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란 이름의 질병이 우리 사회를 짓누르기 시작한 때로부터 벌써 몇 달이 지났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가 병마에 신음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조금 기이한 생각이 든다. 중국이 이 질병의 발발국이어서 고통을 당한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여러 가지 이유로 전 세계에 이 병이 퍼진 다음에는 후진국이나 선진국이나 피해를 입는 현상이 대동소이하다는 것이 이상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미국이나 영국, 그 밖의 유럽 선진 국가들은 좀 더 잘 대처해서 피해를 줄일 줄 알았다. 그런데 집단 면역이라는 전술을 선택한 스웨덴, 영국의 결과로는 존슨 영국 총리가, 찰스 왕세자가 확진 판결을 받고 치료 중이라는 것이다. 미국 역시 내가 글을 쓰는 4월 8일 현재, 확진자 39만 명에 사망자 1만 명을 넘었다. 확진자 수로만 하면 전 세계에서 1위이다. 그 외에 이탈리아, 스페인에서 사망자 1만 명 이상 발생했다.
도대체 왜 그럴까?
며칠 전에 미국으로부터 귀국한 한 친구가 자기 경험을 말해 주었다. 기내에서 한국인 승무원들은 모두 마스크를 몇 겹으로 쓰고 근무하고 있었지만 친구를 담당한 서양인 모습의 여자 승무원이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 마치 아무 일도 없다는 듯 자연스러운 태도로 근무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바로 그 승무원이 친구의 식사를 날라다 주었는데 께름직해서 도저히 먹고 싶지 않았다고 했다. 이 미국인?으로 추측되는 승무원의 태도로 서구에서 바이러스가 더 많이 퍼져나간 현상을 유추할 수 있을 것 같다. 즉 서구에서는 마스크 사용이 질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한정되어 필요한 것이라며 일반인은 쓸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상식으로 퍼져 있는 것이다. 사망자가 수만 명이상 나온 이 시점에서까지도 말이다. 그들은 사태 파악이 그만큼 늦고 기왕의 상식을 재빨리 유연하게 바꾸지 않는다. 아직도 반갑다며 서로 껴안고 균이 가득한 손으로 악수하며 호감을 표하고, 미소를 보여주기 위해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것이다.
그에 반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구에서 감염 확진자들이 많이 나왔다고 해서 타지에서 근무하던 직장인이 주말에 고향인 대구로 돌아가지 못하게 했고 대구의 딸이 전라도에 사는 어머니를 만나러 오지도 못하게 했다. 심한 경우로는 일 보러 강원도에 간 경상도 사람들이 호텔에서 방도 못 얻었다. 방이 없다고 이해해 달라면서 거절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구 지역이지, 그렇게 불편을 감수하기로 치면 어느 지역이 또 피해를 보게 될지 모른다. 하여간 재빨리 사태 파악을 하고 격리가 최상의 예방이라는 것을 간파한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바야흐로 세계는 전쟁 중이다. 특히 미국 본토는 전시 상황이다. 미국이 독립전쟁과 남북전쟁을 치르고 나서 다시는 본토에서 전쟁이 없을 줄 알았음에 틀림없다. 이후 두 차례의 세계 대전과 몇 번의 국지 전쟁에 미국이 참전을 했지만 미국 본토는 전쟁터가 아니었다. 그러므로 9.11 사태가 났을 때 미국의 충격은 대단했다. 그런데 이제 이 질병과의 전쟁에서 사망자는 9.11 테러 때와 비교해 현재까지 3배 이상이며 앞으로 몇 배까지 더 발생할지 알 수 없는 것이다. 다행히도 미국의 보건위생 책임자가 사회적 거리 두기 및 격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국민들을 설득시키는 모습이 언론에 등장하기 시작하니 아마 트럼프의 희망대로 질병의 예봉이 꺾여 가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 질병이 지나가면 아마 많은 현상이 달라질 것이다. 예측해 본다면 자유롭게 뻗어가던 세계화가 어느 정도 멈추고 대륙 간, 국가 간 담쌓기가 시작될 것 같다. 예를 들어 세계가 중국의 값싼 물건들을 수입해서 사용하던 시대는 사라질 지도 모른다. 위기 시에는 한 국가 안에서 필요한 물건들을 자가 공급할 필요가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느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다른 나라에서 공산품을 싸게 수입하면 이득이라며 국내의 공장을 줄이고, 식량 또한 값싼 곳에서 수입하면서 자국의 농산물 생산기반을 없애버리는 어리석음을 다시 범하지 않게 될 가능성이 크다. 왜냐면 이런 위기는 분명 또 올 테니 말이다.
국가뿐만 아니라 가계에 미치는 영향 또한 대동소이하다. 그 동안 소비를 자연스럽게 알던 사람들에게 자가 격리는 특별한 경험이 되었다. 미장원에 가서 머리 손질하는데 쉽게 돈을 썼고 식당에서 외식하는 데에 돈이 필요했었다. 격리의 세월을 지나면서 사람들은 집에서 와인과 홍차를 이용해서 건강한 염색을 스스로 하게 되었고 가족의 머리를 서로 손질해 주었다. 돈 드는 헬스장 대신 산에 올랐고 집에서 요리를 만들면서 남편은 자신의 능력을 가족을 위해 쓰게 되었다. 친구들과 또는 동료들과의 회식이 사라지자 돈도 절약하고 건강도 챙기게 되었다. 이제 사람들은 매달 말 지불해야 할 카드 값이 몇 분의 일로 줄어든 상황에 대해 신기하게 느끼기 시작했다. 돈이 덜 필요하게 되었다. 그 동안 고통스러운 생활이었지만 적은 돈으로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새로운 발견이 되었다. 앞으로 닥쳐올 지도 모르는 대량 실업의 시대를 준비할 경험이 되었다.
물론 우리는 원시사회로, 산업사회 이전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그러나 이 질병의 가장 효과적인 치료약이 산소라는 데에 많은 의료진들이 동의하면서 건강한 폐로 무한정 공짜인 산소를 호흡하는 것이 얼마나 축복인가를 많은 사람들이 깨닫게 되었다. 그리고 논란은 있지만 과학의 발달을 알려주는 5G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견해 또한 나타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질병이 초래한 –잠깐 멈춤-의 시기에 우리는 너무 빠른 과학과 경제의 발달로 인하여 잃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 숙고해 보아야 한다. 자연의 깨끗한 공기와 풍부한 햇빛을 무한대로 즐기면서 먹거리를 얻을 수 있는 시골 생활을 도시인들이 유념해야 할 이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