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은지 기자
▲ 편은지 기자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일명 우한폐렴)가 창궐하면서 전국 곳곳에서 신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그럼에도 너무 팍팍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 요즘이다. 국민 개개인은 물론 기업, 정부에 이르기까지 많은 곳에서부터 오는 구원의 손길과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기부 행렬 덕이다.

특히 코로나19라는 국가 재난사태에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은 그 어느 때보다 빛을 발하고 있다. 대구·경북지역에 확진자가 급증했을 당시 해당 지역으로 쏟아진 기업들의 기부금과 지원 물품은 우리 사회에 큰 힘이 됐고, 팔리지 않는 농산물과 꽃은 기업의 적극적인 캠페인 등을 통해 꾸준히 소비가 늘고 있다.

기업은 사회적 책임을 다함으로써 고객을 얻는다. 고객들로부터 벌어들인 돈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데 쓰면서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하고, 고객은 이를 보고 계속해서 그 기업의 제품과 서비스를 소비한다. 이 때문에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기업들이 사회 전체의 이익에 반하는 활동을 하지 못하도록 법률로 규제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사회적 책임을 가져야 마땅할 만큼 커버린 일부 기업들은 여전히 그 책임감을 느끼지 못하다가 얻어 맞기도 한다. 최근 수수료 체계 개편 문제로 시끄러웠던 배달의민족(우아한형제들)이 좋은 예다. 배달의민족이 앱에 가입한 점주들에게 갑질을 한다는 논란이 일면서 앱을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기업에 사회적 책임을 물은 것이다.

배달의민족의 문제는 기존 수수료 체계였던 정액제를 정률제로 바꾸겠다고 발표한 데서 시작됐다. 수수료 체계가 바뀌면서 점주들은 매달 정액제로 지불하던 광고비를 개편 후에는 총 주문 금액의 5.8%로 지불하게 됐다. 점주들은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으면 매장 이름이 상단에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가입해야 했고, 이 때문에 개편된 체계에 대한 불만이 들끓었다.

이를 두고 배달의민족이 소상공인들을 상대로 갑질을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기 시작했다. 작은 잡음으로 끝날 줄 알았던 수수료 개편안은 결국 정치권에서까지 관심있게 지켜보는 사안이 됐고, 일부 지자체에서는 소상공인을 돕겠다며 수수료를 떼지 않는 공공 배달앱을 개발하겠다고 나섰다. 앱을 이용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불매운동을 하자는 움직임까지 일었다.

비판이 거세지자 결국 배달의민족 측은 해당 서비스를 전면 백지화하겠다며 꼬리를 내렸다. 김봉진 우아한형제들 의장과 김범준 대표는 사과문에서 “사회적 책임의 무게감을 다시 한 번 느낀다. 앞으로 주요 정책의 변화는 입점 업주와 상시 소통해 결정하겠다. 이에 협의체를 마련할 예정이며, 정부 관계 부처와 각게 전문가들과도 머리를 맞댈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들의 의식은 갈수록 높아진다. 처음에는 기업에서 판매하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만족스러운 경우 고객이 되지만, 해당 기업이 사회적으로 윤리적이지 못하거나 불미스러운 일을 벌려놓고 제대로 수습하지 못한다면 고객은 그 기업을 더 이상 소비하지 않는다. 대리점을 상대로 한 갑질, 오너일가의 비윤리적 행동 등이 세간에 드러나 기업의 불매운동으로 이어졌던 사례는 이미 잘 알려져있다.

흠 없는 기업은 없다. 다만 큰 기업 하나가 거느리고 있는 수많은 중소기업과 협력사, 또 고객과의 약속은 기업의 덩치가 커지면서 그 책임도 막중해진다. 기업은 기업 자체가 이행하는 작은 활동들이 미칠 법적, 윤리적, 경제적 파장을 이해하고 있어야하며, 고객은 기업의 덩치가 커지면 커질수록 단순히 이들의 서비스나 상품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배달의민족은 이번 일을 통해 조금 더 성숙한 기업으로 자리 잡으려 애쓸 것이다. 작은 서비스 개선에도 사회적 책임이 따라야할 만큼 덩치가 커졌기 때문이다. 또 이번 배달의민족의 사례를 보고 조금이나마 사회적 책임에 대해 깨닫고 방향성을 바꾸려는 기업도 생겼으리라 믿는다.

코로나19로 국민 전체가, 많은 기업이 힘들고 지쳐있지만, 무엇보다 각자가 맡은 자리에서 사회 전체를 위한 책임을 다하는 자세가 힘든 상황을 이겨낼 수 있는 돌파구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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