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려했던 사태가 결국 현실이 됐다. ‘교회는 집중단속, 클럽은 사실상 방치’에 따른 ‘이태원발(發) 코로나’는 예견된 사고라는 얘기다.
지난 황금연휴 기간 서울 이태원 유흥가를 다녀온 경기도 용인시 거주 남성 A씨(29)가 지난 6일 코로나19 확진판정을 받아 지역 사회감염이 재발생하면서 촉발된 집단감염 사태가 확산 추세를 보이다 이제야 겨우 진정국면에 접어든 모양새다.
전국에서 유흥시설 등을 찾은 군인과 교사, 학원 강사, 외국인 등 주로 2030 젊은 층이 속속 확진자로 드러나면서 우려를 가중시켰다.
신규 확진자 발생 양상이 방문자 보다 접촉자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층이 무증상 상태로 바이러스를 광범위하게 퍼트리는 이른바 ‘조용한 전파’로 4차 감염사례까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학무모 불안감이 커지면서 고3 수험생들의 등교가 당초 13일에서 20일로 다시 1주일 늦춰지는 등 여러 분야에서 비상이 걸렸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예견된 사고’라는 주장의 근거는 코로나19 사태가 시작된 후 방역당국이 교회 등 종교시설에 대해서는 집중단속을 벌였지만, 유독 클럽 등 유흥시설은 느슨한 대처를 해왔기 때문이다.
클럽, 주점과 같은 밀폐되고 밀집된 공간에서 ‘수퍼전파’가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는 이미 두 달 전부터 제기됐다. 주 고객층인 2030세대는 코로나에 걸려도 무증상이거나 가볍게 앓는 비율이 높지만, 활동성이 강해 자신도 모르게 바이러스를 전파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지난 6일부터 신종 코로나19 방역체계가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로 전환됐다. 일상생활과 경제·사회활동을 영위하면서도 감염 예방 활동을 철저히 지속해나가는 장기적, 지속적 방역체계를 운영하겠다는 것이다.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3월 22일 시작된 행사와 모임 자제 등 ‘사회적 거리두기’의 효과로 코로나 확산세가 잦아들고, 국민 피로감과 경제활동 정체에 관한 우려가 커지자 일상과 방역을 병행하는 ‘생활 속 거리두기’로 수위를 낮추게 된 배경이다.
또한 현재 외국의 심각한 상황들에 견줘볼 때, 4·15총선을 치르면서도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는 등 그동안 국민들이 방역당국과 함께 만들어낸 구체적인 성과에 한껏 고무된 점도 크게 작용했다.
생활방역 전환을 결정할 당시, 현재의 추세가 계속 유지된다면 우리 의료체계가 감당 가능한 범위에서 코로나19에 대응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자 자신감이었다.
하지만 생활방역 전환을 놓고 방역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사태를 느슨하게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았었다.
이런 정부의 결정을 두고 ‘샴페인을 일찍 터뜨리기엔 이른 것 아니냐’며 시험이라도 하듯 집단감염이 잇따라 터져나온 것이다.
사실 ‘사회활동+방역’이라는 '새로운 일상’은 과거 ‘일하면서 싸우자!’는 정부의 경제개발 슬로건(siogan)처럼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겠다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사회적 경제활동을 보장하되 국민 개개인과 우리 사회 모두가 스스로 방역을 책임지는 방역 주체가 되어 코로나19 전파를 막을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paradigm)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런 ‘양수겸장(兩手兼將) 전략’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자칫 죽도 밥도 안되는 경우가 십상이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가들은 집단 감염 위험이 큰 대형 시설(▲종교 시설 ▲실내 체육 시설 ▲유흥 시설 등)을 대상으로 경계심을 한층 끌어올리고 단속과 역학조사를 보다 철저히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여러 명이 좁은 공간에 모여서 생활하거나 의료기관 방문을 꺼리는 불법 체류자·노숙자 밀집지역, 쪽방촌, 요양원 등 방역 사각지대에서 집단감염이 벌어질 위험에 대비할 것을 주문했다.
정부는 생활방역 전환 성공을 위해 이런 집단감염 ‘불씨’를 관리하는 데 방역역량을 집중해야 할 것이다.
이와 동시에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 기침 예절 등 기본적인 위생수칙 준수부터 아프면 3∼4일 집에 머무는 생활습관까지 온 국민이 일상생활에서 '생활 속 거리 두기' 지침을 철저히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국민 개개인이 방역 주체라는 주인의식(主人意識)이 유감없이 발휘돼야 하는 이유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온 웅덩이를 흐린다‘는 격언처럼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우(愚)를 범해서는 곤란하다.
이런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체 인구의 60~70%가 감염될 때까지 앞으로 18개월∼2년 더 유행할 것이라는 미국 연구팀의 전망이 나왔다.
미국 미네소타대학 감염병연구정책센터(CIDRAP)는 미국이 올 가을과 겨울에 두 번째 큰 유행을 포함한 최악의 시나리오에 대비해야 한다면서 이같이 예측했다.
국내외 보건 전문가들은 코로나19 2차 대유행 가능성이 높다는 데 대부분 일치된 의견을 내놓고 있다. 겨울엔 환기를 덜하게 되고, 추위 때문에 실내 공간에 밀집하는 정도가 높아져 '사회적 거리 두기'도 힘들어 코로나19 유행이 재도래할 수 있다는 경고다. 특히 코로나19 치료제나 백신이 언제 출시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올 하반기 2차 대유행이 발생한다면 피해를 키울 수밖에 없다.
일반적으로 바이러스 감염에 따른 치명률은 1차 유행 때보다 2~3차 시기에 훨씬 높다. 1918~1919년 전 세계에서 5000만명 가량 목숨을 앗아간 ‘스페인독감’의 경우, 날씨가 추워진 10~12월 더욱 강력해진 바이러스로 2차 대유행 때가 더 심각했다. 2차 대유행 시 사망자는 1차 유행 때에 비해 5배에 달했다.
‘홍콩독감’ 역시 1968년부터 1970년 유행기간 중 2차 유행이 1차때 보다 약 2배 더 치명적이었다.
과거엔 교통이 발달하지 못해 지역 간 교류가 뜸했지만 지금은 ‘슈퍼 초연결사회(超連結社會·Hyper-connected Society)’다. 디지털 기술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 사물과 사물,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일대일 또는 다수, 다수 대 다수로 긴밀하게 연결되는 사회이다. 따라서 각자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개인 위생수칙 준수 등 매사 부단히 주의를 기울이고 항상 조심하는 예방(豫防·prevention)활동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서양속담에 “약간의 노력으로 예방하는 것은 나중에 많은 수고를 하는 치료보다 낫다(An ounce of prevention is worth a pound of cure.)”는 말은 불변의 진리다.
뭣보다 중요한 것은 ‘나’가 아닌 ‘우리’로 사는 성숙한 ‘공동체(共同體)정신’이다. “나 하나쯤이야 괜찮겠지”하는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를 벗어나 “나 때문에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어야겠다”는 시민의식이 필요할 때다.
강한 책임감과 배려심, 연대의식만이 결과적으로 나와 우리 모두를 살리는 첩경이자 일의 성패를 결정짓는 관건인 것이다.
“아무리 길고 훌륭한 쇠사슬이라도 고리 하나가 망가지면 못쓴다.”<탈무드(Talmu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