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한일 기자.

2020년 5월 30일부터 2024년 5월 29일까지 ‘국민의 대표’라는 수식어를 안고 우리나라를 이끌어 갈 제21대 국회의원 300명이 총선을 통해 확정됐다. 전국적인 압승을 통해 탄생한 ‘공룡여당’은 개헌 빼고 다 할 수 있을 만큼 막강한 힘을 얻었고, 정권심판을 외친 야당은 참패하며 다시 한번 보수 재건 의지를 천명했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에도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이번 총선의 투표율을 보면 국회를 향한 국민들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민생은 뒷전이고 자신들의 사리사욕만 채우기 바빴던 식물국회, 프레임 논쟁 끝에 몸싸움도 서슴치 않았던 동물국회 등 최악으로 평가 받던 20대 국회를 심판하기 위해 국민들은 마스크를 쓰고 투표소로 향했다.

우여곡절 끝에 선거는 끝났고 국민들의 선택을 받은 300명의 일꾼들이 여의도로 향한다. ‘이번엔 다르겠지’라는 마음으로 지지하는 후보·당 이름 옆에 도장을 찍던 유권자들의 손끝에는 ‘조금 더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 달라’는 절실한 마음이 녹아있었을 것이다.

아직 개원조차 하지 않은 21대 국회가 해야 할 일은 산적해 있다. 그 중에서도 코로나19로 전례 없는 위기에 봉착한 ‘경제 살리기’가 최우선이다. 소득주도성장(소주성), 최저임금 인상 등의 영향으로 기초 체력이 떨어진 상황에 코로나19라는 악재까지 겹친 한국 경제에 대한 심폐소생이 시급하다. 나아가 코로나19 종식 후를 대비하는 ‘포스트 코로나’ 전략도 짜야한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우리 경제 상황을 살펴보자. 한국 경제의 주축인 제조업의 경기전망지수(BSI)는 금융위기 수준까지 추락했다. 버티던 수출은 이달 1~10일 기준 전년 대비 18.6% 추락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돼 서비스업도 울상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로 당장 1분기는 물론 올해 경제 전망까지 잿빛이다. 한국은행이 곧 발표할 예정인 올해 1분기 한국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3%로 내다봤다. IMF 외환위기 이후 첫 마이너스 성장이다.

물론 코로나19가 한국만의 위기는 아니지만 쏟아지는 각종 통계나 전망에서 희망적인 자료를 찾아보긴 힘들다.

이런 상황에 영세 자영업자부터 대기업까지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자영업자들은 매출 감소와 인건비·임대료 부담 속에서도 곧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될 거란 희망 속에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기업들의 경우 해외 공장 폐쇄, 실적 악화 속에서 자구책 마련에 분주하다. 다만 이들의 ‘버팀’이 언제까지 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1대 국회의 어깨는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코로나19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 시름하고 있는 국민들을 보호하는 게 그들의 가장 우선적인 과제다.

특히 이번 총선을 통해 거대한 힘을 얻은 여당의 역할이 중요하다. 속된말로 ‘같은 편’인 여당과 정부가 손발을맞춰 지체없는 지원과 정책 수립을 이끌어내는 게 급선무다.

대표적으로 당장 ‘긴급함’이 사라진 긴급재난지원금에 대해서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 무작정 나라 곳간을 열어 급한 불끄기에 나서라는 뜻은 아니지만, 이이상 셈법 고민으로 결정을 미루면 혼란은 커지고 국민의 피로감만 쌓일 뿐이다. 지난 국회에서 막다른 길에 다다르면 댔던 ‘야당이 동의 안 해줘서’ 같은 핑계가 더 이상 먹히지 않을 것이라는 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21대 국회는 처음부터 시험대에 올랐다. 국민을 우선시하지 않고 과거와 같은 퇴행적 관습을 뜯어 고치지 않는 국회에 희망은 없다. 당선의 기쁨은 잠시 미뤄두고 당장 달려나와 코로나19로 고통 받고 있는 시장의 목소리부터 듣기 바란다. 기존 정책을 점검하는 동시에 국난을 헤쳐나갈 수 있는 방법을 국민으로부터 들어봐야 한다. 가슴 달고 있는 ‘금뱃지’를 누가 줬는지 되새기며 보답할 차례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