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문 취재국장
▲ 김태문 취재국장
최근 국세청이 국회에 제출한 ‘19세 미만 미성년자 증여 현황’에 따르면 2014~2018년 5년간 이뤄진 미성년자 대상 증여는 총 3만3731건으로 재산액만 4조1135억 원 규모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산별 증여액은 금융자산이 1조3907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토지·건물 1조3738억 원, 유가증권 1조632억 원 등의 순이다.

특히 2018년(2019년 통계 미산출) 미성년자에 대한 증여가 9708건으로 재산액만 1조2577억 원에 달했다. 2014년 5051건, 4884억 원 수준이던 미성년자 증여가 불과 4년 만에 건수로는 92%, 재산액으로는 113% 폭증한 것이다.

더욱 문제는 이른바 ‘금수저’로 태어난 덕에 스스로의 노력 없이도 막대한 부를 대물림받는 사례가 속출한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김경협 의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에 공시지가 9억 원 이상 주택을 보유한 미성년자는 5년 만에 4배 증가했다.

수억 원을 호가하는 부동산을 소득도 뚜렷하지 않은 미성년자들이 가지고 있다는 게 일반적이진 않다. 집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강남 4구를 사례로 들었을 뿐 전국으로 범위를 넓힌다면 이런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은 여타 국가들에 비해 상속세나 증여세의 세율을 높게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공제 혜택이 있어 실제로 내는 세금은 그보다 적다. 이런 이유로 온갖 편법이나 변칙을 써서 세금을 탈루하는 일이 비일비재한 것이다.

실제 소득이 없는 10대가 약 35억 원가량인 강남구의 아파트를 부모와 공동명의로 구입했는데, 자금은 기존에 조모와 공동명의로 갖고 있던 15억 원가량의 주택을 팔아 조달한 사례가 국세청을 통해 밝혀지기도 했다.

미성년자 대상 증여가 증가할수록 정당한 납세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변칙증여’도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편법과 탈법 등 정당한 대가를 치르지 않는 금수저들의 대물림이 이어진다면 국민들의 반감은 배가될 수밖에 없다.

최근 ‘공정’이 정국의 화두로 떠올랐다. 가진 자의 자녀들이 온갖 편법으로 부를 누리는 상황에 국민들은 허탈하다. 미래세대의 올바른 납세의식과 공정한 사회구현을 위해서라도 세부담 없는 부의 이전 행위에 대한 엄정한 대처가 필요하다.

국세청은 이번 자료를 토대로 가진자들이 절세라는 명분 아래 부의 대물림 과정에서 탈법과 편법을 일삼는 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관련 사안에 대해 당국이 끝까지 추적해 엄단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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