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순직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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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원전 1호기 조기 폐쇄와 김해 신공항 재검토 건이다.
이 두 개의 초대형 국책사업에 관한 이견(異見)의 핵심은 경제성이다.
규모가 큰 국책사업은 그 결정이 잘못되면 국가 경제에 부담을 가져오고, 그 피해는 모두 국민 몫이기 때문에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월성1호기 조기 폐쇄 문제는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脫原電) 대선공약에서 비롯됐다. 빨리 폐쇄하자는 정부 여당과 시간을 두고 검토해야 한다는 야당 및 전문가들의 주장이 엇갈려왔다.
조기폐쇄 타당성조사 과정에서 정부측이 청와대 지시로 경제성이 없다는 식으로 자료를 조작, 은폐했다는 사실이 감사원 감사에서 드러나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다.
동남권 신공항과 관련, 기존 김해 신공항 건설을 해야 한다는 견해와 가덕도 신공항을 건설하자는 주장이 맞서있다.
여기서도 검증위원회의 검증 결과를 놓고 해석이 엇갈려 서로 자기측에 유리하게 주장하는 정반대 현상이 나타나는 촌극이 국민 눈살을 찌뿌리게 한다.
경제성 왜곡하는 검증 하나 마나
월성 1호기 조기폐쇄 문제는 문대통령 대선 공약 이행과 맞물려 있다보니 경제성을 의도적으로 도외시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심지어 검증 과정에서 조기폐쇄 쪽에 유리하도록 관련 자료를 삭제했다는 의혹이 일어 검찰 수사까지 받고 있다.
김해 신공항 건도 검증위의 의견과 달리 정부 여당이 가덕도신공항 건설이 유리하다는 결론이라고 주장, 검증위원들이 검증 결과를 왜곡한다며 반발하는 사태에까지 이르렀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경제성은 제쳐놓고 정치적 유불리(有不利)에 따라 검증 결과를 해석하고, 정책을 결정하려는 모습이다.
정치논리가 경제논리를 배제하려는 과정에서의 충돌이다.
그렇다면 이 두 논리를 어떻게 조화시켜야 할 것인가.
경제논리는 철저하게 손익을 계산하는 셈법이다. 경제적으로 이익이 손실을 초과해야 선택한다.
반면 정치논리는 눈에 뜨이는 손익(損益)만을 따지지 않는다. 국민의 정서, 지역간 배려, 선거에서의 유불리 등등 감안할 것이 많다.
자원을 최적(最適)배분하고, 낭비를 최소화하며 효율을 극대화하려는 것이 경제논리가 지향하는 바이다. 반면 정치논리는 경제적 이익이나 효율을 최우선에 두지 않는다.
그러면 경제논리가 최선인가. 아니다. 경제논리가 배려하지 못하는 부분을 정치논리가 보완하는 작용을 한다.
따라서 현명한 지도자라면 이 두 논리 간의 충돌, 어느 지점에서 조화를 이루는 선택을 해야 한다. 자기 진영의 논리나 유리함만을 따져 결정한다면 훗날 훌륭한 지도자로 평가받을 수 없다.
전문가 의견 무시하는 결정 위험
현명한 선택에 도움을 주기 위해 검증위원회 같은 전문가 집단을 활용한다. 이 과정에서 만약 검증위에 보이게 보이지 않게 작용(압력)을 가해 건의나 의견을 왜곡한다면 역사에 죄를 짓는 일이다.
월성원전 및 김해신공항 건에서도 그러한 일이 없었기를 바란다.
가까운 예로 4대강 사업이나, 새만금 개발, 지방 곳곳의 공항 건설 등 대형 사업들이 얼마 안가 경제성이 없는 애물단지로 전락해 국민에게 부담만 안겨준 국책사업들이 얼마나 많은가.
여당측이 국책사업 예비타당성조사의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방향으로 법을 고쳐 대형 사업들을 손쉽게 추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여 걱정이다.
그나마 대형 국책사업에 과도한 정치논리의 개입을 견제해온 예비타당성조사 제도를 유명무실화하려는 기도는 위험한 발상이다.
선거에서 이기고 보자는 정치적 논리만 앞세운 정권은 국민들이 견제할 수밖에 도리가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