 한 적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마지막까지 진정성 있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드려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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