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순직 논설주간
▲ 권순직 논설주간
예로부터 신언서판(身言書判)이라 했다. 벼슬에 오르거나 모범을 보여야 할 위치에 서려면 인물이 훤해야(용모단정) 하고, 말을 가려 반듯하게 해야 하며, 글씨를 잘 쓰고(학문에 게으름이 없고) 사리판단이 명확해야 한다는 뜻일 게다.
 
하지만 요즘 우리는 이와 거리가 먼 세상에 살고 있다.

국회의원 장관 대통령비서실장 등 이른바 지도층(사실 지도층이라 칭하기도 싫다) 인사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내는 망언(妄言) 폭언(暴言)에 국민들은 열을 받는다.

권한과 권력을 위임한 국민(주인)은 안중에도 없는 행태다. 도대체 그들의 말에서 품격을 찾아보기 힘들다. 그러한 사례가 잦아도 너무 잦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최근 국회 운영위의 청와대 국정감사에서 “(8.15광화문)집회 주동자들은 도둑놈이 아니라 살인자”라고 말했다.

그날 집회로 코로나 확진자가 600명 넘게 나왔고, 사망자도 7명이나 된다며 국민을 뚜렷한 증거 없이 살인자로 낙인찍었다.
 
아무리 정치적 반대세력이라고 하더라도, 같은 국민을 쉽게 살인자라고 말하는지 섬뜩했다.

그런 논리라면 코로나 초기 입국을 막지 않아 많은 사람이 숨지게 한 것도 정부 책임이고, 정부가 살인 공범이냐는 반박이 나왔다.
 
이정옥 여성가족부장관은 오거돈 박원순 두 시장의 성폭력 사건으로 인해 치러지는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대해 “국민 전체가 성인지 감수성에 대해 집단학습을 할 기회”라고 했다.
 
두 시장의 성범죄 때문에 쓰지 않아도 될 838억원의 혈세를 들여 치르는 서울. 부산시장선거를 ‘국민 성교육 기회’라니 기가 찰 일이다.
 
이장관의 망언에 오거돈시장 성폭력 피해자는 “내가 학습 교재냐” “너무 충격받아 먹은 음식을 다 게워내기도 했다”고 호소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에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예산 문제로 다투다가 국토부 관리를 향해 “에이 x자식들” “국토부 2차관 들어오라고 해”라고 소리치는 모습이 목격되기도 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예산 관련 법사위 회의에서 법원행정처장에게 “의원님 살려주십시오라고 간절하게 말해보라”고 말해 눈살을 찌뿌리게 했다.
그렇게 저자세를 보이면 예산을 주겠다는 것이다. 자기 돈인 것처럼.
 
정부 여당 인사들의 잇단 망언 폭언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입을 열었다. “공직자는 항상 말을 골라가며 해야한다”
 
그들은 진심과는 거리가 먼 사과 또는 유감 표시로 넘어간다.

그러나 말은 그 사람의 속내가 표출되는 것이다. 그의 인생관 철학 이념 사고가 반영되는 것이다. 의도적인 망언이건, 순간의 부주의에 의한 폭언이건 그것은 그 사람의 진심이 담겨있다.
 
그래서 형식적인 사과 표명은 별 의미가 없다. 응징이 있어야 한다. 조직 내의 규제가 없으면 국민이 벌해야 한다. 지지를 철회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다.
 
이 정부 들어 유독 저질성 망언이 두르러지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내로남불 또한 거의 일상화된 느낌이다.

결국 국민들이 눈 부릅뜨고 지켜보며, 잘잘못을 가려 지지 여부를 현명하게 선택하는 방법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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