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직 논설주간
▲ 권순직 논설주간
문재인 정부에 대해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보다 ‘잘 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가 높게 나타난 이른바 데드 크로스가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 나타났다. 지난 2018년 12월에 이어 두 번째 데드 크로스다.
 
여론이야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일희일비(一喜一悲)할 일은 아니다. 하지만 한때 70% 이상 고공행진하던 긍정평가가 이처럼 낮아지는 건 지나칠 일은 아니다.
 
요즘 언론과 정가(政街)에선 문재인 정부 레임 덕 얘기가 나온다. 레임 덕은 대통령의 권위가 실추되고, 영(令)이 안 선다는 얘기일 것이다.

보통 대통령 임기가 끝나갈 무렵이나 여권의 강력한 차기 대권 후보자가 등장, 전임자와의 차별화를 통해 자신의 위상을 높이려 할 때 왕왕 레임 덕 현상이 발생한다.
 
지금 레임 덕이 발생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일부 그 조짐이 보이는 것만은 사실이다. 레임 덕이 아니길 바란다. 대통령 임기가 아직 너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벌써 레임 덕이 나타나면 대통령과 집권여당의 국정운영 동력(動力)이 약화됨으로써 정국이 혼란에 휩싸이게 된다. 그 피해는 일반 서민에게 돌아가기에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설익은 정책 대안으로 신뢰 상실
 
레임 덕을 우려하는 현상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우선 부동산 정책을 놓고 빚어지는 정부 부처 간의 엇박자가 도를 넘는다. 부총리 말 다르고, 주무 장관 말 따로가 다반사다. 어제 발표한 정책을 오늘 서둘러 보완하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청와대 수석과 경제부총리가 주택 공급확대 대책으로 그린벨트 일부 해제에 의견을 모은 것으로 밝혔다가, 차기 여권 대선후보자 등의 반발이 나오자 부랴부랴 대통령이 진화에 나서 없던 일로 정리한다.

고위 당국자들이 정책을 일단 띄어놓고, 부작용이 예상되거나 반발이 거세면 거둬들인 경우가 많다. 그것도 사전 보고받지 않았던 듯 대통령이 수정하는 건 국민들 보기에 의아하다.
 
그러잖아도 골치 아픈 부동산 문제에 상관도 없는 법무부장관까지 나서니 가관이다. 활발한 토론 과정이라고 강변하지만, 국무회의에서 토론해야지 서민 생활에 영향이 큰 사안을 여론정치로 해선 안 될 일이다.

그뿐인가. 수도를 세종시로 옮겨야 한다는 설익은 대책을 내놓아 해당지역 땅값 집값을 들썩거리게 한다. 헌재의 위헌 결정을 바꿔야할 중대 사안을 불쑥 던져 평지풍파다.

성추문 사건으로 공석이 된 서울 부산 등의 지방자치단체장 보궐선거(내년 4월)에 여당이 당헌에 의해 후보를 내지 말자는 주장과, 이에 반대하는 의견이 엇갈려 국민들은 헷갈린다.

심각한 조세저항 조짐
 
그러니 국민들은 도대체 대통령의 리더십이 있는지, 너도 나도 잘났다고 한마디씩 내뱉는 바람에 민생은 힘들다. 국민 삶과 직결되는 정책은 치밀하게 검토된 후에 나와야 한다.

불쑥 던져놓고 문제가 있다싶으면 아니면 말고 식으로 슬그머니 거둬들이는 건 정부의 책임 있는 자세가 아니다.
 
정부 정책이 신뢰성을 잃으면 혼란에 빠진다. 그래서 정부 전문가들이 밤새워 시안을 마련하고 가다듬은 뒤 완벽하다싶은 정책을 국민들에게 제시해야 한다.

일련의 부동산정책에서 그런 고심을 발견하지 못해 안타깝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이 정부 중추세력의 이념 편중이라는 지적이 있다. 청와대나 여당이 정책방향을 좌지우지하고, 뒤치다꺼리만 하는 행정부처 공무원들은 그래서 불만이다. 일 처리에 책임감이 결여되고 자부심도 없다는 자조(自嘲)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특히 최근 빚어지는 조세저항 움직임은 대단히 경계해야 할 사태이다. 집값 잡기 위해 시행하는 조세정책이 “징벌과세‘성격을 지님으로써 반발이 가시화하고 있지 않은가.

다수의 국민들에게 가해지는 부동산 관련 ‘세금 가중’에 대한 불만이 날로 심각해지고 있음을 주목해야 한다.
 
여권, 코로나 착시(錯視)에서 벗어나야
 
조국 사태나 윤미향 사건, 박원순 비극, 윤석열 추미애로 상징되는 검찰 혼란 등은 온 국민의 관심사이고 국론을 분열시킨 중대 사안이다.

그러나 조세문제는 이런 사건들과 다르다. 명분 도덕률 정의 등 고상한 명제에 대해서도 국민들은 관심이 지대하지만 부담이 피부에 직접 와 닿는 세금 문제는 또 다르다.
 
정부 여당이 지난 총선에서 압승한 뒤 빚어지는 현상은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국회 상임위원장 독식과 뚝딱뚝딱 해치운 추경예산 처리, 그 와중에서 벌어진 쪽지예산 나눠먹기는 도를 넘었다.
 
총선 당시 극에 달했던 코로나 사태로 반사이익을 얻어 압승한 여당은 하루빨리 ‘코로나 착시(錯視)’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총선이후 벌어지는 정부 여당의 실정(失政)에 벌써부터 경고음을 발하고 있다. 데드 크로스가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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