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마초 흡입한 투자 담당 직원 4명 지난달 검찰 송치
지난 3년간 비위 행위 직원 57명 달해
김용진 이사장, 전 기획재정부 제2차관 출신…21대 총선 낙선 후 임명

▲ 사진제공=국민연금
투데이코리아=이정민 기자 | 750조 원에 달하는 국민 자산을 관리하는 국민연금공단이 대마초 흡입에서 해외연수비 부정 수령까지 갖은 논란에 휩싸이면서 국민으로의 신뢰를 무참히 짓밟고 있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지난달 28일 전북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공단에서 투자 부문을 담당하는 운용역 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이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대마초를 확보해 투약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 큰 문제는 해당 운용역들이 소속된 대체투자 부문의 자산이 90조5000억 원으로 집계됐다는 것인데 이는 전체 752조2000억 원의 12%에 달하는 수치다. 천문학적인 금액의 투자를 담당하는 직원들이 마약을 했다는 사실은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뿐만 아니라 앞서 지난 2017년 2월에는 퇴직예정자 3명이 기금운용 기밀정보를 누출한 사실이 밝혀지기도 했다. 다음해에는 직원 114명의 해외연수 자금을 해외 위탁운용사들로부터 지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 때문에 공단 직원들의 기강해이가 도마에 올랐고 지난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공단에 대한 개혁 논의와 계속되는 논란에 관한 여야의 집중 추궁이 이어졌다. 

국감에서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2017년부터 올해 7월까지 성희롱, 음주운전, 사내 갑질, 기밀유출, 출장비 부정 수령 등 각종 비위 행위를 저지른 공단 직원이 57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같은당 강기윤 의원은 "대마초를 흡연자가 국민의 노후자금을 운용했다는 사실을 듣고 믿고 맡겨도 될까 걱정이 된다"고 비판했다. 김미애 의원도 "기금운용본부 대마초 사건이 국민들로부터 분노와 함께 불안을 갖게 한다"고 했다.

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연금은 기금 770조 원을 운영하며 국민의 노후를 책임지는 기관으로 고도의 청렴성과 도덕성이 요구되는데, 최근 대마초 흡입 사건과 성비위, 음주운전 등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는 행위가 지속적으로 발생했다"며 "깊게 뿌리박힌 부조리 요소를 찾아내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 사진제공=뉴시스
김용진 국민연금 이사장은 거급 고개를 숙이며 "몇몇 직원의 일탈행위라고 생각하지 않고, 공단 내부 제도와 시스템 안에 부조리의 싹이 자라고 있는 게 아닌지 샅샅이 조사하기 위해 쇄신 추진단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공단이 배당세 환입을 통해 해외 수익률을 부풀렸다는 지적도 나왔다.

백종헌 국민의힘 의원은 "역대 최고 수익률이 맞지만 초과수익을 부풀려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게 맞냐"고 질의했고 김 이사장은 "전반적으로 지적이 맞으며 잘 반영될 수 있도록 검토하겠다"면서도 "성과급 책정에 큰 영향을 주진 않았을 것으로 판단한다"고 답했다.

지난해 국민연금 기금운용역은 1인당 평균 5651만 원의 성과급을 받았다. 해외 주식에 투자할 때 국가별 조세협약에 따라 배당세를 전액 돌려받는 경우가 있는데, 공단이 이를 수익률에 포함했다는 논란이 일었다.

백 의원은 "예를 들어 미국 정부로부터 배당세 30%를 돌려받았다면 30%를 뺀 값이 실력으로 번 수익"이라며 "그러나 이를 모두 수익으로 집계했다"며 "펀드 벤치마크 불일치가 발생해 한국투자공사(KIC)는 이를 바로잡았으나 국민연금은 이를 통한 초과수익으로 기금운용역 성과급 잔치를 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배당에 대한 부분의 경우 각 나라마다 세금이나 면제 적용기준이 다양하다 보니 성과 평가에 있어 착오가 발생했다"며 "공단은 금융시장에서는 투자자의 입장이고 성과평가의 판단주체는 보건복지부가 선정한 외부기관이다"라고 설명했다.

직원들의 비위행위에 대해서는 "김 이사장이 국감에서 언급했듯 올 12월 말까지 쇄신단을 통해 제도 기금부터 모든 부분을 샅샅이 쇄신하도록 할 방침이다"라고 강조했다.

국민연금은 그동안 이사장 임명에 있어서도 낙하산 논란에 시달려 왔다.

국민연금 이사장 자리는 김성주 전 이사장이 4·15 총선에 출마하고자 지난 1월 7일 퇴임한 이후 8월까지 쭉 공석이었다. 그는 20대 총선에서 낙선한 정치인 출신이다.

이후 21대 총선에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경기 이천 지역구에 출마했다가 낙선한 김용진 전 기획재정부 제2차관이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임명됐다. 김 이사장의 임기는 3년으로 2023년 8월 30일까지다.

이사장 임명 당시 공적연금강화국민행동(연금행동)이 "부적합한 낙하산 인사"라고 비판했다.

연금행동은 성명을 통해 "국민연금과 관련한 활동과 경험이 전무한 기재부 관료 출신이 이사장으로 선임된 것은 명백히 부적절한 낙하산 인사"라며 "오랜 기간 숙고하고 검증한 결과가 고작 이 정도인가"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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