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자등록 직권말소, 다시 공급 위축 초래할 우려

▲ 김성기 부회장
▲ 김성기 부회장
투데이코리아=김성기 부회장 | 주택임대차법 개정 이후 3개월이 훨씬 지났지만 전세대란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KB국민은행 월간 집값동향 집계를 보면 10월 서울의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5억3677만원으로 개정 임대차법 시행 직전인 7월에 비해 3755만원(7.52%) 올랐다. 2018년 10월이후 21개월간 오른 전셋값 3762만원과 맞먹는 수준이다. 세입자의 2년 계약갱신청구권을 보장한 결과 3개월만에 그 2년치와 비슷한 수준으로 올랐다는 계산이다. 건설산업연구원은 전셋값 상승은 내년에도 이어져 5%가량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세입자를 위한다는 법개정이 비교적 안정돼 있던 전세시장을 되레 자극해 공급부족으로 인한 대란을 부르고 서민 주거부담만 키웠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에 따라 임대의무기간이 종료되면 자동으로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말소키로 하고 이미 의무기간이 지난 사업자 등록은 8월18일 법시행일을 기준으로 자동 말소처리 했다. 등록이 말소된 주택(아파트 제외)에 대해서는 새로 사업자등록이 가능하지만 신규 등록 시 임대의무기간 10년을 추가로 부과하고 임대보증금에 대한 보증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등 기존보다 훨씬 엄격한 규제를 가했다.
 
2017년까지만 해도 종합부동산세와 재산세 취득세 등 각종 세금경감을 제시하면서 임대사업자 등록을 권장했던 정부가 불과 2~3년 만에 아파트 등록임대는 아예 폐지하고 다세대 다가구와 연립주택 임대사업까지 등록을 말소, 신규 등록을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경제정책의 신뢰를 넘어 정부에 대한 믿음까지 흔들리게 하는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아파트 등록임대는 투기 세력의 개입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아 시장에서도 개편 가능성이 거론됐던 제도지만 다세대 등 나머지 임대사업자 등록 말소는 현장을 외면한 과도한 조치로 평가된다. 다세대와 다가구, 연립주택은 아파트 전세마저 힘겨운 서민들을 위한 주거공간이다. 규모가 영세한 임대시장에 규제를 더하고 이미 임대의무기간을 채운 사업자에게 다시 10년 의무기간을 부과한 족쇄는 서민 주거여건을 더욱 악화시킬 우려가 크다.
 
특별법 개정에 따른 규제 강화로 기존 임대사업자들은 등록 포기를 심각하게 고민하는 존폐의 기로에 섰을 뿐 아니라 신규 사업자의 진출을 저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파트 전세대란의 와중에 다세대 다가구와 연립주택까지 공급이 위축될 걱정이 제기된다. 청와대와 정부는 1가구 1주택을 고위공직자 인선의 기준으로 삼아 다주택자를 마치 ‘악의 축’처럼 몰아붙였다. 게다가 민간의 임대사업까지 등록말소와 규제 강화로 묶어 다주택자를 따돌리는 편가르기에 나선 모습이다.
 
2030년까지 공동주택 공시가격을 단계적으로 시세의 90%까지 올리되 공시가격 6억원 이하의 주택은 2023년까지 한시적으로 재산세율을 내려주겠다는 정부 방침도 편가르기식 생색내기를 떠올리게 한다. 경제위기 속에 국민의 세금부담은 갈수록 커지고 있는데 굳이 공시가격 현실화를 명분으로 내세워 세금을 더 걷겠다는 발상이다. 공시가격은 세금부과와 보상 등의 기준으로 세운 가격이므로 토지와 주택 등의 균형만 유지된다면 꼭 시세에 맞춰 서둘러 현실화할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드는 제도다. 정부 감정평가 제도의 정확성과 신뢰도가 아직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어서 선 보완을 요구하는 지적이 앞선다. 서울 아파트 중간가격이 9억원을 웃도는데 6억원 이하 1주택자만 재산세 감면 대상으로 삼아 한시적으로 적용하겠다는 방침도 그 계산이 훤히 들여다보인다.
 
매매나 임대시장이 안정되려면 투자와 공급이 꾸준히 이어져야 한다는 건 당연하다. 정부가 앞장서 다주택 보유를 공격하고 임대사업까지 적폐로 몰아가면 시장은 급속도로 위축된다. 1가구 1주택만 고집한다면 민간 임대시장에 나올 전·월세는 씨가 마를 수밖에 없다. 정부가 앞장서 공공부문에서 전·월세 주택을 공급한다 해도 현실적인 한계가 엄연하다. 공공부문에 전·월세 수요를 전담시킨다는 발상은 가능하지 않고 바람직스럽지도 못하다. 정부가 재정을 쏟아부어 임대주택에 매달리면 국가의 정책과 경제 운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공백을 초래한다. 민간부문의 투자를 임대시장으로 돌리게 할 현실적인 중장기 대책이 아쉽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필자 약력
△전)국민일보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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