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은경 작가
▲ 조은경 작가
시골에 내려와서 텃밭을 가꾸다가 문득 수많은 종류의 잡초에 생각이 미쳤다. 처음엔 물론 내가 심은 작물 이외에는 인정사정없이 뽑아서 버리곤 했다. 그것을 조상들은 김을 맨다고 했던가? 김을 맨다니? 그러고 보니 ‘논매다’라는 말도 들은 적 있는 것 같았다.

사람들은 ‘김매다’라는 동사에 ‘잡풀을 뽑아내다’라는 뜻이 있다고 생각한 것 같지만 그렇게 된다면 ‘논매다’라는 동사의 뜻을 설명하기 어렵게 된다. 여러 가지 참고 자료들을 찾아보았더니 ‘김’과 ‘매다’를 따로 구분해서 ‘매다’라는 동사는 뽑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정리한다는 뜻으로 결론을 내리는 편이 이해하기가 쉬울 것 같았다.

이런 해석은 김치의 어원을 찾아보는 와중에 이루어졌는데 ‘김’이 채소의 고어라고 하고 ‘치’는 소금에 절인 상태를 말한다고 하니 ‘김장’도 이해가 간다. 즉 ‘김을 맨다’는 채소가 있는 밭 주변을 정리한다는 뜻이 되고 ‘논을 맨다’는 논 주변을 정리한다는 뜻이 되겠다. 나의 이러한 해석은 네이버 블로거 ‘미네랄’이란 닉네임을 가진 분의 자료에서 도움을 받았다.

‘미네랄’님은 ‘우리말 국어사전’에서 ‘김’을 ‘논밭에 난 잡풀’로, ‘매다’를 ‘논밭에 난 잡풀을 뽑다’로 해석을 잘못(?)했기 때문에 오해가 있었다고 말했다. ‘매다’라는 동사를 ‘매만지다’에서 유래했다고 보면 이해가 쉽겠다고도 했다.
 
덕분에 궁금한 점도 해결되었고 김을 매면서 잡초에 관심이 많아졌다. 처음에는 어린이 도서 중, ‘내가 좋아하는 풀꽃’이라는 책에 실린 세밀화에 관심을 가지다가 150종류의 잡초(?) 아닌 산야초가 실린 ‘산야초 가정백과’라는 책을 주문해서 보게 되었다. 그러다가 유튜브에서도 약초에 대한 항목이 많다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잡초에서 산야초로 다시 약초로..... 이렇게 격상한 잡초들이 의외에도 많았다. 약초를 설명하는 유튜버들은 이러한 약초(?)를 설명하면서 보약 같은 약초니 귀한 약초니....하면서 설명했고 그럴 때마다 ‘아니 바로 앞서 우리 텃밭에서 뽑은 잡초가 맞지 않나?’ 하면서 반신반의하곤 했다. 그러다가 ‘엉겅퀴’를 설명하는 부분에 이르러서 깜짝 놀라고 말았다. 내가 전에 비싼 돈을 주고 사먹었던 이른바 간 영양제 ‘밀크 시슬’이 바로 같은 ‘엉겅퀴’에서 나온 제품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도 밭에 지천인 ‘엉겅퀴’ 말이다.

다음부터는 더욱 주의해서 듣고 보았다. ‘민들레’도 지금 같은 바이러스 시대에 딱 맞춤 효능이 있다고 한다. 즉 민들레 뿌리에는 바이러스를 억제하는 ‘테르핀’이 함유되어 있어 면역력을 높이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고 한다.
 
책에서는 하얀 민들레나 노란 민들레나 비슷한 효능이라고 했는데 네이버나 쿠팡에 검색하니 하얀 민들레로 만든 차나 건초나 생초나 모두 10만 원 이상 고가의 가격대이다. 물론 노란 민들레는 훨씬 싸지만. 우리 텃밭 주변으로 어디서나 엉겅퀴, 민들레를 볼 수 있다. 통통한 쇠비름 또한 동네 아무 데서나 보이는데 이 잡초 아닌 약초가 바로 관절염의 특효약이라지 않는가?

쇠비름은 오행초 또는 장명채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는데 잎은 초록, 줄기는 붉은 색, 꽃은 노랑, 뿌리는 하양, 씨는 까만색이라 그런 이름을 가지게 되었고, 장복하면 장수한다고 장명채란 이름 또한 붙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뒷마당에서 자주 보이는 환삼덩굴은 어떤가? 그 까슬까슬한 몸피로 어느 식물이나 감고 올라가는 바로 그 애먹이는 잡초가 폐 건강과 혈액 순환에 도움을 준다지 않는가? 역시 코로나 시대에 ‘딱’인 약초인 셈이다. 밟고 밟아도 생명이 질긴 질경이는 한자어로 차전자. 내가 모르고 사먹었던 ‘차전자피’라는 섬유소가 많은 건강식품의 원료였다. 토사곽란에 효능이 있을 뿐 아니라 이뇨, 해열, 거담 등의 효과가 있다고 한다.
 
텃밭 가운데에 자리한 꽃밭 언저리에 내가 예뻐하는 일일초가 있다. 이름대로 여름 내내 날마다 꽃을 피워서 날 기쁘게 해 주었다. 어느 때 부터인가 그 꽃 주변을 파고드는 잡초가 있어 몇 번 뽑아내었지만 왠지 그 또한 약초일지 모른다 싶어 이리저리 찾아보았다. 역시나! 이름도 고운 ‘한련초’로 줄기를 자르면 검은 즙이 나오는데 이 즙의 효능이 머리를 검게 해 준다고 하며 항암 효과 또한 탁월하다고 한다. 어떤 책에서는 ‘천연 비아그라’라고 표현한 곳도 있었다.

약초에 관한 책을 아직 많이 읽지 못했지만 공부를 하면 할수록 더 많은 잡초가 약초로 변신해갈 것 같다.
 
마침 과일과 채소를 많이 섭취하기에는 즙을 내어 먹는 것도 방법이라고 해서 착즙기를 하나 사게 되었다. 아침에 두 개의 바구니를 들고 텃밭으로 나간다. 텃밭의 식물들에게는 가끔 소주와 미원, 또는 막걸리와 사카린을 섞은 약 이외엔 치지 않기 때문에 이곳은 언제나 안전한 먹거리의 보고이다. 물론 벌레들이 그런 약에 전멸 당하진 않지만 그래도 주인이 먹을 것은 남겨두는 예의를 보인다. 한 바구니에는 호박잎, 고추 등 반찬거리를 담고 다른 바구니에는 쇠비름, 한련초, 엉겅퀴, 민들레를 깨끗한 놈으로 골라 뿌리까지 채취한다. 잡초를 약초로 대접해 주는 방법인 셈이다. 당근과 함께 즙을 내어 먹을 예정이다.
 
그러고 보면 몸에 이로운 것으로 값 싼 것이 얼마든지 있다. 공기 속의 산소도 그렇고 오염되기 전의 물도 그렇다. 이제 우리 인간족(?)이 할 일은 자연이 무료로 우리에게 제공한 유익한 환경을 더럽히지 않는 것이 될 것이다. 우리는 무엇이나 돈으로 가치를 환산하는 버릇에 물들어 있다. 덧붙여서 돈이 안 들어가는 것이라면 무시하는 경향까지 있다. 그렇게 고마운 자연을 낮추어 보는 사람들이 혹 있더라도 우리만은 자연의 진정한 가치를 알고 인정하고 사랑해 주어야 할 것 같다. 시골에 사는 우리 자연인부터 솔선수범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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