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 남발 따른 혼란 잠재울 결단의 시기

▲ 김성기 부회장
▲ 김성기 부회장
집값을 잡겠다며 규제 위주 대책을 고집해온 문재인 정부가 시장의 수요압박에 밀려 2025년까지 주택 83만호를 공급하겠다는 ‘특단의 대책’으로 돌아섰다. 그동안 대출 조이고 세금 올리는 금융·세제 대책부터 각종 행정규제에 이르기까지 온갖 방편들이 집값 잡기에 끼어들어 잡동사니를 이뤘다. 그 결과 상충되는 규정들이 역작용을 일으켜 오히려 전세난을 가중시키고 다시 집값을 밀어올리는 시장 혼란을 초래했다. 지난 1월 기자회견에서 나온 문 대통령의 공급확대 발언에 이은 정부 조치는 임기 말에 와서야 시장의 요구를 수용했다는 아쉬움을 남긴다.
 
김현미 전 국토교통부 장관 재직 당시 나온 집값 대책들은 이것저것 끌어모아 전방위로 압박하는 대증요법 수준을 넘지 못했다. 국회의원 출신인 김 전 장관은 세금감면 혜택을 제시하며 민간주택임대사업을 적극 권장했다가 아파트값이 뛰자 임대사업을 희생시키는 번복도 서슴지 않았다. 임기 중 집값 대책이 수시로 바뀌면서 시장 혼란을 자초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재건축조합원의 실거주 요건을 2년 이상으로 강화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이른바 임대차 3법의 규제강화와 맞물려 전세대란을 부추기는 후폭풍을 몰아왔다. 분양가 상한제와 공시지가 인상은 기대와 달리 분양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해 실수요자의 부담을 키우고 금융대출마저 어렵게 만들었다. 정부가 공시가격과 함께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를 올리면서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를 강화해 유통시장의 주택공급까지 조이는 병목현상을 자초했다. 일관성을 잃은 정부 대책이 서로 충돌해 부작용을 양산하는 사이 저금리로 시중 유동성까지 넘쳐 집값 상승을 자극했다. 서울과 수도권의 신규주택 공급 부족으로 분양시장은 ‘로또 당첨’에 비견될 정도로 좁은 문이 됐고 유통시장 공급까지 위축된 시장에서 안정을 기대한다는 게 애당초 무리였다.
 
정부가 뒤늦게 서울과 5대 광역시를 중심으로 주택공급을 빠르게 늘리겠다며 공공주도 패스트트랙과 신규택지 확보 방안들을 제시했다. 공급 물량에 속도를 더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지금처럼 상충하는 법규와 각종 규제가 혼재된 상황에서 서둘러 마련한 공급대책이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공기업이 나서 재건축 재개발을 시행할 경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2년 실거주 의무를 면제하는 완화조치는 시차를 두고라도 민간 부문으로 확대해야 한다. 공급에 차질을 빚는 규제를 서둘러 정비하고 공공 및 민간 임대주택을 늘려 전월세 시장을 정상화해야 한다.
 
민간부문 참여 늘리고 용적률 확대해야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저층 주거지 등을 공공부문 주도로 개발하겠다는 방안도 관련 법규와 규제를 먼저 정비해야만 가능한 사업들이다. 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공공기관 주도로 추진하면서 민간부문 참여를 대폭 늘려 민간 브랜드를 허용키로 한 것은 진일보한 조치로 평가된다. 공급 물량과 속도 못지않게 품질 경쟁을 벌일 수 있는 민간회사 참여는 더욱 확대해도 좋겠다.
 
재건축 재개발에 따른 용적률과 고도제한 규제는 과감하게 완화할 때가 됐다. 준공업지역, 저층 주거지 개발과 함께 이미 재개발 재건축을 추진해온 기존 주거단지와 도심지역 규제를 풀어 민간부문 공급을 늘리자는 제안이다. 재건축 아파트의 용적률을 대폭 높여 초고층 개발을 허용할 경우 공급확대의 여지가 증가하고 녹지공간과 도시 인프라 확충에도 활용될 수 있다. 초고층 개발이 재건축 아파트값을 자극할 것을 우려하지만 일시적인 상승기가 지나면 공급 증가에 따른 안정이 따르기 마련이다. 서울시는 초고층 아파트 규제를 현재 검토안 이상으로 대폭 완화하는 방향으로 도시기본계획을 변경할 의지를 보여야 한다. 배관에서 녹물이 줄줄 흐르는 아파트 단지를 마냥 묶어둘 게 아니라 주민들이 쾌적한 집에 거주할 수 있도록 재건축 추진에도 패스트트랙을 적용하기 바란다.
 
정부는 그동안 다주택자들을 희생양으로 삼아 공시가격과 세금을 한꺼번에 올려 부담을 크게 늘리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갈등을 조장하는 정책을 폈다. 다주택 투기꾼들이 이익을 챙기는 동안 집값이 올랐다는 주장이 따랐다. 그러나 전문연구기관의 분석은 정반대로 나온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지난 10년간 아파트값 등락요인을 상관계수로 분석한 결과 서울지역에서 다주택비율이 집값안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서를 냈다. 다주택보유가 줄면 유통가능 물량이 감소해 매매가와 임차료가 급등한다는 분석이다. 다주택자가 없으면 전세 물량이 없고 유통시장에 나올 매물도 떨어진다는 당연한 상식을 정부가 명심해야 한다. <투데이코리아 부회장>
 
필자 약력
△전)국민일보 발행인 겸 대표이사
△전)한국신문협회 이사
△전)한국신문상 심사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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