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채 주필
postmaster@todaykorea.co.kr
기자페이지
지난해 5조원(거래액 기준)까지 급성장한 국내 배달앱 시장규모는 올해 들어 더욱 가속화해 월 1조원 시대에 접어들었다. 앱 분석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배달의 민족·요기요·배달통·푸드플라이 등 주요 배달앱의 월 결제액은 지난 3월 1조원을 돌파했다. 이후 코로나 사태가 다소 진정되면서 줄어들었으나 재확산 되면서 다시 증가세로 반전, 지난 7월 9434억원을 기록했고 8월에는 1조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산된다.
한국은 일회용품과 1인당 플라스틱 소비량이 세계 1~2위 수준으로 무척 높다. 그런 나라에서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2월부터 카페나 음식점 등지에서의 일회용품 사용을 일시적으로 허용까지 했으니 비상이 걸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코로나 재확산 국면에서 쓰레기 등 다른 문제는 당분간 후순위로 밀려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언택트(비대면) 소비 확대로 인한 인터넷 쇼핑과 배달 증가는 플라스틱 폐기물의 증가로 귀결된다. 환경부 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플라스틱류 폐기물은 하루 평균 848톤이나 됐다. 1년 전의 734톤보다 15.6% 늘었다. 코로나 사태의 장기화로 하반기에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늘어난 플라스틱 폐기물의 재활용이 무척 어렵다는 점이다. 해외에서도 재활용 플라스틱 수요가 줄어 수출이 어려워진데다 유가하락으로 재활용보다 새로운 플라스틱을 만드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일부 국내 업체들은 국내 폐페트병을 원료로 쓰면 각종 이물질이 섞여있어 기계 고장이 잦다는 이유 등으로 페트병 쓰레기를 해외에서 값싸게 수입해 쓰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지난 3월 페트(PET)를 기준으로 kg당 800원 수준이었던 플라스틱 폐기물 단가가 지난 4월 760원으로 하락한데 이어 8월에는 590원까지 추락했다. 이젠 수익성 하락으로 폐플라스틱을 수거하지 않는 업체들마저 곳곳에서 등장하고 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쓰레기 사정이 나아질 전망은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 사태가 단기에 종식될 가능성이 전무하기 때문이다. 결국 재활용 시스템이 붕괴되면 쓰레기 대란이 터지게 된다. 일각에서는 2018년 일어난 ‘폐비닐 대란’이 플라스틱으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폐비닐 대란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공동주택(아파트)을 담당하는 재활용 수거업체들이 수익성이 떨어지는 비닐류 수거를 중단하면서 발생한 쓰레기 대란이었다.
생산 단계에서부터 재활용이 쉬운 제품을 만들고, 제대로 분리 배출하는 등 근본적인 폐기물 체질 개선을 하는 것 이외에 다른 길이 보이지 않는다. 플라스틱은 환경과 생태계에 심각한 영향을 끼친다. 혼합원료 사용으로 재활용이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제작과정에서 많은 양의 탄소를 배출하고, 소각 시에는 다이옥신을 발생시키기 때문이다. 인류에겐 환경 문제가 전염병 못지않은 재앙이다. 머지않아 폐플라스틱 문제가 수면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지금부터라도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해 플라스틱 사용 거절하기(Refuse), 줄이기(Reduce), 재사용하기(Reuse), 재활용하기(Recycle), 제대로 썩히기(Rot) 등 이른바 '5R'을 적극 실천해야 하겠다. <투데이 코리아 주필>
약력
전) 연합뉴스 경제부장, 논설위원실장
전) 언론중재위원회 중재위원
전)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