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메이트 유해성 발표 당시 성분명 숨겨....실험은 부실하게 진행

▲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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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데이코리아=오혁진 기자 | 질병관리본부가 ‘가습기살균제 참사’ 가해기업들의 요구로 유해성 발표 당시에 성분명을 숨겨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2012년 SK케미칼과 애경이 제조한 ‘가습기메이트’에 대해 ‘유해성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발표된 근거의 실험이 허술하게 진행되기도 했다.
 
지난 1일 <경향신문> 보도와 기자 취재 등에 따르면 질본과 SK케미칼 등 가습기참사 가해기업들은 2011년 8월26·27·29일 3차례 비공개 면담을 진행했다. 당시 질본은 조사를 통해 ‘옥시싹싹’ 원료(PHMG)의 유해 가능성 및 SK케미칼·애경의 가습기메이트 원료 주성분(CMIT·MIT)을 파악했다.
 
사회적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참위)는 SK케미칼이 면담에서 유해성이 최종 확인되기 전까지 가습기살균제가 폐질환 유발 요인일 수 있다는 점과 기업 및 성분명을 외부에 공개하지 말 것을 질본에 요청했다고 밝혔다.
 
질본은 3차 면담 이틀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원인미상 폐질환 요인이 가습기살균제일 수 있다’고 발표하면서도 제품명은 공개하지 않았다. 질본은 같은 해 11월 옥시 등 제품 6종에 대해 수거 명령을 내리면서도 가습기메이트는 제외했다.
 
질본의 성분 미공개로 SK케미칼 등은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에서 자료를 제출을 미룰 수 있었다. 2011년 11월 표시광고법 위반 혐의로 애경은 공정위의 조사를 받게 되자 SK케미칼에 안전성 자료를 요구했다.
 
그러나 SK케미칼은 애경에 “질본의 입장을 존중해 질본 발표가 있기까지 (제품 안전성과 기능성 자료의) 대외적 보안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질본이 가습기 참사의 책임을 지울 수 없는 결정적인 정황도 포착됐다. 2011년 질본의 초기 독성실험이 CMIT·MIT 성분만 예비시험을 생략했다는 것이다.
 
질본의 동물흡입실험은 △기도 내 투여량을 결정하는 예비시험 △기도 내 투여시험 △흡입독성시험 순으로 진행됐다.
 
사참위에 따르면, 질본은 2011년 10월 CMIT·MIT에 대해 예비시험을 건너뛰고 곧바로 기도 내 투여 시험을 실시했다. 투여량은 이미 예비시험을 거친 PHMG 투여량(제품 1/10 희석 배율)과 동일하게 맞춰졌다.
 
PHMG는 CMIT·MIT보다 독성이 높기 때문에 같은 기준을 적용할 경우 CMIT·MIT에서 독성이 나오지 않을 확률이 높다. 실제 동물실험 결과, 폐섬유화가 확인된 PHMG와 달리 CMIT·MIT 투여 쥐에서는 폐섬유화 증상이 나오지 않았다.
 
질본은 이 같은 허술한 실험을 통해 가습기메이트의 인체 유해성이 없다고 발표했다. 질본의 발표로 SK케미칼 등의 살인기업은 공정위에서 무혐의를 받았고 사정기관의 수사를 받지도 않았다.
 
질본의 2012년 연구 결과는 현재 진행 중인 SK케미칼과 애경의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 형사재판에서도 기업 측 주장의 주요 근거로 활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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