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채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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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따라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백신 개발과 확보에 나라간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개발되고 있는 백신은 160여종에 달한다. 대부분 초기 개발단계에 있고 임상시험 3상 단계에 돌입한 것은 6개에 불과하다. 이들 중 영국 아스트라제네카, 미국 모더나, 중국 시노팜 등이 선두를 달리고 있다.
문제는 백신이 상용화 된 직후 생산량이 많지 않아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물량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이란 우려다. 백신 생산국들이 자국민이 아닌 모든 지구촌 국가들을 위해 공평한 배분을 보장하지 않을 경우 심각한 국가 간 분쟁이나 혼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세계 여러 나라가 백신 확보에 광분하고 있는 것이다.
백신 확보에 가장 열을 올리는 곳은 미국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대선을 앞두고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백신 개발과 백신 확보에 정치적 사활을 걸고 있다. 미국이 전 세계 제약사들과 접촉하며 묻지마 사재기에 나섰다. 지금까지 확보한 물량만도 미국 인구의 2배가 넘는 7억회 분이나 되고 있다. 미국이 사재기에 나서자 코로나19 의약품은 공공재가 돼야 한다던 유럽 국가들마저 백신 확보전에 뛰어들었다. 일본, 중국, 브라질 등도 마찬가지다. 그 결과 전 세계 인구의 절반 분량을 이들 국가가 '싹쓸이'했다. '우리부터 살고 보자'는 각자도생으로 위기에 내몰리는 건 백신 쟁탈전에 뛰어들지 못한 나라들이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백신면역연합(GAVI) 및 감염병혁신연합(CEPI) 등과 함께 백신을 공정하게 공급하기 위한 '코백스(COVAX)'를 설치했다. 참가국들을 모집, 백신 공동구입 자금을 사전 출자 받은 뒤 내년 말까지 백신 20억명 분을 확보해 회원국에 공급하는 것이 코벡스의 목표다. 백신 개발이 완료되면 코백스 가입국은 인구 20%까지 물량을 보장 받을 수 있다. 현재 우리나라를 비롯해 70여 개국이 코백스에 동참 의사를 표명했다. 지금으로서는 코벡스가 국가 간 백신 이기주의와 백신 안보 경쟁을 극복할 수 있는 유력한 희망이다.
하지만 코벡스만을 믿고 손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다. 코벡스는 현재 가입국을 모으는 단계여서 백신 개발 동향에 따라 계획이 변경될 수 있다. 게다가 인류애를 발휘해 백신 싹쓸이를 멈춰달라는 WHO의 호소와 중재에 싹슬이 국가들이 얼마나 귀를 기울일지 미지수다. 무엇보다도 코벡스가 성공하려면 많은 글로벌 제약사들이 적극적인 참여 의사를 밝혀야한다. 그러나 CEPI의 지원을 받는 제약사만이 참여 의사를 밝히고 있을 뿐이다.
정부는 국내기업을 통한 백신과 개발과 해외 제품 확보를 병행하는 투트랙(Two-Track) 전략을 추진 중이다. 특히 코벡스 보장 물량 이외에 개별 기업을 통해 적극적으로 선구매를 진행할 방침이다. 다행스럽게도 SK케미칼의 자회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가 미국 백신 개발업체인 노바백스(Novavax)와 백신 후보물질을 위탁생산하는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현재 임상 2상을 진행중인 노바백스의 백신 후보물질은 이르면 10월께 3상 진행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에 앞서 SK바이오사이언스는 글로벌 백신 개발 선두업체의 하나인 영국 아스트라제네카와도 국내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코로나 19는 전파력이 무척 강해 일부 국가에서 확진자가 줄어든다고 해서 팬데믹이 종식되거나 위험이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사재기 국가들의 양보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견되기도 한다. 하지만 낙관은 금물이다. 바이러스의 저항 능력이 인간의 백신 개발 속도를 추월할 정도로 바이러스의 돌연변이가 심하기 때문이다. 상황에 따라 과거 식량위기나 석유파동 때처럼 백신도 무기로 둔갑, 비싼 값을 주고도 물량을 구할 수 없는 사태가 얼마든지 전개될 수 있다.
백신 물량 확보 이후 우선 접종 대상자를 선정하는 것도 풀어야할 과제다. 백신이라는 것이 전 국민이 일시에 접종할 수 있도록 동시 구매나 생산이 가능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떤 사람에게 먼저 접종할 것인지 순번을 정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투데이 코리아 주필>
필자 약력
전) 연합뉴스 경제부장, 논설위원실장
전)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