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원대 외래교수 류석호
▲ 강원대 외래교수 류석호

 

21일 오전 8시 기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전세계 확진자가 217만 410명, 사망자도 16만9595 명을 기록했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로 세계 곳곳에서 자국민 우선을 중시하며 타국민의 입국을 제한하고 있다.

20일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기준, 한국 출발 여행객에게 입국 금지 조치를 내리거나 입국 절차를 강화한 국가는 총 183개국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확산에 비상이 걸린 유럽과 미국 등 세계 각국이 저마다 출입국을 극도로 통제하며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달 하순 코로나19 환자가 1만명을 넘어설 정도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자 확산 억제를 위한 국내 대책과 함께 대외적으로는 여행을 제한하고 캐나다 국경을 폐쇄하는 등 사실상 하늘길과 땅길을 갈수록 막아버리는 봉쇄정책을 취하고 있다.

연방 국무부는 해외로 나가는 미국인에게 권고하는 여행 경보를 최고 등급인 4단계 ‘여행 금지’로 격상하고 전 세계 모든 국가를 적용 대상 국가로 확대했다.

국무부는 권고문에서 “전 세계적인 코로나19 충격으로 인해 미국인에게 모든 해외 여행을 피하라고 권고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사태로 국내외 할 것 없이 가장 먼저 전방위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는 분야가 항공·여행업계이다. 국가간 도시간 봉쇄령으로 사람과 물자의 이동이 제한되면서 초입에 된서리를 맞기 때문이다.

이렇듯 가히 전 세계가 사람들의 이동을 제한하는 ‘봉쇄령(封鎖令)’을 내린 예는 역사상 처음있는 일이다. ‘해외여행의 자유’는 거주이전의 자유에 포함되는 것으로 우리나라 헌법(제 14조)도 국민의 기본권으로 정해놓고 있다.

미국의 관광산업이 올해 코로나19로 9100억달러(한화 1110조원)의 손실을 기록해 9·11 테러 때보다 7배나 큰 타격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항공업계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미국 유나이티드항공은 항공기 22대를 매각하고 5월까지 운항을 90% 감축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미국 항공사들은 코로나19사태와 관련해 미국 재무부로부터 250억달러(30조4000억원)의 지원을 받는다.

세계여행관광협회(WTTC)는 최근 성명에서 "코로나19로 올해 전 세계 여행업계가 2조1000억 달러(한화 2562조원)의 손실을 볼 것"이라며 "이로 인해 750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관광산업은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10.3%를 차지하며, 세계 일자리의 약 10분의 1인 3억 3000만개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여행관광협회(WTTC)와 각국 관광협회는 정부에 관광산업에 대한 조속한 경기부양책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유엔관광기구(UNWTO)도 지난 1일 ‘세계관광위기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각국 정부에 경기 부양과 준비, 회복 계획 등을 촉구하는 23개의 행동권고안을 제시했다.

한국 경제는 1997년 외환위기 때보다 심한 자금난으로 인해 산업 붕괴까지 우려되는 등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해 있다.

전 세계 상당수 국가들이 한국발 입국을 제한하고 있고, 중국인 등의 한국방문도 줄면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항공업계와 여행, 관광숙박업체가 빈사 상태에 빠졌다. ‘사회적 거리 두기(social distancing)’로 외식, 공연, 모임이 사라지면서 관련 업계의 매출은 반 토막이 아니라 바닥 수준까지 떨어졌다.

한국이 코로나19 팬데믹(pandemic, 전 세계적인 대유행)으로 입은 상처는 너무 넓고 깊다.

특히 ‘코로나19’ 장기화로 호텔업계를 비롯한 여행·숙박업계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국호텔업협회는 지난 12일 ‘코로나19’에 따른 예약 급감으로 호텔업계가 입은 피해가 3월에만 5800억원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서울 5성급 호텔인 파크 하얏트 서울이 6월 8일까지 호텔 전체 시설 운영 중단에 들어가는 등 휴업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그나마 영업 중인 호텔들도 평균 객실 점유율이 10% 정도, 손님이 몰리는 주말에조차 15%를 넘기지 못할 정도로 대부분 호텔이 ‘개점 휴업’ 상태이다.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직격탄을 맞은 여행사들의 상황은 더욱 처참하다.

한국여행업협회(KATA)의 여행정보센터 자료에 따르면,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1월 20일부터 이달 10일까지 각 지자체에 폐업을 신고한 국내·국외일반 여행사는 192곳까지 늘었다. 매일 2곳 이상은 문을 닫는 꼴이다.

여행업계 관계자는 “국내 코로나19는 조금씩 잡혀가는 분위기지만 여행업계 상황은 전 세계적으로는 오히려 더 악화하고 있어 우려가 크다”며 “이미 업계가 초토화됐고 버티고 있는 기업들조차 회복을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여행(旅行, travel)’을 동경(憧憬)할 것이다. 미지(未知)의 세계로 나가 낯선 풍경, 낯선 사람, 낯선 문화를 경험해보고 싶은 것은 하나의 본능이다. 얼마동안 일상의 단조로움과 지루함을 떨쳐버리고 돌아오면 이전보다 훨씬 참신한 기분으로 일과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여행은 걸어다니는 독서’라는 말이 있듯 여행은 인간을 풍요롭게 만든다. 불완전한 인간을 성장시키는 데 이만한 것이 없다.

여행의 역사는 우리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되었다. 사람들이 걷게 되면서 이동이 시작되었고, 그것이 바로 여행의 시작이었다. 프랑스의 실존주의 철학자 가브리엘 마르셀(Gabriel Marcel, 1889~1973)이 인류를 ‘호모 비아토르(Homo Viator·여행하는 인간)’로 정의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행은 전 세계에 문명을 전파한 매개체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간다라미술’의 탄생이다. 알렉산더 대왕의 동방원정에 따라 인도의 불교 문명(종교)과 그리스의 헬레니즘 문명(조각술)이 결합하여 탄생한 ‘간다라미술’은 이 지역에 한정되지 않고, 보다 광범위한 지역으로 퍼져나갔다. 중국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한국, 일본과 동남아시아에도 전해져 불상 형식(사람 모습)에 큰 영향을 끼쳤다.

과거 여행은 일부 경제 사회적으로 여건을 갖춘 한정된 사람들만 누릴 수 있는 ‘특권’이자 사치품 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현대인들에게 여행은 각종 교통·통신 등의 발달에 힘입어 저마다 개인적인 필요와 욕구에 의해 기회만 되면 쉽게 떠날 수 있는 생활의 ‘청량제(淸凉劑)’이자 필수품이 되었다.

“여행이란 우리가 사는 장소를 바꿔 주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생각과 편견을 바꿔 주는 것이다. 여행은 편견, 완고함, 편협함에 치명타를 날린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단지 이런 이유 때문에라도 여행이 몹시 필요하다. 인간과 사물에 대한 광범위하고 건전하여 너그러운 견해는 일생 동안 지구의 한 작은 구석에서 무기력하게 지내는 것만으로는 얻을 수 없다.”-마크 트웨인(미국의 작가)

일찍이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social animal)”이라고 갈파했다. 인간의 생존 자체가 함께 만들어가지 않으면 애초에 가능하지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역설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를 하고 있으니 참담할 뿐이다. 맘껏 자유롭게 여행을 다닐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 뼈저리게 실감하는 하 수상한 시절이 하루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저작권자 © 투데이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