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 검찰개혁 완수했지만 민주당에 부담 줘”
“사회적 참사 유족들 대부분 현 정부에 실망 배신감 느껴”

▲ 문재인 대통령 사진제공=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 사진제공=청와대
투데이코리아=오혁진 기자 | “콘크리트와도 같았던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 40%가 깨졌다. ‘촛불 정권’이라 불리며 85% 이상의 지지율 중 절반이 빠졌다. 정부 여당의 최대 위기가 온 것이라고 생각한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의 갈등이 수개월 간 이어지면서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내년이 마지막 기회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3선 의원이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 말이다. 지난 21일 여론조사업체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실시한 조사 결과만 봐도 민주당이 위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리얼미터는 지난 14일부터 18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2514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국민의힘은 31.6%의 정당 지지율을 기록해 1위를 기록했다.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30.6%로 나타났다.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주와 같았고, 민주당 지지율은 지난주 대비 0.2%포인트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사이 지지율 격차는 1%포인트다. 국민의힘은 12월 첫째주(국민의힘 31.3%, 민주당 29.7%)부터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고 있다.
 
문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한 긍정평가는 지난주보다 2.8%포인트 상승한 39.5%(매우 잘함 22.5%, 잘하는 편 17.0%)로 나타났다. 부정평가는 57.7%(잘못하는 편 11.1%, 매우 잘못함 46.6%)를 기록해 지난주보다 0.5%포인트 내렸다.
 
‘촛불 정권’이라고 불린 정부·여당을 지지하던 국민들이 왜 실망을 했을까? 여야를 비롯한 복수의 정치권 인사들은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으로 인해 지지율이 떨어지면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의 갈등으로 지지율 하락이 가속화됐다고 분석한다. 이외에 세월호·가습기살균제 참사 등 유족들의 실망감도 한몫했다.
 
▲ 윤석열 검찰총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진제공=뉴시스(왼쪽부터)
▲ 윤석열 검찰총장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진제공=뉴시스(왼쪽부터)
추미애, 尹으로 시작해 尹으로 마무리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지난 1월 3일 취임하면서 ‘검찰개혁’ 속도를 높였다. 8일 대검찰청 검사급 이상 고위간부들에 대한 신규 보임 및 전보 인사를 담당하고 서울중앙지검장에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을 임명했다.
 
법무부와 대검찰청 간의 갈등은 같은 달 31일 MBC가 이모 전 채널A 기자가 이철 전 밸류인베스트코리아 대표에게 현직 검사와의 친분을 언급하며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비위 진술을 강요했다는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을 보도하면서 시작됐다.
 
4월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서울중앙지검에 채널A를 취재윤리 위반 및 검언유착 의혹으로 고발했고 윤석열 검찰총장은 채널A 사건 대검찰청 인권부에 진상조사를 지시했다. 중앙지검은 해당 사건을 고발 6일만에 형사1부에 배당하고 수사에 들어갔다.

6월 채널A 기자 측은 “수사팀 신뢰 어렵다”며 대검찰청에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19일 채널A 사건 관련 전문수사자문단 소집을 결정했고 법무부는 6일 뒤 사건 관련 한동훈 검사장 법무연수원으로 전보하고 직접감찰에 들어갔다.
 
7월이 되자 추미애 장관은 본격적으로 윤 총장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윤 총장의 수사 지휘 중단을 지시하는 수사지휘권을 행사했으나 윤 총장은 “총장 지휘받지 않는 독립적 수사본부 구성해야 한다”며 중재안을 제시했다.
 
지난 10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터질 것이 터졌다. 윤 총장은 이 자리에서 “총장은 장관의 부하 아니다”라며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위법하고 부당하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특히 “퇴임 후 우리 사회와 국민을 위해서 어떻게 봉사할지 천천히 생각해보겠다”는 발언을 하면서 향후 여의도 정가에 몸을 담으려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달 24일 결국 추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를 청구하고 직무집행 정지 명령을 발표했다. 법무부는 윤 총장이 언론사 사주와 부적절하게 접촉하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건 등 주요 사건 재판부에 대해 불법적으로 사찰했다고 밝혔다. 이 외에 △ 채널A 사건과 한명숙 전 총리 사건 관련 감찰 방해와 수사 방해 △ 총장 대면조사 협조 의무 위반과 감찰 방해 등이 윤 총장의 직무 정지 사유가 됐다.
 
다음날인 지난달 25일 윤 총장은 서울행정법원에 직무 집행 정치 처분에 대해 집행 정지를 신청하며 취소 청구 소송까지 제기했다.

또 법무부의 징계심의와 관련해 이석웅 법무법인 서우 변호사와 이완규 법무법인 동인 변호사를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법무부의 결정에 대해 검찰 내부 안팎에서는 적법한 절차가 아니라며 성명을 발표하기 까지 했다. 전국 고등검찰청 검사장 6명과 일선 검사장 17명, 검찰청 평검사들은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윤 총장에 대한 직무 정지 명령 철회하라고 밝혔다.

법무부 감찰위원회도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청구와 직무 정지 명령이 부당하다고 밝히고, 법원도 윤 총장의 신청을 일부 인용하면서 추 장관에게 부담으로 작용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조미연)는 윤 총장이 낸 직무 집행 정지 처분에 대한 집행 정지를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처분의 집행으로 인해 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고, 달리 집행 정지로 인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윤 총장의 특별변호인은 지난 4일 헌법재판소에 검사징계법 제5조 제2항 제2호, 제3호에 대한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고,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법무부 측 법률대리인은 같은 날 서울행정법원 재판부에 즉시항고장을 제출했다.
 
지난 10일 진행된 징계심의기일에는 윤 총장이 불참했다. 당연직인 이용구 법무부 차관과 추 장관이 지명한 검사로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과 신성식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이, 추 장관이 위촉한 외부 위원으로 정한중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와 안진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징계위원으로 참석했다.

윤 총장의 특별변호인은 이용구 차관과 심재철 국장, 정한중 교수, 안진 교수 등 징계위원 4명에 대한 기피를 신청했다. 이에 심 국장은 스스로 징계위원을 회피했고, 징계위원회는 이 차관 등 나머지 3명에 대해서는 기피 신청을 기각했다.
 
이후 추 장관은 지난 16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뒤 이날 연가를 냈다. 법무부의 경우 통상 장관이 자리를 비우면 차관이 권한을 대행하는데, 추 장관이 사의를 표명한 만큼 당분간은 사실상 이용구 법무부 차관이 권한을 대행한다. 

청와대 한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위기라는 것을 알고 있다. 추 장관이 검찰개혁을 위해 노력했다고 평가한다"면서도 "검찰과의 심각한 갈등으로 인해 타격을 입은 것은 사실이다. 공수처를 통해 국민들께서 실망하신 만큼 보여드리려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최예용 전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 사진제공=뉴시스
▲ 최예용 전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 사진제공=뉴시스
사회적 참사 유족들 “배신감 느낀다”
 
가습기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활동 연장에 대해 의견 차이를 보였다. 사참위의 활동은 12월 10일 기간 만료를 앞뒀으나 다행스럽게도 하루 전인 9일 ‘사회적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사참법)’ 개정안이 통과됐다. 해당 개정안은 사참위의 조사기간 연장과 권한 강화 관련 내용이 담겨 있다.

그동안 유족들은 사참위의 연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해왔다. 사참위는 2018년 12월 11일 공식 출범 시작부터 직권조사 51건과 피해자들로부터 접수한 신청조사 26건을 수행했다. 문제는 대부분 중간발표에 그치고 마무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2018년 활동을 종료한 세월호 선체조사위원회(선조위)의 조사 인력은 80명이었으나 현재 사참위에서 선체 조사를 담당하는 조사관은 5명이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는 지난 2015년 박근혜 정부 때 탄생했다.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는 특조위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세월호 7시간’을 조사하려 하자, 예산 미집행과 진상규명국장 임용 중단 등의 꼼수를 통해 방해했다. 특조위가 조사를 완료한 사건은 진상규명 신청사건 239건 중 4건(1.67%)이다.
 
두 참사의 진상규명을 약속한 문재인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서 상황은 나아졌다.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지난해 3월 세월호 선체 내 설치된 CCTV 데이터가 담긴 DVR(디지털영상 저장장치) 수거과정의 수사 요청을 시작으로 검찰에 총 9건의 수사를 의뢰했다.

다만 가습게살균제 참사 진상규명은 영원히 흐지부지될 수도 있게 됐다. 가습기 참사 진상조사의 핵심적 기능은 제거되는 내용이 담겼기 때문이다.

지난 9일 최예용 사참위 부위원장은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옥시레킷벤키저(RB)와 김앤장의 가습기살균제 참사 축소 및 은폐 의혹에 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에서 사퇴 의사를 밝혔다.

최 부위원장은 “특조위 연장을 검토하는 시점에 환경부 측에서 국회를 돌아다니면서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피해구제가 다 됐다, 재발 방지 조치가 확실하게 됐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했다.

또 “피조사기관 뜻을 따라서 가습기살균제 진상규명 파트를 제외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이대로 가습기살균제 참사 진상규명을 마무리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진상, 피해를 규명하고 책임 있는 기업과 정부에 요구하려는데 손발이 잘리게 생겼다”며 “피해구제, 재발방지 등 제한적 진상규명은 할 수 있지만 핵심적 기능은 삭제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가습기살균제 참사 관련 중책을 맡아 진행해 오면서 초기에 말씀드린 대로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며 “논의 진행 중인 수정안 부분에 대한 항의성 사퇴를 표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최 부위원장의 사퇴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통과된 ‘사회적참사의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일부 개정안에 대한 항의성으로 해석된다. 개정안에는 특조위 활동 기간을 1년 6개월을 연장하면서 영장 청구 의뢰권을 부여하고 세월호 참사 공소시효를 정지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다만 가습기 참사에 관해서는 ‘피해자 구제 및 제도개선, 종합보고서 작성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업무에 한정해 수행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가습기 참사 피해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세월호는 특수단까지 출범하면서 진상규명에 한 발자국 다가가고 있는데 왜 가습기살균제 참사만 이래야 하나”라고 토로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가 말한 진상규명은 거짓이었나. 수천명 피해자의 기대를 짓밟았다”고 비판했다.

유선주 전 공정위 심판관리관(현 변호사)은 "원래 사참법 1조 진상규명을 위해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명분을 내세운 것이다. 시행령으로 법의 적용범위를 제한하겠다는 내용이 맞다면, 위헌인 법 개정"이라며 "책임 소재 밝히는 진상규명을 하지 않고 피해자 지원으로 프레임을 전환하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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