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사태가 세계 질서를 바꾸어 놓을 것이며, 글로벌 무역과 자유로운 이동을 기반으로 하는 시대에서 시대착오적인 ‘장벽(障壁)의 시대’가 되살아날 수 있다
미국 외교의 거두로 통하는 헨리 키신저 전 미 국무장관이 지난 4일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기고문에서 진단한 내용이다.
또한 뉴욕타임스(NYT) 유명 칼럼니스트인 토머스 프리드먼은 “세계는 이제 코로나 이전인 BC(Before Corona)와 AC(After Corona)로 구분될 것”이라고 갈파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코로나 사태’가 다방면에 걸쳐 세계적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전쟁 같은 와중에 대한민국은 일찍이 유례를 찾기 힘든 선거를 치른다.
탈도 많고 말도 많은 그 ‘4.15총선(總選)’이 마침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코로나 19 사태’로 그 어느 때보다 나라 안팎에서 전 분야에 걸친 복합적 위기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어수선하고 침체된 분위기에서 치러지는 이번 선거는 역설적으로 그러기에 더욱 중요하다고 하겠다. 역사상 유례없는 위기상황인 만큼 후보자나 유권자 모두 비상한 각오와 판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과감한 현실론(現實論)으로 나라를 지킨 병자호란(丙子胡亂)의 명재상 최명길(崔鳴吉) 같은 정치지도자는 찾아볼 수 없는가.
청(淸)나라의 막강 대군이 쳐들어왔을 당시 조정의 대세는 존명사대주의(尊明事大主義)에 빠져 척화(斥和)가 우세했다. 그럼에도 최명길은 싸울 힘이 없을 때는 국토를 보존하고 왕을 지키며 백성이 어육이 되는 것을 막는 것이 우선이며, 그 길은 주화(主和)뿐임을 내세워 청과 담판을 짓고 전쟁을 종식시켰다.
그의 이런 신념과 판단에는 명분론에 매몰된 도식적인 성리학(性理學)의 틀에서 벗어나 유연한 사고로 실질과 현실을 중시하는 양명학(陽明學)적인 바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시대의 흐름과 정세(情勢)를 바로 보고 현실을 받아들여 실리(實利)를 택할 줄 아는 용기와 책임감을 가진 인물이 진정한 정치가이다.
일찍이 일본이 낳은 세계적 석학인 경제학자 모리시마 미치오(1923~2004)는 명저(名著) ‘왜 일본은 몰락하는가?’에서 정치의 중요성을 갈파했다.
“아무리 훌륭한 관료, 기업인, 문화인이 배출된다고 해도 정치가 3류면 그 나라의 장래는 없다”라며, 이른바 ‘3무(無)의 정치’를 거론했다.
소신(Conviction), 정책(Policy), 책임(Responsibility)이 없는 ‘3N’.
다른 모든 것이 잘 되어도 정치가 잘못되면 무의미하고 끝장이라는 것을 이번 선거에 나선 선량(選良)과 유권자(有權者) 모두가 절실하게 깨닫고 실천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간절하다.
<류석호 강원대 외래교수>
필자 약력
△강원대 외래교수
△전 조선일보 취재본부장
△변협 등록심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