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경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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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듯 시골 살면 주위가 온통 재미로 가득 차 있다. 사람들이 돈 벌려고 아등바등하지 않는가? 돈 벌어서 뭘 하려고? 예쁜 꽃과 나무들을 사려는 것도 그 목적에 들어간다. 우리나라의 경제가 2만 불에서 3만 불을 넘어가는 이 시점이, 먹는 농업에서 보는 농업으로 바뀌는 때란다. 그러니 SNS에서 아름다운 정원이 있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는 것이 행복한 사치로 오르내리는 것이다. 그런 곳에 꽃이 없다면 인기가 있겠는가? 우아한 나무가 없다면 멋진 디자인의 내부 시설이 조화롭겠는가? 그러니 많은 돈을 들여 주위를 장식하는 사람들이 많은 대신 나는 그런 꽃을, 그런 나무를 푼돈으로 장만하는 것이다.
물론 나는 귀농주부가 아닌 귀촌주부이므로 판매를 하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나 또한 그런 예쁜 꽃과 나무가 주위에 많이 필요하다. 여기 조금 살다가 서울이나 또는 다른 대도시로 갈 사람이 아니고 여기에 뿌리박고 살 사람이므로 해가 지나면 지날수록 아름다워지는 주위 환경을 원한다. 그러므로 아름다운 꽃과 나무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나의 관심을 끈다. 도시 사람들은 시골에 산다는 것을 멍하니 산과 하늘을 보기만 하는 것으로 착각하는 것 같다. 아무런 희망도 없이 두고 온 도시 생활에 대한 추억뿐으로 (오염된 도시의 대기는 좋은 추억을 주기는 어렵지만) 그저 하루하루를 심심하게 보내는 생활로 생각하나 보다.
하지만 시골생활은 도시생활보다 훨씬 역동적이고 환경 친화적이고 따라서 건강에 도움이 되는 자연으로 가득 차 있다.
되도록 나는 많은 것을 직접 해 보는 기회를 가지고 싶다. 이번 장장 두 달 간의 장마 기간 동안 동편 통창 앞의 툇마루가 검은 색으로 변했다. 말하자면 나무가 썩은 것이다. 골똘히 바라보며 그 마루 위에 어닝이라 이름하는 덮개를 씌울까 생각도 해 봤지만 한옥 구조의 집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아 주저했다.
장마도 끝나고 날씨가 맑아지자 내가 직접 페인트칠을 해 보면 어떨까 생각이 들었다. 남편은 사람을 시켜 칠하자고 했지만 내 생각에 그리 어려울 것 같지 않았다. 혼자서 차를 운전해서 영천 시내의 페인트 점에 갔다. 사장님은 얘기를 듣고는 몇 가지 재료를 섞고 또 색도 배색해서 칠 한 통 만들어주었다. 붓도 롤러도 공짜. 합해서 내가 낸 돈은 3만원 정도였다. 그 칠 한 통으로 툇마루를 두 번 칠하고 집 안의 평상 2개도 새로 칠하고도 아직 칠이 남았다. 이젠 마음이 놓인다. 그리고 자신 있다. 비가 많이 오면 얼마간 시간이 지난 후에 또 페인트를 칠하지 뭐. 썩는 시간 보다 내가 페인트칠하는 시간이 많으면? 썩지 않는 거지. 마치 텃밭의 잡초를 미리미리 흙을 뒤집어 제거하는 시간이 빠를수록 잡초가 덜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이렇게 농촌의 하루하루는 도전에 가득 차 있다. 물론 운전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시골에서, 내 나이 또래의 여자들에게는 특권에 속한다. 앞으로도 농촌이 도시처럼 대중교통이 발전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농촌에서 살게 될 젊은 나이의 여자들은 인터넷과 동영상을 다루는 정도로 일반 차 운전은 필수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 같다.
도시에 사는 자녀들이 카톡으로 안부를 물어왔다.
“코로나로 힘드실 텐데 어떻게 지내세요?”
“음, 여긴 자연 자가 격리란다. 햇빛 많이 쪼이고 잘 지내지. 집에는 에어컨이 있어서 시원하고.”
시골 산다고 하면 옛날 그네들이 떠나온 그대로의 쓰러져가는 시골집에서 파리 떼에 쫓기며 산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2020년대의 대한민국은 그렇지 않다. 유럽의 덴마크나 네덜란드 정도의 아름다운 주변 환경을 지니고 잘 보내는 시골 사람들이 많다. 더욱이 우리 집처럼 지붕에 태양열 전기판을 깐 집에선 에어컨을 쓰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다. 우리는 집은 작게 지으면서 에너지 자체 조달을 위해서 지붕에 태양열 판을 부착했다.
벌레가 많기는 하다. 그만큼 자연친화적이란 말이다. 하지만 유칼립투스오일을 몸에 뿌리고 텃밭에 나가면 그놈들이 덤비질 못한다. 마스크 안에도 그 오일을 뿌리면 그 안에서 호흡하면서 바이러스를 이겨낼 수 있다. 이런 지식?
모두 유튜브에서 얻었다. 시골 살면서 더욱 자유로워질 수 있는 이유는 책과 더불어 인터넷에서 많은 정보를 무한정 흡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골 살면 심심해서 우에 사노?-
도시 사는 남편의 친구들이 하는 말이란다.
좀 더 건강한 노후를 원한다면 시골에서 살 일이다. 심심한 시골에서 살면서 끊임없이 일거리를 만들어내는 것이 건강의 비결이다. 짧은 옷을 입고 텃밭으로 나갈 때마다 햇빛이 가득 내 몸에 들어오는 것을 느낀다. 도시에서와는 다른 농도의 햇빛이다. 들어와서 칼슘도 만들어주고 비타민C도 D도 만들어 주렴.
더욱 행복한 것은 그 모든 건강식품이 시골에선 모두 공짜라는 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