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경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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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호 태풍 ‘마이삭’의 피해가 복구되기도 전이라 많은 사람들에게 더욱 고통스러운 상처를 주었다. 부산, 울산이나 포항과 같은 바닷가 도시에는 못 미치겠지만 우리가 사는 영천도 피해가 많았다. 동림원의 새로 심은 과일나무 묘목 중에서 뿌리가 뽑힌 놈, 목이 부러진 놈. 가지가 잘린 놈 등 피해가 많았다. 봄에 심었기에 아직 뿌리가 실하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한 것 같다. 며칠 전, 배추 모종을 심었는데 어제 바람 따라 모종 이파리가 이리 저리 심하게 흔들리는 것이 안타까워 종이컵도 씌어줘 봤지만 엄청난 태풍에 종이컵도 날아가고 결국 모종들마저 목이 달아나 버린 것들이 부지기수였다. 하지만 이웃 집 사과나무 농원 바닥에 떨어져 질펀하게 깔린 푸른 사과들을 보면 훨씬 더 가슴 아프다. 이번 가을의 사과는 금사과가 될 것 같다.
사과 농장 주인은 걱정이 되어 안부를 묻는 전화에서 나오느니 한숨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농사지은 지 20년이 되어 오는데 기후 조건이 점점 안 좋아지는 것 같다고 걱정스레 말한다. 이렇게 기후조건이 나빠져 가니 코로나19라는 질병도 오지 않았겠느냐고 우리는 말해 준다. 기후변화로 초래되는 경제, 금융위기의 가능성을 국제결제은행에서는 ‘그린 스완’이라고 말한단다. 경영학자 ‘나심 탈레브’가 예기치 못한 경제 위기를 ‘블랙 스완’이라 명명한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그 밖에 상식적으로 절대 발생하지 않을 것 같은 위험상황을 칭하는 ‘네온 스완’이라는 말도 있단다. 백조가 스스로 빛을 방사하는 것은 불가능하기에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기후 온난화와 장기간의 폭우는 각종 병원균이 서식할 환경을 만들어 식물의 면역성을 떨어뜨린다. 우리의 식량이 될 농산물 생산을 담당하는 농업인들은 점차 어려워지는 환경과 대면해야 한다. 국가에서 농업을 특별히 보호해 주어야 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난지원금 교부할 때 농부에게 우선권을 주고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은 아직 보지 못 했다. 유리 하우스가 깨지고 날아가고, TV에서 본 대로 축사의 소가 물에 쓸려가고, 과일이 냉해와 병충해와 태풍에 모두 쓰러졌음에도 보상은 너무 멀리 있다. 최소한 도시의 소상공인 만큼만이라도 신경을 써 주었으면 좋겠다. 식량 생산 기반이 무너지고 아무도 농업이란 분야에 뛰어들지 않게 된다면 얼마나 끔찍한 재난이 되겠는가?
농작물 생산에 있어서 우선 농업인들부터 친환경적인 농법을 사용하는 데에 신경을 더 썼으면 좋겠다. 그것이 ‘그린 스완’이 조금이라도 늦게 오게 하는 방법이다. 되도록 농자재용 비닐 제품을 덜 쓰면서 농사를 짓고 비료나 농약을 환경 친화적 방법으로 사용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내가 이런 걱정을 하니까 남편은 우린 귀농인이 아니라고 한다. 귀촌 주부가 걱정을 너무 많이 한다는 것이다. 나도 “정말 그러네.” 하면서 웃어버린다. 하지만 그냥 웃을 수만은 없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농촌의 현실은 막중하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빅데이타와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 혁명이 본격화하면 많은 일을 로봇이 대신하는 시대가 올 것이기 때문에 직장은 점점 줄어든다. 그러므로 젊은이들이 농촌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아질 것이다. 작년 농촌경제 연구원이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일반적인 고령농의 수입과 비교해서 농촌에서 최상위 계층인 고수익농가의 수입이 무려 열배에 달한다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보기에 아주 희망적인 현상이다.
농촌에서도 열악한 환경을 딛고 농사를 잘 지으면 대단한 소득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통계이기 때문이다. 내가 여러 번 말했지만 농촌에서의 기본적인 고소득 창출은 60배로 늘리는 방법의 변화이다. 씨를 뿌려 모종을 팔고, 삽목을 해서 장미나 수국 같은 인기 작물을 키우고, 무궁화 같은 수요가 많은 나무에 접붙이기를 해서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젊은이들을 보면 그저 입가에 미소만 떠오를 뿐이다. 그런 젊은이들을 격하게(?) 응원한다.
농촌의 수익농들이 힘을 합쳐서 환경 친화적인 농업을 하도록 먼저 힘을 모을 수 있다. 기후 변화는 한두 사람의 문제가 아니고 한두 나라의 문제도 아니다. 세계인이 화석원료를 줄이고 좋은 공기를, 깨끗한 물을 보존하도록 노력해야 하는 범세계적인 문제이다. ‘그린 스완’이 가까이 올 수 없도록 앞장 서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것은 세계 정부이며 세계 주민들이다. 이 일은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누구나 자기 자리에서 환경을 생각해야 된다고 본다. 의식을 가진 젊은이들이 농촌으로 많이 유입되어 농촌의 환경이 더욱 미래 지향적이며 환경 친화적으로 향상되는데 정부의 정책이 앞장 서 주어야 하리라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