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경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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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 산다는 것은 과일 익어가는 소리를 들으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는 것을 뜻한다. 과일 뿐이랴? 모든 식물이 자란다. 호박도 넝쿨을 사방으로 늘이기 시작하고 오이는 하루 이틀만 눈을 돌려도 어른 팔뚝만큼 커져있다. 그 것 뿐인가? 싹튼 맨드라미와 백일홍이 하루가 다르게 커 가고 있다. 내가 뿌린 씨앗에서 나온 꽃이다.
재미가 붙어서 지난주엔 분꽃 씨도 뿌려 봤다. 과연 싹이 틀까? 희망적인 사항은 요사이 장마가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몇 년 만에 다시 온 장마인지 모른다. 작년도 마른 장마였고 재작년도 비가 많이 오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산 제습기는 몇 년 동안 거실 구석에 쳐 박혀 있었다.
오늘 비가 온다. 감질나게 조금 오는 게 아니고 좍좍 온다. 장마 비다. 이런 환경을 코로나 19 바이러스는 제일 싫어한다고 한다. 이런 환경으로 그 질병이 종식되었으면 좋겠다. 감기처럼 다음 겨울에 또 찾아오더라도 이제는 잠잠해 졌으면 좋겠다.
농촌의 7월은 아름답다. 낮 동안 종일 불볕더위일 때는 햇빛이 땅을 바싹 말려주어 위생적인 것 같아 청랑하고 지금처럼 비가 좍좍 뿌릴 때는 또 시원해 좋다.
뜨거운 날일수록 농부들은 아침 일찍 나가서 밭일 들일을 한다. 그런 농부들을 바라보면서 학생들 점심을 국가에서 보조해 주듯이 농촌의 점심을 국가에서 보조해 줄 수는 없을까 생각했다. 농번기 때 농촌 주민 모두에게 마을 단위로 점심을 주는 정책은 어떨까 생각해 본 것이다. 마을 회관에서 음식을 마련해놓으면 가까운 사람들은 와서 먹고 아니면 도시락 형태로 가져간다. 음식 재료비, 인건비 등은 국가 예산에서 지불하는 것이다.
농촌에 대해 말할라치면 도시의 젊은이들은 관심 자체가 없었다가 이번 코로나 사태로 조금 변화된 경향을 보이고 있다. 언컨텍트 시대라고 집에만 있다 보니까 30평 아파트도 일가족 네 식구에겐 비좁게 느끼게 된 것이다. 숨통이 트일 공간이 필요해진 것이다. 4일은 도시에서 3일은 시골에서 보내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이야기가 유 튜브를 중심으로 떠돌기 시작하였고 시골이라는 공간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 같다.
사실 시골은 젊은이들에게 사업을 할 곳으로는 매력이 없었다. 젊은이의 귀농인구는 그리 많지 못했다. 나는 항상 궁금했었다. 우리나라의 농촌, 농업이 미국 같이 거대한 토지를 가진 나라와 비교될 수는 없지만 유럽의 강소국, 네덜란드나 덴마크 정도 같이 왜 될 수 없을까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우리나라가 IT 강국이니 스마트 농업을 할 수도 있을 텐데 얼마나 경쟁력이 없으면 농업인구가 보조금에만 의지하나 싶고 시골은 언제나 고령인구만 남아서 동정이나 받는 곳으로 인식되어 있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그 의문이 이번에 새로 출판된 책 –농업의 힘- (박현출 지음, HNCOM) -에서 풀렸다. 저자 역시 한국 농촌의 문제점을, 은퇴하지 못하는 고령 농업인에 맞췄다. 중요한 점은 저자가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했다는 점이다. 세대교체가 이루어진 후에 변화를 생각해 보자는 농업계의 수동적인 태도에서, 고령 농업인들이 행복하게 은퇴해서 노후를 즐기게끔 유도하는 적극적인 태도로 정책을 바꾸면 농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농업을 기피하는 이유는 적정 규모로 농사지을 땅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니 국가가 고령 농업인들이 농사를 그만 두고도 즐거운 여생을 보낼 수 있게 정책적으로 도와준다면 청년 전업농이 제대로 규모를 갖춘 농업을 할 여지가 생긴다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나라의 농업도 국제적으로 경쟁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수 있다고 한다. IT강국의 명예를 걸고 품목을 잘 선택하여 스마트 농업을 한다면 수출을 해서 세계의 소비자를 행복하게 할 뿐만 아니라 한국 농업의 미래도 밝게 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저자의 해결책 제시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농업의 식량 안보 기능을 중시한다면 농촌에 드는 비용을 아끼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과 같은 코로나 19 사태는 식량의 안정적인 공급을 필수적으로 요구한다. 덧붙여 도시인들의 휴식의 공간으로서 숨통을 틔울 공간으로서의 농촌도 분명히 존재가치가 있다. 앞으로의 농촌은 젊은이들의 최선진 사업이 될 농업과 전 국민의 휴식 공간이 되는 전원이 함께 발전하는 공간으로서 그 가치를 높이 부여받으리라 생각된다. 네덜란드의 농촌처럼 집집마다 아름다운 꽃이 자라고 행복하게 노후를 즐기는 노인들과 트랙터를 모는 젊은이들이 공존하는 그런 장소가 될 것이다.
전라도의 지인이 또 다른 일로 전화를 걸어왔다.
“왜 아직 복숭아 보내 주지 않으셔요?”
내가 물었다.
“아니, 다 익어야 보내드리죠. 좀 기다리세요. 복숭아란 한여름 햇볕을 봐야 익는 놈 아닙니까?”
그러면 그렇지. 전라도의 복숭아만 일찍 익었다고 생각했다니. 내, 원, 참.
그이는 미리미리 택배 준비를 하느라고 그런 것인데.
모든 것은 익어야 하고 익으려면 시간이 필요하다. 전라도에서나 경상도에서나.
우리 농업, 농촌도 정책의 방향 전환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모두들 지금 코로나의 시간을 적절히 이용해야 할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