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기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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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秋 지키기’가 민심 이탈 불러
추 장관은 올해 초 취임 이후 검찰 인사로 윤석열 검참총장과 갈등을 빚었고 국회에서는 주요 현안과 관련한 거친 발언으로 야당과 여론의 반발을 불러 ‘추미애 리스크’를 자초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비롯, 정권과 관련된 인사들의 비리 의혹을 수사하던 윤 총장의 측근 간부와 수사검사들을 인사에서 지방이나 한직으로 쫓아내면서 갈등을 빚었다. 게다가 “내 명을 거역했다” “지시를 잘라 먹었다” “소설 쓰시네” 등 고압적인 국회 발언으로 국민의 눈총을 받았다.
추 장관 아들 서모씨와 관련된 휴가 등 군복무 당시 특혜의혹은 공방이 거듭될수록 국민을 허탈하게 만들고 있다. 국방부가 나서 서씨 휴가연장에는 절차상 규정 위반이 없다고 주장하고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줄줄이 옹호 발언을 쏟아내 총력 방어에 나선 느낌이다. 그러나 지휘관 허가가 있으면 미복귀상태에서도 휴가연장이 가능하다는 식의 정경두 국방부 장관 답변에 젊은 청년과 아들을 군에 보낸 부모 형제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천재지변이나 교통두절 등 특별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만 해당되는 예외규정이 왜 서씨에게 적용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 원내대책회의에서 “전화·메일·카카오톡 등으로도 휴가 연장신청이 가능하다고 한다”고 말해 불길에 기름을 더하는 격이 됐다. 서씨가 안중근 의사의 우국충정을 실천했다는 식의 민주당 논평은 선열을 기리는 애국시민들의 공분을 샀다.
‘부대로 전화해 우리 아들 휴가도 연장하자’ ‘카톡으로 휴가 연장해 보자’는 비아냥이 온라인으로 현역 장병과 부모들 사이에 오르내리고 군 지휘관들까지 혼선을 겪는다고 한다. 불법 탈법의 문제가 아니라 추 장관(당시 여당 대표) 같은 ‘엄마 찬스’가 없다면 미복귀 상태에서 과연 휴가 연장이 가당키나 하겠느냐는 게 민심이다. 휴가 연장 의혹을 앞장서 제기해온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은 국회발언에서 “나라가 니꺼냐”고 일갈했다. 여기에다 이런저런 변명을 더하고 옹호발언을 덧붙인들 성난 민심에 부채질하는 꼴이 될 뿐이다. 추 장관은 더구나 국회에서 아들 휴가 연장과 관련해 당시 보좌관이 나선 적이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가 사실과 다른 것으로 밝혀지자 “시킨 일이 없다”고 말을 바꿨다.
문 정권은 이제 추 장관을 내치기도 어렵고 그냥 가자니 민심이 두려운 진퇴양난에 빠졌다. 역풍에 밀려 조 전 장관에 이어 후임 추 장관까지 물러나게 하면 극심한 레임덕(권력누수)에 빠져 국정 동력을 상실할 우려가 크고 끌어안고 가는 방안은 민심 이반을 초래, 임기 말까지 두고두고 감당하기 어려운 짐이 될 소지가 다분하다. 청와대는 결국 후자를 택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와 함께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몇 가지 가시적인 조치를 내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윤미향 민주당 의원 기소와 관련한 검찰 움직임이나 국토교통부의 인천국제공항 사장 해임요구 등이 눈에 띈다.
하지만 집권 이후 여론을 외면하고 독주해온 오만한 권력에 실망한 민심이 이 정도의 조치에 수긍할지는 의문이다. 문 정권은 집권 초기부터 좌파 이념의 진영논리를 앞세워 무리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환경보호를 명분으로 한 탈원전 정책이 오히려 화석연료에 의존한 화력발전 비중을 높였다. 태양광 발전을 늘린다며 대규모 산림 훼손까지 초래했다. 그래도 탈원전 철회 요구에 요지부동이다. 시장 수급을 외면한 금융·세금 등 규제 중심의 부동산 대책이 역풍을 불러 아파트값을 급등시키고 세입자를 보호하겠다는 임대차 3법이 전세 대란을 가져왔지만 아무도 잘못이 없다는 정부다. 세금으로 추경예산을 만들어 국민에게 2만원씩 통신비를 지원하겠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국민을 위한 작은 위로이자 정성”이라고 생색을 냈다. 여론조사에선 58%가 통신비 지원에 반대했으나 정부는 그래도 지원하겠단다. 정부는 주겠다는데 나라살림 걱정하는 국민이 말리는 희귀한 장면이다.
지난해 이맘때 당시 조 장관의 퇴진을 요구하는 여론이 들끓었다. 서초동에선 반대로 조 장관과 검찰개혁을 지지하는 집회가 열렸다. 조 장관을 눌러 앉히려던 청와대는 광화문 일대를 뒤덮은 퇴진 민심에 밀려 어쩔 수 없이 그를 내려놓았다. 지난해 개천절 시위를 생생하게 기억하는 민심은 더 이상 바보 취급하지 말라고 지금도 단호하게 요구한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필자약력
△전) 국민일보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 한국신문협회 이사
△전) 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